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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로 가야겠다
도종환 지음 / 열림원 / 2025년 1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입춘이 지나갔다는 걸 나무들은 몸으로 안다.
한문을 배웠을 리 없는 산수유나무 어린 것들이
솟을대문 옆에서 입춘을 읽는다.
이월이 좋은 것은
기다림이 나뭇가지를 출렁이게 하기 때문이다. (-22-)
말로 표현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서
이렇게 빛깔로 드러냈어요.
이게 제 마음이에요.
제 안에 있던 것들이에요.
형언할 수 없고
설명할 수 없고
이해하지 못할
많은 것을
햇빛에 녹여내고
바람에 씻어서
사월에
이렇게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32-)
고요는 내가 얼마나 외로운 영혼인지 알게 한다.
고요는 침착한 두 눈으로
흘러가는 시간을 보게 하고
육신이야말로 얼마나 가엾은 것인지 알게 한다.
고요는 내 안에 오래 녹지 않은 얼음덩이와
그늘진 곳을 보여준다. (-54-)
꽃들은
꼭 높은 곳에 파어 있지 않다.
자리가 그를 높게 만드는 게 아니라
겸허가
그를 높게 해준다. (-61-)
물 같은 분이셨다.
그를 핍박했거나 비난했던 이들은
불 같은 분이라 의심하였으나
아무래도 물 같은 분이셨다 그는
가장 낮은 곳으로 가라고 하셨다
낮은 곳을 택해 나아간 것들이
물줄기를 이루고 강이 되어 멀리까지 가듯
낮아지고 낮아져야 한다고 하셨다.
낮은 곳에 누워
강물이 가르쳐주는 소리 듣고자 하셨다. (-130-)
1986년 12월 발표한 '접시꽃 당신'으로 유명해진 시인 도종환은, '접시꽃 당신' 신드롬을 불러 일으켰으며, ''접시꽃 당신'' 영화로도 만들어졌다.그는 이후 국회의원이 되었고, 문체부 장관으로 정치인으로서 자신의 업적을 만들어 나갔다.
일흔이 된 그가 이제는 '고요'와 '겸손'으로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보고 있었다. 인생의 가치,인생의 철학을 느껴 볼 수 있다. 그가 살아온 인생을 보면서,시집 『고요로 가야겠다』 을 통해서, 앞으로의 인생을 돌아본다.
고요한 삶은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자신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 알게 해주고 있다. 고요함 속에 겸허함이 숨어 있다. 어떤 상황, 어떤 조건, 어떤 상황에 놓여진다 하더라도,스스로 고요함을 유지하며 살아간다면,앞으로 내 앞에 놓여진 인생에 변화를 얻을 수 있다.
번잡함을 버리고, 기다림을 인내하는 삶 속에서, 번뇌에서 자유로워지는 길은 고요함에 있다.자연은 소란스럽지 않다.어떤 상황이 있어도, 순리에 따라 살아간다.불안한 삶을 살아가지 않으면서,자신의 색을 유지하며 살아간다. 말이 아닌, 언어가 아닌, 스스로 보여줌으로서,자신을 온전히 드러내고 있었다. 삶에 있어서,진실과 진리를 추구하며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느낄 수 있었다.
나를 낮추며 살아간다는 ,물같은 삶을 살아가는 이들은 나를 낮추고 또 낮추며 살아가는 이들이다. 나를 낮추며 살아갈 때 스스로를 높여주고, 강물이 가르쳐주는 소리를 얻는다.내 삶에 있어서,자긍심과 자신감을 얻고 있다. 적극적으로 고요를 추구하며 살아간다. 어떤 상황에 놓여지더라도, 어떤 삶을 살아가더라도, 누구와 함께할 때도,고요를 추구하며 살아간다면,내 삶에 고통과 고난한 삶에서 벗어날 수 있고, 스스로 평정심을 얻을 수 있다.고요를 추구하는 사람은 소람스럽거나 요란하지 않다. 언제나 자신의 삶을 잔잔하게 유지하며 살아간다. 자연이 주는 고요함은 자연의 순리에 따라 살아가면서, 언어적 사유가 아닌, 몸짓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삶을 추구한다. 언어 깊숙한 곳에 숨겨진 거짓을 덜어내고, 몸짓 속에 깊숙이 감춰진 참된 삶으로 채워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