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방학
연소민 지음 / 열림원 / 202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수오는 내가 고흥의 바닷가 마을에 살았던 중고등학교 시절을 함께 한 친구였다. 그와 나 사이에는 고흥 토박이인 수국도 늘 함께였다. 우리 셋은 여름마다 수영복도 입지 않고 반소매와 반바지 차림으로 바다에 몸을 던지며 놀았다(-11-)



오랜 만에 들은 그 이름이 무척 반가웠다. 이미 이모의 진짜 이름은 이미리다. 엄마와 이모는 이름이 같아 어렸을 때 친구들에게 '투미리'로 함께 엮여 부르며 친해졌다고 했다.긴 인연의 시작이 고작 이름이 같다는 우연에서 시작했다는 건 언제 들어도 신기했다. (-54-)



엄마가 놀라며 우는 나에게 다가왔다. 덫에 거린 동물처럼 손과 발을 허공에 마구 뻗대는 나를 저지하면서 엄마는 흐느끼며 사과의 말을 했다. 미안하다고, 잘못했다고.세상에서 내가 제일 불쌍한 여자라고 생각했다고.나한테는 네가 있는데.내가 나빴다고. 엄마의 눈물은 아빠가 사라진 후 처음 봤다. (-127-)



엄마가 사라진 후 나에게는 사소한 변화가 생겼다. 첫 번째는 어금니를 꽉 깨물고 자는 습관이 생겼다는 것이다. 자고 일어나면 턱이 얼얼했다. 두 번째로 쪽잠을 자지 않게 되었다. 나는 저녁 식사후 식곤증에 시달리곤 했다. 엄마가 퇴근 후 작업실로 저녁거리를 사 오거나 집에서 함께 저녁을 차려 먹고 나면 곧 저절로 눈이 감겼다. (-186-)



"정말 그렇게 된다며, 가을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겠네."

수오가 일사불란하게 음식을글 날랐다. 어느 새 조그만 좌식 테이블이 음식으로 가득 찼다. 비스코티와 밤 수프, 두툼한 프렌치 토스트, 형형색색 토마토 샐러드,. 오므렛,사과, 호텔과 펜션에서 흔히 먹을 수 있는 조식 메뉴들이었다. (-243-)



나는 여전히 연고 없는 남양주의 작은 아파트에서 살았다.작업실도 그대로였다.유일한 취미라고 할 수 있는 꿀을 모으고 그것에 어울리는 빵을사는 일만은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리고 여전히 혼자였다. 엄나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날 집의 불을 밝힌 건 잔뜩 시나 레슬링을 하던 꼬리가 뭉툭한 새끼 고양이 형제와 가을바람이었다. 나는 고흥에 하루 더 머물며 센서 등을 고쳤다. (-318-)



소설 『가을 방학』은 엄마와 딸의 오랜 서사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안양에서,엄마와 아빠 그리고 딸이 살았으며, 어느 날 엄마는 딸과 함께 고흥으로 떠난다. 중고등하교 고흥에서 지내야 했던 주인공은 수오와 수국과 함께 ,바다를 벗삼아 , 삼총사처럼 지내고 있었다.



엄마는 우울한 삶을 견디며 살아가고 있다. 아빠의 부재 속에서, 모녀는 거짓말을 하는 것이 더 편했다.살아있는 아빠를 죽은 아빠가 되어야 했다.  주변 사람들의 관심과 ,사생활을 물어보는 것에서 ,거리를 두기 위해서는 거짓말이 피요하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렇게 그들 서로 자신만의 독립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것이 내 삶에 오점으로 남게 된다.



엄마의 이름은 박미리였다. 그리고 개명을 하였고, 바뀐 이름은 '박규리'다. 스스로 자신을 바꾸기 위해 선택한 개명이었으며, 투미리에 대한 추억을 담고 있다. 엄마와 딸, 서로 이해하고, 공감하 요소가 많을 거라 생각되지반, 서로 이해하지 못하고,공감하지 못한 삶을 유지하고 있었다.우울한 삶속에서 ,저장강박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엄마의 삶은 집안 곳곳에 쓰레기로 채워지고 있었다.그런 엄마를 이해하지 못하는 딸의 모습을 보면, 대한민국 모녀의 모습이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1980년대에 태어난 엄마와, 2000년대에 태어난 딸, 두 사람의 거리감은 좁혀지지 않았고, 엄마는 훌쩍 어디론가 떠나고 사라진다. 그리고 딸은 고흥에서,빠져나와 연고지가 없는 남양주에 살아간다.이 소설을 읽다보면,두 모녀의 삶이 내 가까운 누군가의 삶과 일치하고 있었다.일찍 결혼하여, 임신과 출산하고, 가정을 꾸리면,경제적이 자유와 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 서로가 왜 그렇게 살아가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던 그 드들의 삶이 이제 조금씩 이해가 된다. 생존하기 위해서 선택한 삶,그것이 스스로 불행의 늪으로 빠져 들어가고 있었으며,그로 인해 스스로 독립적인 삶, 홀로서기를 할 수 밖에 업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