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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도 애인이 생겼다 - 유비자 산문 시집
유비자 지음 / 도토리숲 / 2025년 1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그땐 그랬다.
집집마다 대문이 없던 시절
성북구 돈암동 437번지
함께 젖으며
우산도 없이 천방지축 나대던
검정고무신 어린 시절 친구들이
빛바랜 흑백 그림엽서가 되고 아련한 노스탤지어가 된다. (-22-)
크리스마스이브라고 모두가 즐거운 성탄절이 아니듯
그날도 앰뷸런스 도로를 무한 질주하고
응급실은 피 흘리는 환자들로 아우성이지
우리가 밤에 더 아픈 까닭은
결국 아픔은 오롯이 혼자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지
열이 나는 내 이마에
따뜻한 물수건에 갖다 대어 줄 사람
돌이켜 보면 우리에게도
소통하며 따듯한 세상을 마음에 담은
사각형의 하얗고 작은 물수건이 있었지
엄마였고 아빠였고 형제자매였고
친구였고 그리고 이웃이었자, (-43-)
멍 대리며 무채색 망막에 펼쳐진
창박의 숲을 보니 싱싱한 숲 가지 마디마디가
바로 내 손에 뚝뚝 닿을 것 같다. (-77-)
무수히 많은 편린들이
'에라 모르겠다'라는 심정으로
무질서하게 모자이크를 이루는 광기의 세상
우리는 매일매일 짊어지는 혹독한 삶의 무게를
각자 '소리 없는 아우성'으로
녹이고 삼키고 있지는 않은가. (-132-)
시인 유비자는 대우그룹과 동양그룹에서 20여년간 근무하였으며, 출판사 운영 및 유도 유단자이며, 통기타를 즐기는 서에가이기도 하다. 21세기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문과 무를 겸비한 시인이며, 통합적 사고를 추구하는 시인이기도 하다.
이번에 나온 시집 『내게도 애인이 생겼다』은 산문 시집이며, 시가 추구하는 형식에 구애되지 않으면서,자신의 생각과 가치관, 세상을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으로 채워지고 있었다. 편리한 세상, 단절된 이웃,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문명이 화산되고,한시라도 스마트폰 없이 살아가기 힘든 우리 삶에서,아날로그적인 삶에 대해서 이해과 공감, 감사의 힘을 얻을 수 있다.
챗gpt가 있어서, 백과사전 없이 살아가지 않아도 된다. 사전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왔다. 편리한 삶 속에서,우리는 하루 하루 일회용적인 인생을 마주한다. 서로 이해하려 하지 않은 채, 정보 홍수 속에서 살아가며, 규칙적인 삶과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삶을 살아감으로서, 나와 타인의 관계가 옅어지고 있다. 채과 멀어지고,시집과 멀어지는 삶을 살아간다. 낭만과 자연스럽게 멀어진다. 우리 삶 속에 존재했던 친구와 이웃이 ,나에게 이로운 존재가 아닌, 감시하고, 서로 불신하는 관계로 이어지고 있음은 시인은 경계하고 있었다. 탐욕스러운 삶을 내려 놓고, 광기로 채워지고 있는 세상에 대한 걱정근심을 느낄 수 있다. 나눔을 통해서, 서로 돕고 돕는 관계로 나아갈 때, 우리가 사는 세상이 사람이 살아갈 수 있는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으며,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 과거에서,자신을 돌아보고, 현재의 삶에 충실함으로서,미래의 희망을 발견하고, 조금씩 불안한 삶에서 벗어나,자연과 벗하며, 반려동물과 교감하며 살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