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섬 기약없는 이별
진현석 지음 / 반석북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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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저는 수영이 형아 있는데로 가고 싶어요. 수영이 형아가 보고 싶다고요. 여긴 이제 싫어요."

기영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중식은 숟가락을 내던졌다.어찌나 강하게 던졌는지 방바닥을 튀겨 이불이 개어져 있는 사이로 파고 들기까지 했다. (-21-)



네온 사인이 줄줄이 늘어선 골목길을 따라 시장 안쪽으로 들어가니 허름한 이자카야와 세련돼 보이는 약국 그리고 음식점들이 여기저기 마구 뒤섞여 있었다. 이런 게 바로 신구 조화라고 하는구나 싶어 보일 정도로 몇 세대를 집약해 놓은 것 같은 공간들이 정신을 사납게 했다. (-66-)



여행책자도 하나 없이 무작정 올라 온 철홍은 일단 짐을 풀고 잠시간의 휴식을 위해 이리저리 신주쿠역 근처 호텔를 찾아다녔다. 커다란 5층 이상의 호텔은 꽤 비쌌다. (-123-)



히로시는 둘의 대화에 서글픔을 느꼈다. 두 소년의 대화 내용은 보통 또래 친구 같은 천진난만한 웃음이 섞일 법한 것이다. 그런데 굳이 표정으로 숨길 수 없는 속마음을 딱딱한 말투로 표현하는 것이 안타까웠다. 오가세 탄광 옆마을 시장에서 만난 부산이나 경남 출신 노동자들의 대화와 비슷해 보였다. (-196-)



마쓰모토가 가리킨 곳을 향해 좁은 길을 따라 내려간 후 창고 같은 건물을 끼고 오른쪽으로 돌자 넉넉한 공간에 순사들의 서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 옆과 뒤쪽으로 열댓명의 사람들이 손에 작은 호미와 낫을 들고 쪼그리고 앉아 일하거나 커다란 나무줄기에서 뻗쳐 나온 가지들을 힘껏 쳐 내고 있었다. (-236-)



히로시는 필수를 보며 미안해했다.눈이 반쯤 쳐져서 걱정 어린 눈빛으로 필수를 보았다. 필수는 무엇에 화가 난 건지 아니면 두려운 건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이고 발걸음만 옮겨 다니는 이와 마찬가지로 갱입구로 들어갔다. (-280-)



그날따라 유독 열기가 심했다. 하루하루 파내어가는 깊이가 깊어질수록 숨도 쉬기 힘든 역한 가스가 미치듯이 새어 나오고 상층 부에서 더욱더 심한 염분의 바닷물이 쏟아져 나왔다. 수개월의 작업 때문에 허리가 잘 펴지지 않아 신음을 연발하는 무리들이 속속들이 나왔다. (-323-)



일본은 4개의 섬과 8개의 지방, 47개의 도도부현으로 구성되어 있다. 메이지유신 이후 일본은 서구 열강의 문화를 받아들이게 된다.그 과정에서, 조선을 침탈하려는 야욕을 숨기지 않았다.청일전쟁과 러일전쟁으로 승승장구하였던 일본이 진주만 습격을 단행하였다.그들은 자신의 몰락을 각오하고, 미국 본토를 노리는데 열을 올렸으며, 조선은 그들의 야욕의 중심에 있었다.



소설 『외딴섬 기약없는 이별』의 주인공 기영이와 수영, 그들이 처한 현실을 엿볼 수 있다.일본에 자의 반 타의반 들어가게 되었던 조선인은 서서히 지옥을 느끼게 된다.배우지 못했던 그들이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은 군함도와 같은 섬에 같혀서, 탄광을 캐는 일이었다. 그것도 하루가 아닌 수개월을 쪼그리며 , 탄광을 캐냈고, 그것을 전시를 위한 에너지로 쓰여진다. 이렇게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역사적인 이야기들이 1910년대와 1987년, 두시간을 공유하고 있었다. 서로에게 아픔이 되었고,고통스러운 순간이었다. 이름을 바꿔서라도,그 고통을 덜 수 있었다면 기꺼이 했을 것이다. 물론 후대에 그들을 친일이라 하더라도, 당장 먹고 살아가는 게 급급했기 때문이다.이름 없이 죽어간 조선인 노동자의 삶 속의 고통을 느낄 수 있고, 일본 나가사키 다카시마 섬에 강제 동원된 조선인들이 일본을 먹여 살렸고, 일본 기업을 성장시키는데 힘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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