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를 든 루스 - 제7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
이지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내 이름이 불리어지지 않은 적이 있다. 중 고등학교 친구들 사이에서 이름보다는 별명이 더 익숙하였고 친구들은 내 이름을 알고 있음에도 별명을 먼저 불렀다. 물론 선생님 또한 아이들 사이에서 '학주' '재원이 누나' '가가멜' 아즈라엘' '대머리 아저씨' 처럼 별명으로 불렀으며 나의 경우는 '벽돌'이었다. 여기서 내가 벽돌이라 불렀던 건 그때 당시 오락실에서 테트리스가 유행했으며, 50원을 넣고 두시간 이상 혼자서 게임하는 나의 모습을 친구들이 보았기 때문이다. 학창시절 별명들은 인터넷이 등장하면 닉네임으로 바뀌게 된다.여기서 닉네임은 나의 이름을 감추고 나 스스로 사람들에게 보이기 위한 또다른 이름이며 서로가 서로의 닉네임을 통해서 대화를 하고 소통을 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 닉네임은 나의 기분이나 상황에 따라 다양한 이유로 바뀌게 된다.


뜬금없이 별명과 닉네임을 이야기 하는 것은 <담배를 든 루스> 에 나오는 사람들이 주다정 한사람만 빼고 이름이 아닌 닉네임으로 불리면서 그들은 각자 그 닉네임으로 서로를 알아본다는 것이다. 이름을 감춤으로서 나 자신을 감출수 있으며 사람과 사람 사이에 암묵적인 거리감을 유지 할 수 있다.여기에는 나의 사생활에 대해서 내가 말하는 것 이상으로 알려고 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는 그런 규칙이 있다.




<담배를 든 루스> 는  영국 현대미술작가 줄리안 오피 의 작품 <담배를 든 루스> 에서 따왔다는 걸 알 수 있으며 소설속 주인공 나의 모습을 투영하고 있다. 개발과 재개발 사이에서 싸구려 월세방에 살고 있는 주인공은 23살이며, 어느날 자신이 소중히 여기던 낡은 베개가 사라져 버렸다.그럼으로서 자신을 가두고 있던 방에 나왔으며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들어주는 <날씨 연구소> 에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하게 된다. 


<날씨 연구소> 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주다정을 제외하고 주인공처럼 이름이 없다. 자신의 이름을 감추고 있으며 그들은 각자 서로 다른 닉네임을 가지고 있다. 주인공은 역시 캐스터 리즈라는 이름으로 불리어지지만 손님들은 그녀에게 '아리','유키','네코' 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으며 그 닉네임으로 그 사람과 주인공의 관계를 느낄 수 있다. 그렇게 주인공의 곁에는 감독,순수언니,문어,난장이 삼형제,예비감독,BJ 흐켱,사장인 웨더민과 사모님이 있으며, 사람들이 가진 고민들과 외로움,그리움을 들어주는 곳이다.  <날씨 연구소>는 유키상의 죽음으로 인하여 사람들에게 소문이 났으며,  <토킹바 씨밀레> 라는 이름으로 가게를 재오픈하게 된다. 


이렇게 소설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과 그들이 가지고 있는 기존의 직업과 감추어진 사연들 속에 우리 현대인의 일상을 느낄 수 있다. 예비 감독은 자신의 작품을 하나 만들기 위해서 분주하게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현실을 보여줄 수 있으며, 희망을 이야기 하지만 실제로는 불행에 가까운 현실이 놓여져 있었다.그리고 그런 모습들이 우리 주변에 보여지는 일상과 교차된다는 걸 알수 된다.


그렇게 주인공 '나'의 모습 속에서 느껴지는 건 자신의 현실 속에서 자기 스스로 변화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상실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베개가 사라짐으로서 알을 깨고 세상속에 나올 수 있으며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다. 그렇게 다양한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부대끼면서 자기 스스로 무엇을 해야하는지 깨닫게 되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된다. 주인공이 마지막 자신의 헌 베개를 내려 놓고 새로운 베개를 사는 것..베개는 주인공에게 안전과 울타리를 상징하였다.


'인생이 불행한 건 주로 추상어 때문이다. 없는 걸 발명한 대가로 우리는 언제나 불행한 것이다.나는 더 불행해지고 싶지 않을 때면 사진을 찍었다.액정 속의 풍경과 사물은, 언제나 현실보다 아름다웠다. 좀 더 불행해지고 싶을 땐 드로잉을 했다.내가 만든 세상은 더 어두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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