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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늦은 용서
최은주 지음 / 북플레이트 / 2025년 8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아들 진섭아. 네 아버지는 좋은 사람이었다.
시집와 살림살이 5년, 그때 나는 행복한 아낙네였다. 이제와 네 아버지와 나와의 얄궂은 인연을 말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냐만 그래도 한 번은 자식인 네게 말해 주고 싶어서'하루가 늦은 용서'라는 제목으로 내 인생살이를 써보았다.
혹여 늙은이 푸념이라 생각되면 보지 않아도 괜찮다.
낳기만 했을 뿐 기르지 못한 나를 에미라고 받아준 네가 있어서, 10년 세월이 행복했다.고맙다.
아들아, 며늘아, 고맙다.(-19-)
순금이 타 가마가 온양에 다다르자. 순금은 신랑과 나란히 우마차를 타고 광덕면을 지나 소정리로 들어섰다.
마부는 잠시 목을 축인 뒤 곧바로 길을 떠나 점심 무렵엔 조치원에 도착, 점심을 먹은 후 대전을 행했다. (-55-)
사실 진섭과 계자는 '아버지의 방을 어디로 정할까?' 하고 여러날 동안 생각하다가 이층은 노인이 오르내리기에 힘들 것 같아서 좀 작더라도 딸애가 쓰던 건넌방을 말끔히 청소한 후 병풍을 치고 보료를 깔아 놓았다. (-101-)
어느 새 날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시원한 밤바람이 귓가에 스쳤다. 집에 가면 모든 걸 다 잊어버리겠다고 입속으로 되뇌던 순금의 눈앞에 도 다시 57년 전의 남편 모습이 떠올랐다.
자상한 말투로 '친정에 다녀오라.'며 자신의 손에 하얀 봉투를 쥐여 주던 남편의 모습이 음흉한 악마처럼 떠올랐다. (-120-)
철도에서 성실하게 근무하던 도국장은 35살의 노총각 신세에서, 아내를 만나서 늦은 나이에 결혼식을 올렸다. 엄마 얼굴 모른 채 살아야 했던 50여 년간의 세월을 견디며 살아온 도국장,즉 도진섭 앞에 어느날 생모가 나타났다. 생모의 이름은 순금이었다.
소설 『하루가 늦은 용서』의 주인공은 도국자의 새오 최씨 순금이다. 아들과 헤어지고, 엄마에 대한 기억이 없었던 진섭은 생모가 일본으로 건너갔다는 아버지의 말을 그대로 믿으며 살았다.생모 대신 지에 들어온 새엄마는 일본여자였고, 자신의 삶은 그렇게 50년간의 시간이 지난 상태였다.
오해 아닌 오해, 비밀 아닌 비밀이 박혀진 것은 하나의 편지에 있었다.그 편지는 '히루가 늦은 용서'라는 이야기로 연결되고 있었다.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이혼당했어야 했던 순금의 딱한 사정은 소소한 위자료로 대신하긴 힘들었다. 피붙이 아들을 놓치지 않았고,기억하며 살아온 세월이다. 어느 덧 어른이 되었던 진섭이 생모를 마주하면서, 느꼈던 감정이 이 소설에 잘 드러나고 있었다. 생모와 새어머니,그 안에서, 아버지의 선택과 결정으로 인해,자신의 운명이 바뀌게 되었으며, 생모를 통해, 어린 시절 자신의 삶을 소환할 수 있었던 진섭이다.이 소설은 1950년 전후 한국 전쟁 당시 가난했던 우리의 정서와 일치하고 있다. 여성의 삶에 대해서, 여성의 인권이 없었던 그 시절, 한 개인의 의지나, 욕구는 무시당하기 일수였고, 누군가 결정하면,그것을 따르는 게 일반적이었다. 한 집안에 두 명의 여성이 있던 그 시절을 이 소설에서 ,진섭과 순금, 두 모자 간에 잘 드러나고 있다.우리는 그렇게 가난하게 살아왔고,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