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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공부할 시간 - 인문학이 제안하는 일곱 가지 삶의 길
김선희 지음 / 풀빛 / 2016년 9월
평점 :
인문학을 공부하는 건 세상에 대한 관점을 바꾸기 위함입니다. 살아가면서 지식을 얻고 그 지식들을 바탕으로 살아가는 우리들은 그것이 옳고 그른지,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하지 못한 채 그저 흘러갑니다., 때로는 직진을
하기도 하고 꾸불 꾸줄 길을 가면서 목적지에 다다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여기서 인문학을 공부하는 이유가 나타납니다. 목적지를
찾다가 길을 잃을때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 흔들릴 때 회복할 수 있는 힘을 얻는 것,그것이 인문학을 배우는 근원적인
이유입니다. 인문학은 우리의 삶과 인생 그 자체와 연결되어 있기에 때로는 어려울 수 있고,깊은 사유가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물론 딱딱하고 지루하다는 생각을 느끼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 책은 인문학 서적에 자주 언급되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다시 돌아보고 있으며, 그 안에 우리가 모르는 사실들을 끄집어냅니다.
특히 학교에서 역사 책에서 보았던 인물들의 업적과 삶에 대해 그 방식을 달리하여 그 사람의 인생을 돌아보고 있습니다.
사마천과 괴테. 한사람은 역사가였고 한사람은 예술가입니다.서로 공통점이 없는 두사람에게 한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여행입니다. 우리는 여행을 일탈이나 벗어남, 새로운 것을 느낀다는 의미로 생각하지만 두 사람에게 있어서 여행이란 목적의식이 분명한
여행입니다. 특히 사마천의 사기가 저술되었던 그 바탕에는 여행이 있습니다. 궁형에 처해졌음에도 사기를 저술하였던 사마천..그가
마지막까지 사기를 쓸 수 있었던 건 아버지의 마지막 유언이었으며, <사기>는 사마천과 사마천의 아버지의 합작품입니다.
또한 기존의 역사서가 왕을 기준으로 쓰여진 편년체였다면, 사마천의 <사기>는 인물을 중심으로 쓴 기전체 형식을 따르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형식을 취한 것도 여행에 잇으며, <사기>에는 아버지 사마담의 역사관에서 사마천의 역사관으로
연결됩니다.
브루나와 최제우의 삶..두 사람은 새로운 세상을 꿈꾸었던 인물입니다. 세상의 모순을 직접 경험하고, 그것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을 찾던 도중에 기존의 질서와 다른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우리가 말하는 개벽이라는 걸
스스로 인지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기존의 질서를 흔들지 못하고 사라지게 됩니다.동학이라는 기치를 들이대었던 최제우는
동학의 이념은 사라진채,그걸 막기 위해 외세를 끌어들이게 되고, 청일 전쟁이 조선 땅에서 일어나게 된 빌미를 제공하게 됩니다.
책에는 정조의 삶이 잠깐 언급되고 있습니다.디드로와 이규경의 삶 사이에 정조의 삶이 나오는 건 세사람의 공통점이 바로 <백과 전서>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현재 우리 일상에서 가장 유명한 브리테니커 백과사전,.. 그 백과 사전의 초창기 버전이
디드로의 백과사전과 이규경의 <백과 전서>입니다.또한 정조는 중국의 유명한 백과 전서인 <영락대전>을 얻기
위해서 신하를 동원하여 중국을 드나 들었고, 1만권의 <영락대전> 중에서 5000권을 조선으로 들어옵니다. 이처럼
지식욕에 강했든 정조의 삶..그는 제2의 <영락대전>을 조선에서 완성 시키고 싶었던 것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인문학은 우리의 삶을 바꾸는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지만 실제 그것이 현실이 되면, 기존의 질서를 만들고 유지하였던
권력층에 의해서 철저히 차단되는 속성을 가집니다. 그래서 변혁은 자신을 파괴할 수 있는 위험적인 속성을 품고 있으며, 그 이념이
받아들여진다면, 새로운 세상이 열릴 수 있습니다.
또한 지금은 당연하게 생각했던 많은 것들이 언제나 당연한 것은 아니라는 걸 인문학 책을 읽으면 느끼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