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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의 쓸모 - 슬기로운 언어생활자를 위한 한자 교양 사전
박수밀 지음 / 여름의서재 / 2024년 12월
평점 :

시視는 하나를 집중해서 들여다 보는 것이다. 텔레비전을 시청할 때는 두리번거리며 보지 않고 주목해서 본다. 주시는 어떤 대상에 대해 정신을 하나로 모아 집중해서 잘 살펴보는 것이다. "전방주시"라는 말은 앞쪽을 집중해서 잘 살펴보는 것을 뜻한다. 응시도 있다. 응凝은'엉기다' 는 뜻이니 엉겨 붙은 것처럼 한 지점을 뚫어지게 보는 것이다. (-17-)
첨瞻은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보는 것이고, 瞰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 보는 것이다. 경주에는 신라시대에 하늘을 관찰했던 누대인 첨성대가 있다. 첨성대란 하늘의 별을 보는 곳이란 뜻인데'첨 瞻'자를 쓴 것은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본다는 뜻을 담은 것이다.조감도 鳥瞰圖는 새처럼 굽어본 그림이란 뜻으로 높은 곳에서 아래로 내려다보았을 때의 모양을 그린 그림이나 지도를 말한다. (-18-)
의사는 성패와 관계없이 총이나 칼 등 무기나 무력을 통해 항거하거나 순국했으니 의사다. 일제강점기에 일본 왕의 생일날 행사장에 폭탄을 던져 일본 상하이 파견군 대장 등을 죽이고 현장에서 체포되어 순국한 윤봉길 의사도 있다.반면 열사는 직접적인 행동 대신 강력한 하의의 뜻을, 죽음으로써 자기 뜻을 내보인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조선 후기에 이르러 남편이 죽으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여성들을 열녀라 불렀다. 네덜란드 헤이그의 특사로 파견되어 독립을 위해 일하다 순국한 이준 열사가 있다. (-28-)
누 樓는 대 위에 지은 집으로 폭이 좁으면서 가로로 길게 만들었다. 땅에서 사람의 키 높이 정도에 마루를 두었다. 마루방 형태라고 보면 된다. 창문을 달아 사방을 막기도 하지만 사방을 툭 틔워 시원스레 풍경이 바라다 보이도록 했다. 당 堂 과 만드는 방식이 비슷하나 높이가 더 높다. 주로 연회를 베풀거나 손님을 접대하는 용도로 썼다. (-42-)
저격 狙擊 이란 말은 원숭이와 관련 있다. 저격은 어떤 목표물을 겨냥하여 쏜다는 뜻이다. 저격의 저 狙 는 긴팔원숭이를 가리킨다. 이 원숭이는 꾀가 매우 많고 교활하여 먹잇감이 있으면 틈을 노렸다가 단번에 후려친다. 곧 저격狙擊이란'긴팔 원숭이가 후려친다.'는 뜻이다.이 말이 어떤 대상을 노려서 치거나 총을 쏜다는 뜻으로 쓰이게 되었다. (-60-)
낭패라는 말도 상사의 동물과 관련 있다. 실패로 돌아가거나 바라던 일을 그르쳤을 때 '이거 참 낭패군.'이라고 말한다. 낭패는 본래 전설상의 이리과 동물이다. 낭狼은 뒷다리가 너무 짧고, 패 狽는 앞다리가 매우 짧다. 낭狼은 꾀가 부족하지만 용맹하고 패 狽는 영리하지만 겁쟁이다. 낭과 패는 혼자서 다닐 수 없으며 항상 같이 붙어 있어야 다닐 수 있다. 둘이 합치면 그야말로 찰떡궁합이지만 서로 다투어 떨어지기라도 하며 아무 일도 못 하고 만다. 그리하여 낭패는 바라던 일이 실패로 돌아가거나 기대에 어긋나 딱하게 되었을 때 쓰는 말이 되었다. (-64-)
그리하여 육지에 가까운 바다에서 고기잡이하는 배를 근해어선이라 하고, 육지와 멀리 떨어진 바다에서 고기잡이하는 배는 원양어선이라고 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해 海는 규모가 작은 바다이며, 양洋은 규모가 큰 바다다. 북빙양, 남빙양은 흔히 북극해, 남극해라고 부르는데 다른 대양에 비해 규모가 작을 뿐더러 육지나 얼음과 붙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둘은 대양으로 분류하고 있다. 해 海와 양 洋은 영어에서도 구별해 쓴다. 해海가 붙은 바다는Sea 로 쓰고 양 洋 이 붙은 바다는 Ocean으로 구별해서 쓴다. 예컨대 동해는 East Sea라 쓰고, 카리브해는 Caribbean Sea 라 쓴다. 반면 태평양은 Pacific Ocean,남빙양은 Arctic Ocean으로 표기한다. 한편 멕시코만,알래스카만처럼 만灣이라는 명칭도 있다. 만 灣은 물굽이라는 뜻으로 바다가 육지 쪽으로 오목하게 들어온 형태를 말한다. 바다가 육지에 둘러싸여 있으므로 물결이 잔잔해 항만이 발달해 있다. 항만은 항구와 마을 결합한 개념으로 배가 안전하게 드나들거나 머무르고 물자를 싣거나 내릴 수 있는 시설을 갖춘 장소를 말한다. 우리나라엔 영일만, 광양만, 진해만, 속초만 등이 있다. (-80-)
한자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신문이다. 어릴 적 신문을 제대로 보려면, 한자를 반드시 익혀야 했다. 한국이 일본,중국과 같이 한자권 나라였고, 컴퓨터가 본격적으로 대중화되기 이전에는 한자를 널리 쓰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처럼 여겨졌다. 1980~90년대 출간된 책들 주에 ,많은 책들이 한자를 병행해서 쓴 것을 기성세대는 추억처럼 생각하고 있다. 물론 1995년 중앙일보가 글자를 전면 가로 쓰기로 전환하면서, 한자 대신 한글을 쓰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대한민국에서,한자는 시험이나 교육을 위한 목적이 아니라면, 점점 더 쓰이지 않는 추세다.
21세기 들어서서, 한자 공부가 대중적인 현상,교양과목으로 추가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한자 검정 시험을 치는 이들이 늘믈어나고,교양으로 맹자, 논어를 공부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한자를 이해한다는 것은 한자로 표기되지 않는 한글의 깊은 의미를 안다는 것이다. 경주에 가면 첨성대의 '첨'이 어떤 의미인지 알기 힘들다. '윤봉길 의사'와 '유관순 열사의 차이에 대해서, 설명할 수 있고, 낭패라는 단어의 뜻, 유예라는 단어의 뜻을 가르쳐 줄 수 있다. 한글 단어 하나하나에 의미가 있으며, 주변에 널리 펴져 있는 문화재에 대해서, 그 이름이 품고 있는 가치와 역사적 의미를 설명할 수 있다. 예컨대 내가 사는 곳에 있는 부용대(芙蓉臺),선암대(仙巖臺) ,가학루(駕鶴樓) ,계서정(溪西亭),금선정(錦仙亭) 의 역사적 이름과 개념 ,역사적 의미와 가치에 대해서,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 쉽게 설명할 수 있다.문화해설사, 관광해설사라면, 한자 공부는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