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똑바로 마주하고 - 최현숙의 사적이고 정치적인 에세이
최현숙 지음 / 글항아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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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딸인 나는 실제로 바쁜 엄마의 구멍난 집안 살림을 대강이라도 채워줘야 하는 사이었다.놀기도 좋아하고 공부도 재미있어하며, 저녁이면 엄마의 '일수놀이'수금을 대신하면서 돌아다니느라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바빴다.



절약에 관해서라면 엄마의 영향이 막강하다. 그럭저럭 살 만했다는 내 느낌과 달리, 돈 안 버는 남편과놔 다섯 자식을 둔 엄마의 가계에 대한 느낌은 전혀 달랐다. (-24-)



이혼 후 재혼한 신자, 동거커플, 혼배성사 없는 결혼, 동성애 등이 이번 시노드의 주요 의제였다고 한다. 서로 간에 합의하고 타인들이나 사회에 합리적인, 해가 되지 않는 사람들 간의 관계에 대해 단죄하고 낙인하면서 그 남성 노인들의 교회가 지키고자 하는 것은 대체 무엇일까?천주교의 내일은 얼마나 오래 걸려야 올까? (-63-)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일수록, 풀어낼 것이 만거나 풀어내고 싶은 욕망이 클 수 있다.남부끄럽고 ,기가 막히고, 풀어냈다간 주변이 한바탕 난리가 날까봐 겁나고, 그래서 더더욱 자기 안에서 정리가 안 된 사연과 감정들이 뒤죽박죽 엉켜 있다. 구구절절한 사연과 맥락 속에는 한과 미움과 분노와 억울함과 응어리와 수치심과 자책감이 징그럽게 얽혀 있지만, 그 틈틈이에는 애틋함과 당당함과 미안함과 용서 또한 이미 있다. 한 치 앞을 모른 채 사건과 사고에 휘둘려야 했지만,지나놓고 보면 새옹지마구나 싶기도 하다. 한 바탕 부글거리더니만, 풀어놓고 나니 남의 이야기 같단다. (-107-)



실버타운이든 요양원이든 장애인이든, 노인이든 , 시설은 엄마 말대로라면 감목이다. 신자유주의 사회에서는 효율 없는 존재들을 시설로 밀어넣을 수밖에 없고, 다음 차례로 자신들이 밀려들어갈 것이다. 모든 노인이 집과 동네에서 죽고 싶지만, 모든 자식들은 노인을 집과 동네에 줄 수 없다. 노인을 비효율이자 돈벌이 대상으로 만들어버린 이 아수라장에 ,모두가 가해와 피해로 연루된다. (-154-)



세리머니용 복장과 장식과 표정과 언어들.차이와 이질과 갈등에 대한 직시를 비껴가자며 합의한 잔치와 수서들이 늘 불편하다. 그러니 두 아들 모두의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게 된 것이, 순전히 개인적으로는ㄴ 간편하다. 물론 우울이 없을 수 없지만, 우울에 장식보다는 우울의 이유나 내용을 묻는다.그 답은'자식 결혼식에 가지 않은 여자'에 대한 타인의 시선, 사회적 낙인 때문이기에 우울은 곧 털어진다. 또 하나의 모성 이데올로기다. 그럼에도 지난 새벽에 혼자 눈물을 흘리며 감성적이 된 이유는 무어실까? 큰 아들과의 관계 단절로 인한 남은 눈물이다. 그래,아직 눈물과 감성이 남아 있구나.나쁘지 않다.이번 작은 아들의 결혼 과정에서 큰아들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싶다. (-193-)



구술생애사 작가이자, 요양보호사, 독거노인 생활관리사 일를 하고 있는 작가 최현숙이다. 이 책은 구술생애사를 쓰게 된 이유,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 다른 길을 걸어가야 했던 이유, 두 아들이 있고,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은 이유들에 대해서, 정리하고 있다.



그녀는 25년 간의 결혼생활을 끝내고,자신이 원했던 삶을 살고 있다. 모성 이데올로기에서 탈피하여, 오롯이 여성 단독자로 살아간다. 남들의 시선에 의존하지 않은 삶, 자신의 삶에 대해서,책임지며 살아오고 있는 자유를 추구하는  삶 그 자체다.



그녀는 민주 노동당 여성위원장이며, 성소수자위원회 위원장이라고 한다.남들이 걸어가지 않은 길을 스스로 선택하였고, 1957년생으로서,자신의 삶에 대해서,후회하지 않는다. 사회가 만든 규범과 사회적 틀 안에서,남들이 걸어가지 않은 길을 스스로 선택하였던 이유는,자신에게 당당하고자 하는 마음이다. 우리가 만든 굴레와 족쇄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워지고 싶은 그 마음 언저리에는 세상에 대한 불편한 시선을 감출 수 없었기 때분이다. 사람에 대해서,미워하는 것도,사원망했던 순간들도, 사회가 개혁하지 않았고, 틀을 여전히 유지하면서 살아가고 있다는 점, 25년간 함께 살았던 남편과의 결혼생활을 접고,경제적인 면으로 보거나, 육체적인 면,정신적인 면,성적 이데올로기에서, 스스로 단독자로서, 홀로 서기 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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