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바이올렛 아워
케이티 로이프 지음, 강주헌 옮김 / 갤리온 / 2016년 9월
평점 :
판매중지


At the violet hour, when the eyes and back

 보라빛 시간, 눈과 등이

Turn upward from the desk, when the human engine waits 

책상에서 일어나고 인간의 내연 기관이

Like a taxi throbbing waiting, 택시처럼 털털대며 기다릴 때,

I Tiresias, though blind, throbbing between two lives, 

비록 눈이 멀고 남녀 양성 사이에서 털털대는

Old man with wrinkled female breasts, can see 

시든 여자 젖을 지닌 늙은 남자인 나 티레지어스는 볼 수 있노라.

At the violet hour, the evening hour that strives 보랏빛 시간, 귀로를 재촉하고

Homeward, and brings the sailor home from sea,

 뱃사람을 바다로부터 집에 데려오는 시간

The typist home at teatime, clears her breakfast, lights

 차 시간에 돌아온 타이피스트가 조반 설거지를 하고

Her stove, and lays out food in tins. 스토브를 켜고 깡통 음식을 늘어놓는 것을,

Out of the window perilously spread 창 밖으로 마지막 햇살을 받으며 마르고 있는

Her drying combinations touched by the sun's last rays,

 그녀의 컴비네이션 속옷이 위태롭게 널려 있다.

T.S 엘리엇의 황무지에 등장하는 
바이올렛 아워 ( the violet hour) 가 이 책의 제목으로 쓰여진다. 죽음이라는 우리 삶에 깊숙히 들어와 있는 영원불멸한 진리에 대해서 우리는 그것을 벗어나려고 한다. 하지만 그것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우리는 알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각자 자신의 죽음에 대해 기록을 남기게 되고 흔적을 누군가에게 보고 싶어진다. 책에 등장하는 자크문트 프로이트, 수전 손택,존 업다이크.딜런 토머스,모리스 샌닥.그들은 각자 자신마다 죽음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으며, 죽음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그들이 느끼는 죽음에 대한 경험을 우리는 어떻게 바라보고 무엇을 얻어야 하는지 한번더 되새기게 된다.

오래전 만화책 <타이의 대모험>을 읽은 적이 있다. 대마왕 번과 싸우는 타이와 포프,두사람의 스승이었던 아방과 레오나.. 마지막 대마왕 버언과 결투에서 그들의 결계에 갇혀 버린 타이 일행은 죽어야 하는 절체적ㄹ며의 순간에 죽은멩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나약한 인간으로 태어나 죽을 수 밖에 없는 운명에 놓여져 있었기에, 그 짧은 시간에 아둥바둥 살아가고 있으며,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질투와 분노 슬픔을 느끼면서 살아가는 거라고.그래서 우리는 죽는 그 순간까지 열심히 살아가는 이유가 죽음이라느 진리가 우리 삶에 가까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리 삶 속에 죽음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지금처럼 치열하게 살지 않았을 거라는 그 말이 이상하게 와닿았으며 공감하였다. 100년이라는 짧은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이 그 삶이 200년 300년 늘어나게 된다면 우린은 이렇게 치열하게 살지 않았을 거라는 것이다. 죽어야 하는 운명속에서 우리는 할아버지,할머니의 죽음과 마주하게 되고, 부모님의 죽음과 마주하게 되면서, 나 자신의 죽음과 마주할 수 박에 없다. 이렇게 죽음과 마주하는 그 순간, 예기치 않은 이유로 부모님이나 할아버지보다 먼저 이세상과 이별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게 되고 우리는 그 순간에 대해 슬퍼하고 아파하게 된다.

