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업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6년 9월
평점 :
절판


더글라스 케네디의 <픽업>은 12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단편에서 느꼈던 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와 세상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있으며, 어떤 형태로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지는지 그 과정을 각각의 단편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또한 우리가 맺는 관계 속에는 책임과 의무가 있으며, 우리는 그 과정에서 합법적이면서 때로는 불법적인 행동을 한다는 것입니다.

법과 제도.이 것은 우리 사회가 돌아가기 위한 기본 요소입니다. 각 나라마다 법과 제도는 미묘하게 달라지며, 한 국가나 조직의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 목적이기에 법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때로는 억울한 사람이 생겨나기도 하고 법과 제도를 악용함으로서 생기는 피해자들을 법이 구제를 하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소설은 그런 모습을 통렬하게 말하고 있으며, 누군가는 그런 모습에 법이라는 합법적인 도구가 아닌 물리력을 동원한 비합법적인 행동을 일삼는 경우도 있습니다.책의 맨 앞에 등장하는 <픽업> 이 그런 경우입니다.

소설 <픽업>에서 무죄를 받고 풀려난 주인공은 어떤 여성의 꾀임에 넘어가 자신이 지은 죄에 대한 응당한 대가를 지불할 수 밖에 없었으며, 주인공은 피해자였음에도 그들을 고소할 수가 없었습니다. 물론 주인공을 고통스럽게 한 이들도 그런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겁니다. 이런 모습은 우리 주변에 있을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음주운전을 한 사람이 교통사고의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가 되었을 때 그 사람은 자신이 입은 교통사고 피해에 대해 고소를 하고 피해를 구제 받을까요.. 아마도 자신이 음주한 사실로 인하여 도리어 잡혀 들어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고소안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처럼 우리는 누군가의 약점을 노리고 그사람을 고통의 구렁텅이로 빠트리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소설을 하나 둘 읽으면서 한가지 생각했습니다. 우리 사회에 고통과 슬픔, 불행이 싹트는 이유는 무엇일까. 프로이트는 왜 사람의 심리에 관심을 가졌는지, 우리 삶 속에서 우리가 가진 고통의 원인에 대해서 그 원인이 무엇인지 정신병리학적인 연구를 했을까 생각했습니다. 또한 프로이트 이전에는 왜 그런 생각을 한 심리학자가 존재하지 않았느냐에 대해서 또다른 의문도 함께 들었습니다. 여기서 우리 사회가 점점 복잡해짐으로서 사람 사이에 기본적으로 있었던 도리가 사라지고 법과 제도로 대체함으로서,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들이 해결되기는커녕 심각해졌다는 것입니다. 갈등과 문제 해결을 법과 제도가 해결해 주지 못하고, 우리가 불행해져 가는 모습을 방치하기엔 우리 사회 안에는 너무나도 많은 모순점이 존재했던 것입니다. 그런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등장한 것이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이며, 인간들이 행동하고 기쁨과 슬픔,분노와 질투를 느끼는 이유를 찾아갔던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 소설 또한 법과 제도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인간의 군상이 그려져 있으며, 그 안에 사랑을 하고 질투를 느끼는 감정 안에서 우리가 가져야 할 책임과 의무에 대해 스스로 감당하는 것이 아닌 벗어나려는 모습 속에서 자기합리화를 생각하였으며, 우리 삶의 모순도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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