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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
김지윤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8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장 영감의 집은 한밤중에 세탁기를 돌려도 층간 소음 걱정이 없는 단독주택이다. 연남동에 위치한 하얀 2층집. 잘 가꿔진 잔디가 제법 넓게 펼쳐진 마당도 있고 듬직하고 커다란 철 대문도 있다. (-11-)
대문을 열고 집 마당에 들어선 장 영감은 제일 먼저 빨랫줄에 걸려 있는 이불을 만졌다. 아직 축축하긴 하지만 조금 더 말리면 될 것 같았다. 문제는 냄새였다. 진돌이의 오줌 냄새가 고약한 것인지 아니면 오래된 세탁기가 영 제기능을 못하는지 냄새가 쉬이 없어지지 않았다. (-17-)
빨래방 주인이 둔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가 잃어버린 것인지 모르겠지만 어느새 다이어리에는 여러 사람의 크고 작은 고민이 적혀 있었다.
살기 싫다 . 사는 게 왜 이렇게 힘드냐. (-26-)
입구부터 먼지 한 점 없이 깔끔하게 정리된 작업실에 들어섰다. 먼저 거실 창문을 열고 환기를 했다. 거실과 마주 보고 있는 주방 창문을 열자 초여름의 새벽 공기가 양쪽에서 불어와 거실 중간에서 부딪쳤다. 작업실 곳곳에 바람이 닿았다. (-182-)
하준이 빨래방에 도착했을 때 어제도 하와이 노래방에서 마주쳤던 세웅이 있었다. 어찌나 목소리가 크던지 하준이 칸까지 세웅이 부르는 버즈의 <남자를 몰라> 가 새어 들어왔다. 코인 노래방에서도 빨래방에서도 몇 번을 마주치자 세웅이 먼저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러자 하준도 어색하게 웃으며 인사를 했다. (-117-)
소설 '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은 뭉클 뭉클한 이야기다.이 소설은 24시간 무인 빨래방 '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연두색 다이어리가 있었고,그 다이어리에는 빨래방에 들어왔다 나간 누군가의 마음과 고민이 적혀 있었다. 다이어리지만, 방명록 같은 그러한 다이어리다.
우리는 각자 사연을 품고 살아간다. 누군가 알아주지 않아도, 내 마음을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이 숨어 있다.내 마음 같지 않다는 걸 우리는 깨닫게 되고, 그 안에서, 서로 보이지 않는 연결이 있다. 지금은 24시간 무인 빨래방이 대신하고 있지만, 예전에는 세탁소나 복덕방이 사람의 마음이 모이고 모이는 그러한 곳이었다. 내 마음과 고민들을 터놓을 수 있고,그것이 내 마음에 알알히 맺힐 때, 내 마음은 이유 없이 뭉클해진다. 내 삶의 따스한 일기장, 가까운 사람에게 말할수 없지만, 누군가는 알아줬으면 하는 그러한 일기장 속에서, 내 사람의 한 발자국을 다이어리에 남기고,그 발자국을 누군가는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마음에 위로가 되고, 아픔이나 슬픔이 치유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소설에서 눈여겨 보았던 것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놓치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서로 각자 살아가고,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내 마음을 누군가에게 말하기 힘든 시대에 살고 있다. 가족 대신 강아지와 함께 사는 것이 익숙해지고, 사람에게 상처받지 않고 싶은 그 마음들, 우리는 마음 속에 응어리진 아픔과 상처를 끌어안고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