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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피엔딩
김태호 지음 / 타래 / 2025년 5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숨이 막혔다. 벗어날 곳도 방법도 없었다. 오늘의 성난 파도가 잠잠해지기만 숨죽여 기다렸다. 아버지가 지쳐 잠드는 시간,해가 뜨면 말라버릴 이슬 같은 평화가 찾아온다. 혹시 파도를 깨울까. 우리는 방 한구석에 움츠리고 누워 서로의 젖은 몸을 가려주며 잠을 청한다. (-18-)
"내는 마 . 그런 거 모르겠고. 아파 죽겠으니까 이번 주 안으로 오백만 원 안 주면 마.음주 운전으로 사람 칭갔다고 ,아니 그 뭐라카노. 그 살인 미수. 그래. 뭐 그런 거로 확 신고 해뿔끼요!" (-53-)
엄마, 우리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그 땐 내 딸로 와 줄래? (-81-)
곪은 장딴지를 본 아버지는 "저 미친놈 뭐 되라고 저라노" 했다.
무슨 일이었는지 친구와 다투다 너무 화가 나 옆에 있던 공중전화 부스 유리창을 주먹으로 힘껏 때렸다. (-109-)
머리만 대면 곯아 떨어지는 사람이 부럽다. 살면서 내가 만난 사람 중 단연 최고는 아내다. 집에서든 차에서든 무슨 말을 하다 답이 없어 돌아보면 곤히 잔다. 신나게 웃다가도 잠든다. 옆집 사는 한 살 터울의 형도 박빙이다. 짬만 나면 눕기르 잘하고 , 누웠나 싶으면 코를 드렁드렁 곤다. 사방에서 저분 정말 이 상황에 잠든 게 실화냐며 놀란다. 나도 그런 편안을 갖고 싶다. (-151-)
우리의 인생이 담긴 한 작가의 책 『새피엔딩』을 읽는다. 해피앤딩을 꿈꾸는 우리에게 현실은 해피엔딩보다 새피엔딩에 더 가까운 삶을 살아간다. 삶이라는 것이 거기서 거기라고 한다. 죽어야 끝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우리 삶은 행복보다,불행으로 채워진 삶을 살아가는 게 일반적이다.그럼에도 우리는 그 불행을 누군가에게 말하기가 조심스럽다.나의 인생 치부이면서, 행복한 삶을 살아간다고 타인이 기억하길 원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나의 불행이 타인에게 가십이 되는 것을 두려워 한다.
김태호 작가는 공무원이면서, 사역자이며, 사업가다. 본업은 공무원이다. 알콜 중독에 주취 폭력을 반복하던 아버지는 인생에서 지우고 싶은 존재다. 누나와 나, 그리고 어머니까지의 삶을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가여운 가족이다. 무학이자, 매 순간 술에 쩔어 있었고, 누군가에게 갑작스러운 전화가 오면 두렵기까지 하다. 사람에 대한 공포와 불안 ,트라우마가 잠재되어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저자처럼 이렇게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내 가족 이야기에 대해서, 내 주변 사람들의 슬픔에 대해서, 쉽게 말하긴 힘들 것이다. 집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사건 사고들이 아버지의 음주와 관련 있었다. 그리고, 아버지에게 어떤 비극이 일어나길 저자는 꿈꾸고 있다. 높은 곳에 떨어지거나, 어딘가 사람들과 격리된다면, 자신의 일상에 평온함이 찾아 졸 것이다.배우지 못해서 상처와 슬픔에 대한 경험으로 인해 , 자신의 고통스러운 인생이 남매에게 그대로 물려받았으며, 아들(=저자)은 자신이 두 딸에게 나의 아픔이 이어지지 않길 원한다. 이런 모습은 아주 특수한 경우가 아닌, 술을 좋아하는 이들에게서 나타나는 사회적 문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