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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쓰, 웁쓰 - 비움을 시작합니다
미깡 외 지음 / 에피케 / 2025년 8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그리고 아까 네 말 듣고 가만히 생각해 봤는데...내가 음식을 대하는 태도라든가 너한테 화났던 이유가...음식물 쓰레기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인 것 같아. 나 그 냄새 정말 싫어. 그거 들고 엘리베이터 타는 것도 싫고, 공용 처리기 투입구 진짜 더러워서 갈 때마다 토할 것 같아. (-29-)
인생의 오전에는 나를 지나칠 정도로 사랑해야 한다. 제아무리 나를 낳거나 길러 준 부모라 해도,나를 조건 없이 사랑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부터 나를 믿어야, 내재된 어느 하나라도 발현될 수 있다. 인생의 오후에는 정반대의 태도가 필요하다. <내가 뭐라고>라고 생각하며 에고를 다그치는 게 오히려 낫다고 본다. (-50-)
살다보면 누구나 한 번 쯤은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고 싶다>는 다급함 충동을 느낀다. 나처럼 물건도 사람도 좋아하고 수집을 열심히 하는 사람은 그런 도피적인 생각이 계절처럼 마름에 찾아온다. 어떻게 해도 마음 속의 공허함이 채워지지 않을 때마다 말이다. (-83-)
어쩌면 내가 아이들 사이에 겉도는 이유가 여기 있을지 모른다. 덩치와 외모에 맞지 않는 , 또래 남자애들 사이에서는 희귀한 여성스러운 면모에, 아니, 여성스럽다는 말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나다운 면모에. (-92-)
신선한 재료를 골라 장을 보고, 정성껏 손질하며 , 여기까지 와준 자연의 신비와 농부의 손질을 감사히 여기는 마음.먹는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며 에너지와 노력, 시간을 담는 일. 그것은 자연과 사람, 세상의 보이지 않은 수고로움을 아끼고 겸허히 끌어안는 마음이다. (-113-)
음식 쓰레기를 '음쓰' 라고 줄여서 부른다. 지인이 낸 책이 있었다.그 책을 에폭(구소은 작가 '에펠탑을 폭파하라')이라 부르고 있었던 이유도, 한국인 특유의 언어 유희, 줄여쓰기 방식인 것이았다. 음식 쓰레기 하면 떠오르는 것이 , 주변에 널려 있는 음식 쓰레기통이다. 집집마다 먹고, 내 입으로 들어가는 모든 것이 음식이 되고, 유통기한이 지나거나, 부패된 것들은 '음쓰'가 된다. 버리고, 비우고, 채워지는 것, 이것은 음식 뿐만 아니라, 우리 일상 속에 모든 것들이 여기에 해당되고 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일상 속 반복되는 정리 정돈이 아닌가 싶다.
『음쓰, 웁쓰』은 여섯 작가의 엽편과 짧은 에세이로 구성되어 있었다.가볍고,얇은 책이며, 우리가 음식을 대하는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어떤 사람에게 손이 크다 말하는 것도 음식을 하더라도 양이 크다는 의미를 가진다. 음식을 적게 해서 욕을 먹는 것보다, 음식을 많이 먹어서, 풍족한 것이 더 낫다는 정서가 우리에게 있다. 많이 먹고,이웃에게 나누어 주는 풍습 때문에 가능한 한국 고유의 음식 문화다.
좋은 점도 있지만, 나쁜 점도 있다. 버리는 것이 너무 많아진 것이다. 비우고, 채워지는 일상 속에서, 우리는 때때로 냉장고 안을 정리하고,비워야 하는 일상이 펼쳐진다. 음식 스트레스가 쌓인다. 특히 가득 찬 음식들, 언제 넣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음식들이 널부러져 있다.'음쓰'에는 우리 일상이 녹여 있고,우리의 인생이 담겨져 있다. 음식을 적게 준비하고, 먹을 만큼 만드는,아끼는 것도 중요하지만, 덜어내는 지혜도 필요하다. 너무 많이 채우고, 너무 많이 버리는 한국인의 삶과 음식 문화가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