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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방에 내가 없다
권지연 외 지음 / 작가의집 / 2026년 6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다시 만난 엄마의 가방엔 그 지갑이 들어 있었다. 엄마에게 가방 하나 사러 가자고 말했다. 엄마는 여전히 싫다고 하신다. 이리 줘. 내가 들어줄게., 괜히 심통이 나 입을 삐죽거리며 엄마의 가방을 뺏어 들었다.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가볍고 편하다던 보라색 가방에 손목이 저려왔다. (-44-)
어느 더 16년이 흘렀다. 가죽은 곳곳이 해지고 안감에는 지워지지 않는 얼룩이 남았지만, 노트북을 들고 나서는 날이면 여전히 이 가방을 집어 드나. 예전에는 아이들 물건으로 불룩하던 가방이었고, 지금은 내 물건으로 차분히 채워진 가방이었다. 그 안에는 엄마로만 살았던 시간과 다시 나를 찾아가는 시간이 겹쳐 있다. (-83-)
2주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세상은 내가 없어도 묵묵히 제 갈길을 갔다. 아이들은 엄마의 빈자리가 드러나지 않게 제 할일을 했고, 남편은 평소처럼 회사에 출근하며 아이들을 돌봤다. 해는 제 시간에 뜨고 졌다.
혼자 힘으로 버텼다고 믿었던 많은 날은, 삶이 조용히 나를 떠밀어 보낸 시간이었다. 끝내 이겨냈다고 여겼던 날들조차 그저 하루를 견딘 흔적에 불과했다. (-124-)
이처럼 가방의 역할은 결국 무언가를 담아 실어 나르는 일일텐데, 이 검은 가방 이외에 나에게 어울리는 가방이 무엇인지 아직 잘 모르겠다. 그래서 해지고 닳은 가방을 바꾸는 일이 참으로 어려운 숙제가 되어 버렸다. 지금 가방 필요한 것은 무엇이고, 그것을 담아낼 가장 적당한 가방은 무엇일까. (-167-)
흔하디 흔한 가방은 우리 일상 속에서 바질 수 없는 생필품이다. 어떤 곳에 가거나, 어떤 목적이 있거나, 나의 역할에 따라서,내가 해야 하는 일에 따라, 가방은 나에게 준비를 위한 도구이면서, 수단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가방은 나의 신분처럼 느껴질 ㄸ깨가 있다. 명품 가방을 들고 조심스럽게 움직이며, 누군가 내 가방을 가져갈까 노심초사한다. 그 과정에서, 내가 아끼던 가방이 갑자기 사라지거나, 정신없이 움직이다가 가방을 어딘가 흘리는 일이 다반사다. 가방이라는 실체가 내 삶이자 하루를 보내는 증거가 되고 있다.,
책 『내 가방에 내가 없다』은 여덟 작가의 공저이며,엄마라는 삶과 아내, 여자로서의 삶이 오롯이 나타내고 있는 가방의 가치와 의미를 곱씹어 볼 수 있었다. 아기가 있는 엄마에게 가방 안에는 귀저귀 분만 아니라, 아기를 위한 다당한 물건들이 들어간다. 친정 엄마와 함께 다닐 땐, 가방에 다른 물건이 들어가곤 했다. 학생이었을 때, 가방은 매우 묵직한 상태에서,책과 다양한 학습도구들이 들어가는 것이다. 산부인과 의사였던 김태희 님은 아내이며, 며느리, 엄마, 장녀로서,여려가지 가방을 가지고 다며, 어려서는 유행하는 가방을 꼭 사기 위해서, 엄마에게 참고서를 산다고 핑계를 대고서 대신 가방을 사곤 했다.이런 모습은 우리에겐 과거의 추억이다.
인터넷에 얼마든지 내가 원하는 것을 구매하였던 지금과 달리,그때는 현금이 있어야 가방을 살 수 있었고, 부모의 눈치를 보아야 했다. 가방 하나 사기 위해서, 등짝 스메싱은 각오해야 했다. 문제집이나 책을 위한 무거운 가방을 드는 것이 예사였던 그 시절이다. 지금은 내셔널 지오그래픽 로고나, 학생들이 감당하기 힘든 비싼 가방이 흔하다. 시대에 따라, 삶의 궤적에 따라, 나이들어가면서,가방의 용도는 바뀌고, 내 주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면서, 나에게 필요한 가방을 찾아나선다.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 장바구니가 필요하고, 우리가 지금까지 내 삶을 거쳐간 가방들은 어떤 것이었고, 어떤 브랜드였는지 생각하게 된다. 무거운 가방을 들고 다니다가., 어느새 가벼운 가방을 들게 된다. 하지만, 마음의 무게는 가벼운 가방을 들고 다닌다 해서, 마음 마저 가볍지 않다., 내 삶과 가장 오랫동안 시간을 보낸 가방이 시;간이 흘러도, 해져도 버리기가 힘들다. 내 소중한 것이 사라지는 것 같은 묘한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가방에 대한 애착은 그렇게 내 삶에 대한 애착으로 연결되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