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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미킥 - 초능력 앱으로 세계 맛집 순간이동
민가원 지음 / 그롱시 / 2025년 5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형산은 그것을 집어들고 복도로 나왔다. 피 묻은 칼을 든 채 성큼성큼 걷는 그와 마주친 사람들은 기겁하며 벽 족으로 달라붙었다. 이내 구내식당 통로에 놓은 커다란 음식물 쓰레기통이 눈에 띄자, 그 칼을 그곳에 아무렇게나 쑤셔 넣었다. (-29-)
형산의 기억 속에 그 당사 형이 만들어 준 빵이 세상에서 가장 맛난 빵이었다. 그건 지금까지도 변함업섰다. 그때의 추억이 머릿속에서 물러나자, 형산은 다시 형에게 짜증을 냈다. (-63-)
평소에 보던 익숙한 풍경이었지만, 오늘따라 그 장면이 성욱의 눈에 가시처럼 아프게 박혔다. 그는 천장에 매달아 놓은 굴비를 한번 쳐다보고 밥 한술 떠먹는 자린고비의 심정으로 밥숟갈을 크게 떠서 고등어살을 조금씩 집어 먹었는데, 그러다 보니 목이 탁탁 막혀 울음을 자주 삼켜야 했다. (-105-)
작은 샤들리에에서 쏟아지는 빛이 촛불처럼 부드럽게 퍼지며 곳간을 따뜻하게 감싸 안았다. 테이블마다 새하얀 테이블보가 정갈하게 펼쳐져 있었고, 크리스털 와인잔은 빛을 받아 영롱하게 반짝이며 우아한 분위기를 한층 더 고조시켰다. (-177-)
런던의 사보이 호텔과 뉴욕의 더 플라자 호텔에서 30년간 주방을 이끌어온 앙투안 셰프가 오늘의 요리에 사용될 재료들을 조합해 만든 네가지 선물입니다. 입안에서 어우러지는 다양한 맛과 식감을 마음껏 즐겨 보세요. (-200-)
그곳은 이미 오래전에 시간이 멈춘듯하 공간이었다. 먼 과거로 회귀한 듯한 기묘한 정취 속에서, 희긔하고 복고풍의 소품들이 빼곡히 자리하고 있었다. 천장에서 쏟아지는 천연 호박색의 조명은 몽롱한 안개처럼 부유하며 환상적인 빛의 잔영을 드리웠다. (-242-)
망자 증에는 생전 처음으로 햄버거를 접하는 이도 있었다. 그는 다름 아닌 토머스 에디슨이었다. 햄버거가 대중적인 패스트푸드로 자리잡은 건 거의 1900년대 중반쯤이었다. 에디슨은 1847년생으로 가장 먼저 세상을 떠나서 살아생전 햄버거ㅡㄹ 맛볼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햄버거를 마치 위대한 발명품이라도 되는 양 요라조리 뜯어보다가 망자 중 가장 늦게 베어 물었다. (-279-)
일곱 구성원은 사방에서 불꽃몰이가 펼쳐지는 듯한 휘황찬란한 대형 전광판에 시선이 완전히 사로잡혔다. 전 세계 모든 인종을 모아놓은 듯한 그곳에서 그들은 ,햄버거 속 재료처럼 인파의 물결 속에 떠밀려 tkts 티켓 부스 뒤편의 붉은 계단으로 나아갔다. (-289-)
우리는 이제 하루 한끼를 먹는 것에 대해서,크게 고민하지 않는다.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는 세상이 열리면서, 배달을 통해서, 직접 사서 먹을 수 있다. 여성에게, 요리를 반드시 해야 한다는 논리가 이제는 먹혀들지 않고 있다. 요리의 보편성과 포용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며,집에서 먹는 음식보다 밖에서 먹는 음식이 더 맛있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민가원 작가의 『야미킥』은 요리에 관한 소설이다. 야미킥은 스마트폰 앱이며,배달의 민족과 비슷한 기능를 가지고 있다. 누구나 설치할 수 있고, 앱을 삭제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설치하고 삭제하지 않는다. 그들은 야미킥을 설치하고, 약관에 동의하면, 새로운 세계로 갈 수 있고, 경험해 보지 못하는 것을 할 수 있디.
우리는 대체적으로 보험 약관을 잘 읽지 않는다. 복잡하게 쓰여진 설명서 같은 기분이 들어서다. 하지만 ,필요하다면, 약관을 읽어야 한다. 혜택을 누리거나, 불이익을 당할 수 있을 때, 불편하지만 약관을 읽게 되고,그것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알게 된다.이 소설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무료 혜택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지,정작 자신에게 어떤 미션이 있고, 그 미션을 수행하지 않으면,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그들은 공짜 앞에서, 눈이 멀고 만다. 비싸 것,귀한 것을 먹고 공짜로 먹을 수 있다는 꾀임에 속는다. 그러나 스스로 공짜의 무덤에 들어가게 되고,그동안 해오지 못했던 미션을 수행하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