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금수 의복 경연 대회
무모한 스튜디오 지음, 김동환 그림, 김진희 글 / 하빌리스 / 2025년 7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N이여. 방주를 지어 모든 생명을 한 쌍씩 그 안에 싣거라."
신의 목소리는 낮게 울렸고, N은 망설임 없이 손을 움직여 나무와 땀으로 방주를 엮었지요. 그는 날짐승의 바람, 들짐승의 울음을 품었어요. (-6-)
"저 놈들이 <금수 경연 대회> 를 노골적으로 반대하는 것 같아 우려되네. 반인간주의 찌라시까지 만들어 뿌려대던데, 거기에 '옷은 우리의 본능을 억제하는 족쇄' 라고까지 쓰여있더군. 주최 측은 이런 걸 다 고려하고 경연대회를 준비하는 거겠지?" (-30-)
첫째, 안간은 심사가 시작되기 일주일 전에 보내겠다. 그때까지 플랜시 너는 w 에게 옷감을 구했다느니 하는 얘기를 일절해선 안되며, 만나서도 안 된다. 그리고 옷감을 전해주고 난 뒤론 이 경연 대회에서 손을 완전히 떼도록 해. (-92-)
"하지만 키키.네가 기억해줬으면 하는 게 있어. 우린 언제나 네 편이고, 네가 원하는 옷과 구두 그리고 모자를 만들기 위해 여기 있다는 거야. 네가 우리의 중심이라는 거 잊지 말아줬으면 해."
키키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154-)
<전서구일조>에서 장소로 '플룸 래드'를 언급했을 때, 그 광활한 공간을 주최 측이 어떻게 사용할지가에 대한 갖자지 추측이 난무했지만, 심사가 열리기 전까지 문자 그대로 철저히 베일에 싸여 있었다. (-160-)
"그렇습니다. 무릎도 불편하고 다리도 짧은 탓에 ,중심을 잡을 수가 없더군요. 그래서 왼쪽에 인소를 무리하게 넣으며 걸어도 보았죠. 몇 걸음도 걸을 수 없었습니다. 다른 슈메이커 말로는 왼쪽 다리만 무리가 아니라, 앞꿈치에 반복적으로 무리하게 힘이 들어가면서 발이 기형이 되었다는군요." (-209-)
'단순히 피가 쏠렸을 뿐이야'
지금 이 순간에 눈물을 흘릴 수는 없었다. 대신 몸을 어딘가에 기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렇게 그가 붙잡은 것은 다름 아닌 돌에 맞아 부서진 , 다리가 새 개 뿐인 의자였다.(-236-)
인간의 탐욕과 욕심으로 인해, 신은 노하였고, 인간이 가진 권한을 수거하게 된다. 그리고 , 그 권한응 날짐승과 들짐승에개 주었다. 노아의 방주를 연상하게 하는 소설 『금수 의복 경연 대회』 은 인간처럼 2족 보행이 가능해지면서,새와 동물이 인간의 삶과 문화 패턴을 모방하기에 이르렀다. 인간의 패션과 패션 경연대회가 개최되고 만다. 이족 보행이 가능해진 날짐승은 양복을 입고, 코르셋을 착용하였고,하이힐을 신었다. 아름다움과 미적인 가치를 놓칠 수 없었기에 , 그 기준은 바로 인간이 해왔던 행동과 문화 양식이다. 인간 사회에 종이 신문이 있다면, 금수사회에는 전서구 일보가 있다. 비둘기가 소식을 전해주는 역할을 대신하게 된다.
소설『금수 의복 경연 대회』은 성경적 메시지와 우화적 요소를 섞어 놓았다. 인간의 어리석음에 대해서, 적나라하게 기록한다. 금수 경연대회가 열리자,옷을 만드는 재단사가 생겨났고, 신발과 다양한 패션용품을 만들기 시작한다. 물론 경연 대회를 반대하는 이들도 존재했다.나름대로 논리를 펼치고 있지만, 결국 경연대회의 부정적인 메시지만 나열할 뿐이다.날짐승과 들짐승의 본성을 해칠 수 있고,그들의 생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소위 인간이 편리함에 도취된 삶이 인간에게 오만과 탐욕을 부추겼고,인간의 본성이 소멸되었던 것처럼, 금수들 또한 이런 경연 대회가 자주 열리게 되면,인간이 초래한 최악의 상황을 다시 연출할 수 있다는 것을 은연중에 말하고 있다. 하이힐을 신어서,안 쓰던 근육에 무리가 가고, 발 모양이 변형되었고,이런 상황을 재미있게 그려내고 있다. 인간의 상업성을 금수세계에서도 그대로 모방하고 있는 그 모습을 지켜 보면서, 인간의 위선과 사회적 왜곡, 그들이 추구하는 문화적 양상의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