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베르트와 나무 -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와 나무 인문학자의 아주 특별한 나무 체험
고규홍 지음 / 휴머니스트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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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컴한 밤,정전으로 불이 안 들어던 때 물을 마신 적이 있습니다. 부엌과 정수기 사이를 오가면서 내 앞에 있는 장애물이 나 스스로 다치게 만들지 않을까 하는 걱정.. 시간이 상실되어 있는 나 자신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시력이 순간적으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일상 생활이 정지가 됩니다. 우리의 삶과 생활, 문화와 경험들이 대부분 시각과 연관이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시각을 어릴 적부터 잃은 사람이라면 집에 불이 안 들어와도 조금 조심스럽지만 큰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며, 익숙한 물건들을 만지고 느끼고 냄새맡습니다. 그들에게는 시간이 사라짐으로서 우리가 만들어놓은 시간 세상에서 불편함을 느끼지만 속도를 늦추면서 더 깊이 그리고 다양하게 체험하고 경험을 합니다. 


책에 나오는 피아니스트 김예지는 시각 장애인입니다. 두살 어린 나이에 시각을 잃고 서울 맹학교를 나와 스스로 음악인생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눈이 안 보이지만 청각과 후감,미각,촉각은 더 예민해졌고 더 깊어졌습니다. 자신의 잃어버린 시각을 보조해주는 건 애완견 찬미입니다. 물론 김예지는 공연을 할때면 그 곁에는 언제나 찬미가 있습니다. 그렇게 나무와 피아니스트 김예지, 서로 이질적이지만 만나게 됩니다. 


시각으로 바라다 보는 나무의 느낌과 김예지가 바라다 보는 나무의 느낌은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시각적인 정보를 통해서 나무의 세세한 것까지 확인할 수 있지만, 반면에 촉각과 후각, 청각과 촉각은 둔해져 옵니다. 때로는 나무를 만지려 조차 안 할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나무에 관한 많은 정보를 시각을 통해서 많은 걸 얻을 수 있습니다.하지만 김예지는 그럴 수 없습니다. 시각을 촉각과 후각,청각을 통해서 많은 걸 받아들여야 합니다. 거대하다는 느낌을 온몸으로 나무와 함께 하지 않으면 그 느낌을 알 수가 없습니다. 물론 커다란 나무 전체에 대해서 모든 걸 알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촉각과 후각을 통해서 부드러움과 딱딱함,거칠다와 따가움, 따스함와 차가움을 함께 느낄 수 있고 그 경험을 통해 상상하게 됩니다.. 그 상상은 우리의 경험과 다른 방식으로 나무를 느끼는 것입니다. 


그렇게 처음 나무는 자신에게 장애물이자 거추장 스러운 존재였지만 조금씩 나의 동반자이자 위로와 평온함을 함께 느끼는 존재로 바뀌게 됩니다. 나무는 우리 곁에 머물면서 있는 듯 없는듯..그렇게 한자리에서 우리 삶과 공존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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