"죽음을 향한 프로이트의 태도는 신경증적인 두려움에서 벗어나 필연적으로 분노를 의식하는 단계로 바뀌었습니다. 우리는 그런 분노를 지혜와 체념과 불굴의 용기로 이겨내야 합니다. 프로이트가 임박한 현실을 깨달았지만 '신경증적 불안'은 없엇습니다. (p79)

"나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이, 내가 그 사람을 사랑한 이유를 상실해 가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보다 힘든 시간은 없을 것이다. 다행이 나는 아버지에게서 그런 아픔을 겪지 않았다. 아버지가 마지막 순간까지 평소의 모습을 지켜 준 덕분에." (p83)

프로이트의 죽음은 마지막 그 순간까지 진통제를 가까이 하지 않았다. 스스로 수술을 감애하였고, 아픔을 남아내었다. 임안이 헐고 냄새가 날수 있는 그 순간을 견뎌냈던 프로이트의 삶..그는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게 된다. 어쩌면 그가 그 날짜를 선택한 것은 아버지에 대한 긍정적인 추억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또한 나의 할아버지와 할머니 생각이 났다.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신 날짜는 사촌 형의 음력 생일이었고 할머니께서 돌아가신 날짜는 큰아버지의 음력 생신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것이 우연이라 생각되었지만 그건 우연이 아닌 두분의 마지막 희망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일년에 한번 돌아오는 그날 슬퍼하지 말고 가족이 모여서 케익과 제삿상이 함께 들어오기를 바라는 마음,그것을 20년이 지난 이제서야 느낄 수 있다.

"이반 일리치도 마음속으로는 자신이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죽음이란 생각에 익숙해지기는커녕 죽음을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았고 받아들일 수도 없었다." "이반일리치의 우준함에서 나는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 내가 나 자신에게 더눅 충실해지고 강해진다." (p118) 

수잔 손택이 죽은 그 순간 읽었던 이반일리치의 죽음.. 그 책은 우리의 죽음에 대해 말하고 있다. 우리의 욕망 한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는 삶에 대한 욕구,그러나 그 욕구는 영원히 채워질 수 없었다. 그것을 삐집고 우리가 사물에 대한 욕구를 멈추지 않는 이유에는 삶에 대한 욕구가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과 감정들을 사물로 채우고 싶어하기 때문이다.그러한 삶의 모습은 다른 사람에게 보여지며,그들의 모습에 분노하는 건 그들의 모습에서 나의 모습을 느끼기 때문이다.

산산히 부서진 폐선으로

죽음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태양은 더욱 요란히 타오르고,

바다는 어금니를 드러내 출렁이며 기뻐 날뛴다.(p247)

샌닥은 자신이 갑자기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을 늘 해 왔지만 서른아홉 살에 닥친 심장 마비는 그의 막연한 두려움을 구체적인 두려움으로 바꿔 놓았다. 그 후로 그는 혼자 있는 걸 불안해 했다. 자신에게 불상사가 생겼을 때 혼자 병원에 갈 수 없는 상황을 걱정한 것이다. 다행히 심장마비가 잇은 후로 수십년 동안 그의 건강은 상당히 좋은 편이었고, 심장도 아무런 사고 없이 잘 뛰었다. (p274)

죽어가는 사람들을 그림으로 남긴 어린이 작가. 그가 경험한 두려움은 우리도 느낄 수 있는 두려움이다. 일본에서 들려오는 지진에 대한 소식은 우리에게 막연한 두려움으로 존재하였지만, 우리가 직접 경험한 지진은 구체적인 두려움으로 바뀌게 된다. 내가 죽는 것 뿐 아니라 나의 가족이 내가 사는 건물이 무너져서 죽을 수 있다는 두려움..그 두려움이 현실이 될때 우리는 무기력해지고 당황하게 된다. 아무리 연습이 되었어도 준비가 되었어도 죽음을 피할 수 없는 그 순간이 다가오게 된다. 그걸 지켜보는 또다른 누군가는 새로운 두려움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걸 느끼게 된다. 죽음을 지우려는 자와 남기려는 자..그들의 행동은 각자 다르지만 죽음이라느 그 진리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공통점을 가지게 된다. 나와 비슷한 또래의 죽음 소식에 더 두려움을 느끼는 건 공감과 동질감을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 삶에 대한 허무함과 두려움을 그들의 죽음에서 느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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