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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의사 청진기를 놓다 - 6만 입양아의 주치의이자 엄마였던 홀트아동병원 조병국 원장의 50년 의료일기
조병국 지음 / 삼성출판사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어린 시절 서로 다른 곳으로 입양된 쌍둥이 자매가 커서 서로 재외하는 실화가 담겨진 어나더미라는 책을 본 적이 있다. 그 속의 주인공은 아니이스 보르디에와 사만다 푸터먼이며 프랑스와 미국에 입양되어 각자 프랑스와 미국에서 제 몫을 다하고 있는 모습을 어나더미를 통해서 알수 있었으며, 이십년간 서로 떨어져 있었음에도 서로 비슷한 취향과 습관들을 가지고 있는 것에 놀라게 된다. 두 사람이 해외로 입양되는 그 과정에는 홀트 아동 복지회 원장으로 50년간 있었던 조병국 원장님이 있었다.
50년간 6만명의 입양아이를 확인하고 다시 해외로 보내는 과정은 쉽지 않다. 아이를 처음 만난 그순간,그리고 다시 해외로 떠나 보내는 그 심정 사이에서 아이가 건강하게 행복하게 새로운 가정에 정착하기를 원하였다. 때로는 장애를 가진 아이를 챙겨야 했던 조병국 원장은 그 아이가 세상을 떠남으로 인하여 슬퍼할 수 밖에 없었다.대한민국 사회에서 홀트 복지회에 대한 처우가 처음부터 좋았던 건 아니었음을 알게 된다.
1960년대. 그 때 당시 6.25 한국전쟁으로 인하여 산 사람조차도 굶어 죽는 일이 다반사였다. 나의 기억속에 존재하지 않는 외삼촌, 이모도 그 때당시 세상을 떠났으며, 홀트 아동복지회에서 세상을 떠난 어린 아기들에게 수의를 입힌다는 것은 사치였다. 창호지 두장을 아기의 시신에 덮어야 했던 현실..그 현실은 어무나 아픈 우리의 자화성이었다. 시체 안치소에 냉장시설이 없어서 아이를 밖에 보관하였고, 그걸 손수 조병국 원장의 손으로 해결해야만 하였다.
화장실에서 들리는 울음소리..푸세식 화장실에서 들리는 소리였다. 아기는 그렇게 푸세식 화장실에서 똥을 뒤집어 쓴채 발견되었으여, 똥독에 오른 아기였다.그 아기를 낳은 산모는 아이를 화장실에서 혼자 낳은채 그대로 방치해 버렸고 사라졌다. 무정한 엄마의 모습..아기의 생명은 그렇게 건강하게 살아남아 100일이 지났지만 아쉽게도 돌떡은 먹지 못하였다...아기가 가지고 있었던 경피증이 아이의 생명을 멈추게 되었던 것이다. 그렇게 조병국 원장님은 아이가 세상을 떠난 것에 대해 자책하게 되고 미안하게 된다. 생명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생명을 떠나 보낼때의 안타까움은 어쩔 수가 없었다...
고아원에서 자란 맹맹이 언니. 열다섯 맹맹이 언니는 조병국 원장 집에 자주 놀러왔다. 부모의 사랑을 얻지 못하였기에 그 사랑을 조병국 원장을 통해서 얻고 싶어했던 맹맹이 언니는 그렇게 조병국 원장님의 집에서 자신의 아이를 대신 돌봐주는 식모살이를 자처 하면서 아이를 3년간 길러주었던 소중한 사람이었다. 그 언니는 남자와 결혼하여 행복을 꿈꾸었지만 ,그것이 쉽지 않았다. 아이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항상 사회의 힘겨움과 부딪쳐야 했으며, 조병국 원장님의 손을 빌릴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두사람은 세월이 흘러 다시 만나게 된다. 그동안 두 아이의 엄마가 된 맹맹이 언니의 두 아들이 벌어온 첫 월급을 조병국 원장에게 드리기 위함이었다.그렇게 두사람의 인연은 서로의 인생이 교차되면서 함께 하게 된다. 그리고 조병국 원장의 아이들은 맹맹이 언니를 기억하게 된다.
살아가면서 우리에게 필요한 딱 한가지가 있다면 사랑이 아닐까 생각한다. 살아가는데 있어서 물질적,정신적인 욕구도 필요하지만 우리에게 더 필요한 것은 사랑이며,나눔이었다. 항상 남을 위해 자신의 삶을 모두 다하였던 조병국 원장의 50년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