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딱들
허미래.박요셉.박다윗 지음 / 밥북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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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정겹습니다. 촌딱들..정확히 말하자면 시골 촌딱들이라 불렀습니다.. 지금은 대부분 도시에 살고 있지만 1970~80년대 그 시절엔 도시가 아닌 농촌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땅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우리들은 자식들이 살림밑천이었으며, 치료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는 아기들이 많아서 아이들 또한 많이 낳았습니다. 그렇게 이 책은 어릴 적 시골 정서를 그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지금은 막걸리를 슈퍼에서 샀지만 예전에는 양은 주전자에 막걸리를 받아왔습니다. 어른들의 심부름으로 주전자에 막걸리를 담아왔던 홍가네 막내 아들은 그 막걸리에 취해 시궁창에 빠지게 됩니다. 지금은 뉴스에 나올 특종 사건이지만 예전에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 했습니다. 내 동생은 아버지 친구분들이 장난으로 막걸리를 아기에게 먹이다가 크게 혼쭐 났던 일화가 있습니다. 

텔레비전.. 지금은 집집마다 있는 흔한 가전제품입니다. 하지만 예전에 텔레비전은 귀한 물건입니다. 네개의 다리가 있는 커다란 텔레비전에 지금처럼 리모컨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10개의 체널을 하나하나 눌러야 볼 수 있었던 텔레비전.. 미닫이 문이 있고 그걸 잠그는 열쇠가 있어서 TV를 보고 싶다 해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지금은 학교 관리인이라 부르지만 20년전엔 학교 소사라고 불렀습니다. 선생님을 대신하여 학교의 전체를 관리하며, 학교 사택까지 관리 하는학교 소사 아저씨..채변봉투를 들고 가야 하는 꼼지 오빠의 이야기에 미소 짓게 됩니다. 지금도 채변봉투를 가져 오라고 하지는 않겠지요.그렇게 우리는 의료기술이 좋아지면서 과거에 있었던 기억들이 하나둘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꼼지의 집에서 키우는 왕눈이..왕눈이는 송아지입니다. 그러나 점점 시름시름 앓기 시작하는 송아지의 모습에서 꼼지는 애틋함을 느낍니다. 송아지는 죽을 운명에 놓여지는데, 왕눈이가 죽어서 꼼지는 오랜만에 소고기를 먹을 수 있었습니다. 왕눈이의 이야기에서 구제역이 생각납니다. 예전에도 구제역이 시골에 돌았으며, 그때는 동네잔치가 있었습니다. 꼼지도 죽어가는 왕눈이를 보면서 안타까워 하지만, 맛있는 고기를 모른 척 할 수 없었습니다. 꼼지의 마음 속에서 느끼지는 미안함과 애틋함 그리고 죄책감을 모두 느낍니다. 

20년 사이에 우리는 물질적인 풍요로움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점점 더 이웃간에 정서는 메말라가고 있습니다.구제역이 걸렸다고 소를 모두 매물 처리하는 모습..그런 모습들은 과거에는 없었던 모습입니다. 이기적인 사회로 바뀌면서 서로가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게 되고, 점점 더 각박해짐을 느낍니다. 시골 촌딱이었던 저의 어린 시절 을 생각하게 하는 소설입니다.그리고 우리 부모님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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