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 나에게 들려준 이야기 - 그저 발길 닿는 대로 유럽의 골목을 걷고 싶다
박신형 글.사진 / 알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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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가끔 어딘가 훌쩍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 나에게 주어진 책임감에, 그 책임이 나의 능력에 벗어날때 스스로 흔들리게 되고 도망가고 싶어진다. 내가 살아가는 세상 속에서 내가 누리는 것들에 대해 그것에 대한 값어치를 지불해야 하는 그 순간, 나는 그것을 외면하고 떠나고 싶어지는 것이다. 그렇게 여행이라는 것은 새로운 것을 얻기 위해서 떠나지만, 내가 가진 것을 내려 놓기 위해서 떠나는 경우도 있다.또한 현재 나와 연결되어 있는 사람들에게서 벗어나 나 스스로 자유로워지고 싶을 때 여행을 떠나고 싶다. 

10일간의 프랑스 여행. 저자는 그 이후 유럽의 매력에 풍덩 빠지게 된다. 1년동안 모아놓은 여비로 한번은 꼭 여행을 떠나게 되고,혼자 떠나거나 친구와 여행을 떠나게 된다. 23kg의 여행 짐가방, 우리인생은 이렇게 각자 자기 나름대로 다양하게 살아가는 것 같다. 돈이 전부인 사람과 여행이 전부인 사람, 취미가 전부인 사람들,그렇게 사람들 마다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각자 다른 형태로 존재하게 되고,그것은 각자 다르지만 자신에게 위로가 되고 행복으로 바뀌게 된다.. 

생각해 본면 나는 참 용감했고,무모했으며,씩씩했다.

하고 싶은 일을 해 보겠다고 혼자 지구반대편으로 날아가,

낯선 나라에서 한시간 반씩 기차를 타고 다니던 나의 모습은

낯설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했다.(p134) 

너무 공감가는 글이었다. 마라톤이라는 취미에 미쳐 있었던 나. 밤낮 가리지 않고 전국을 돌아다녔다. 새벽 기차를 타고, 대회장에 가지 못할까 싶어 전전긍긍 했던 기억들.. 그땐 무슨 용기로 그랬는지 모르겠다. 하고 싶었으니까,도전해 보고 싶었으니까..그런 용기가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12월 추운 한강을 달렸던 무모함, 눈이 펑펑 쏟아지던 곳에 저체온이 오는줄 모르고 달렸던 기억, 산에서 길을 헤메고 겨우 골인지점에 도착했던 기억들, 12월 포항 앞바다에서 해병대의 응원을 느끼고,포항의 칼바람에 취해 달렸던 그런 기억들.8월 그 더운 날씨에 달렸던 나의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말한다면 미쳤다 소리 저절로 하게 된다. 지나고 보면 그것들이 다 무모함이었다. 주변 사람들이 나보고 미쳤다는 소리를 했던 건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발바닥이 아파도 부상 걱정보다 대회 참가가 걱정이었던 그때, 지금이라면 그런 무모함을 다시 할 수 있을까. 지금은 자신이 없다.그런 무모함이 있었기에 지금의 나 자신이 있는게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책 한장 한장 넘기면서 유럽의 모습과 우리의 모습을 비교할 수 밖에 없었다. 과거의 모습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그들의 삶과 우리는 개발 논리에 따라 전통과 거리를 파괴하고 성냥갑 모양의 아파트가 들어서고 있었다. 그리고 파괴되었던 우리의 과거의 모습을 복원이라느 형태로 훼손하고 있었다.우리가 지금 현재 보여주고 있는 전통과 문화는 이질적이면서 인공적인 것이다. 20년전 나의 기억속의 그 거리는 이제 사라지고 없다. 나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가게나 사람을 보면 반가운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사라지고 있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우리는 그렇게 점점 더 각박해지고 삭막해지는 것 같다. 

작가는 유럽에 가면 헌책방에 들리곤 하였다. 전세계 다양한 언어로 쓰여져 있는 어린왕자를 구하기 위해서 헌책방에 들리는 것이다. 그곳에서 새책으로 된 어린 왕자가 아님 누군가의 손때가 묻어있는 어린왕자를 찾고 있다. 어쩌면 그 책이 가지고 있는 의미는 여전히 나이를 먹고 싶지 않은 작가의 마음이 투영된게 아닐까.그렇게 나 홀로 생각하게 되고 나홀로 해석하게 된다.생각이 있고 이야기가 있는 유럽여행..이 책이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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