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스틱 자개장 - 전대미문의 자개장 타임머신
박주원 지음 / 그롱시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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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강남 지역의 공립 중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여동생의 타당한 사유가 내 귀에는 그저 자기 과시로밖에 드리지 않았다. 내가 대꾸하지 않으니, 그녀는 자기 반 학생이라도 다루듯 나을 살살 달랬다. (-15-)



그런데 아빠는 동묘시장에 무슨 일로 가는 걸까? 난 단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던 곳이라 휴대폰으로 검색해 보니, 황학동 풍물시장과 이어져 전국 각지에서 온 사람들 뿐 아니라 외국에서 온 관광객들도 즐겨 찾는 대규모의 벼룩시장이었다.의아했다. (-125-)



사실은 나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그녀의 울음을 멈추게 하려면 다른 방법이 없었다. 엄마한테 매를 맞는 건 나한테는 너무나 괴로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나 억울한 점은, 내가 웃은 건 자지러지는 동생의 웃음에 동화된 것일뿐, 다른 의도는 전혀 없었다는 거다. (-253-)



오늘은 2023년 1월 24일 설 연휴날이었지만, 들개 삼현재에게 고구마전 파티를 열어주지도 못했고, 아빠가 해준 간장 떡국도 먹을 수도 없었다. 지난 크리스마스이브에서 오늘로 날아오자 ,아빠는 이미 보람병원 812호에 입원해 있었다. 항암치료를 시작한 지 2주째였고, 지금은 이미 혼수 상태였다. (-310-)



"박사님이 뭘 숨기는지,앞으로 어떻게 되지, 제가 모시고 있는 추리닝 신이 다 알려주고 있어요. 그리고 18년이 지나면 박사님과 제가 다시 만날 거에요.못믿으시면 어쩔 수 없어요. 3년 후에 또 구치소에서 만날 수 밖에." (-425-)



엄마가 토라진 듯 홱 방을 들어가 버리자, 아빠는 답답한 듯 끙~하는 소리를 내고는 2천원을 지갑에서 꺼내 주었다. 돈을 받으면서 난 어리둥절했다. 이날 아빠에게 준비물 값을 받은 기억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514-)



귀청을 때리는 고함에 노라 돌아보니, 치마저고리에 비녀를 꽂은 쪽 찐 머리의 중년 여자가 옆에 있었다. 역사 교과서에 실린 구한 말 흑백 사진 속 인물처럼 보이는 차림새였다. 쪽 찐 머리의 여자는 당황한 내게 서슬 퍼런 시선을 날렸다.

"뭐하시오., 산파 양반?!아기 머리가 나오지 않소?!"

고개를 도리자, 내 앞에 다리를 벌리고 누운 앳된 여자가 고통에 찬 신음을 내고 있었다. 그녀의 다리 사이로 주먹만 한 머리통이 보였다. (-571-)



대한민국 아빠들은 가정 내에서 인정받고,존중받기 힘든 존재다. 자녀들에게 미움 받거나, 서로 외면하거나 거리를 두는 경우가 많다.그건 아빠가 가지고 있는 고지식한 모습, 엄격한 모습, 사회성이 부족한 행동들이 있었다.아빠의 그런 모습은 아들에게도 반감을 산다. 



소설 『판타스틱 자개장』는 대한민국 아빠의 표본을 엿볼 수 있다. 아빠 박관수의 딸 박자연,자연은 어느 날 전화한 통을 받게 된다., 박관수 씨 옆집에 사는 강태훈의 전화였다,그동안 서로 연락하고 지냈던 자연은 아빠의 건강이 위급하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그 과정에서,아빠와 함께 했던 기억과 추억이 떠오르고 만다.



자연은 아빠의 과거를 보기 위해서, 자개장 안으로 들어갔다. 아빠가 태어나던 날부터,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을 마주하게 된다.아빠에 대한 미움, 아빠와 단절하게 된 이유,그것이 모두 아빠의 잘못에 비롯된 일이자, 아빠에 대한 원망이기도 하다. 그러나 , 자연은 자신의 아빠에 대한 미음을 인정하기 힘들었다.



아빠를 이해하고,아빠를 공감하고, 아빠와 화해한다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자개장 안으로 들어가면 아빠에 대한 자신의 기억 뿐만 아니라,선입견, 편견이 있었다. 그건 아빠와 함께 했던 시간동안 아빠에 대해서,잘못 알고 있었던 것이다. 즉 아빠는 자신과 자신의 여동생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그것이 아빠를 멀리하고, 아빠의 마음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못했다. 그리고 아빠와 이별하는 그 순간, 아빠의 과거와 마주할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졌다.



소설 『판타스틱 자개장』은 우리를 아프게 한다. 아빠와 화해하지 못한 대한민국의 모든 자녀들이 비슷한 상황 속에서, 살아간다. 아빠는 왜 항상 원리 원칙을 중시하고, 융통성 없으며,자녀를 사랑하지 않고, 미운 것만 골라서 하는 것인가. 그건 자신이 살아온 환경이 있었고, 그로 인해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인식하지 못했던 것이다.그것이 아빠 박관수와 자연이 그동안 만나지 않았고, 서로의 소식을 모르고 살아온 이유다.아빠에 대한 미움을 덜어내고 아빠를 이해할 수 있었다. 즉 아빠의 잘못이 아니라,자신에게 잘못이 있었다는 걸 인정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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