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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씨년이 우리 반 반장입니다 - 2025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청소년 단편 수상작품집 ㅣ 북다 청소년 문학 3
장아결 외 지음 / 북다 / 2025년 6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가지각색 물건들이 선반 위에 자리다툼하듯 즐비했다. 과연 작동은 할까 싶은 축음기, 중구풍의 화려한 청자, 알라딘의 요술램프를 연상시키는 인도 커리집에서 본 듯한 장식품, 진자 금인지 그저 금색칠을 한 건지 모를 금두꺼비와 금불상들.그 옆에는 종교 대통합이 목적인 건지 다양한 종교의 조각상들을 모아 놓았다. (-10-)
내 전재산은 31만원이다. 아빠가 작은 아빠와 절연하고, 큰 이모의 보증 사건 후로는 친척 집에 가지 않으니 명절마다 받는 용돈도 없어졌다. 그 전에 친척들과 부모님이 준 용돈을 저축한 게 전 재산이었다. (-27-)
한지웅은 나와 정반대의 아이였다. 잘생긴 얼굴에 공부도 잘했고, 애들하고도 잘 어울렸다. 심지어 너무 착하기까지 했다. 미움, 다툼, 시기,질투라는 단어와 거리가 먼 애였다. 순정 만화가 아니라 교과서를 찢고 나온 애였다. (-77-)
김다온은 누구보다 상대를 올곧게 보는 사람이라는 걸, 나에게는 그런 사람이 가장 위험했다. 진짜 나의 모습을 꿰뚫어 보는 사람. 그런 사람과 가까워지고 싶지 않아서 방패를 만들었던 건데, 오히려 그 방패가 김다온을 끌어당겼다. 김다온과 멀어져야 한다는 걸 알았지만, 모순적이게도 그 순간부터 김다온과 가까워지고 싶었다. (-117-)
본관 뒤편,쓰레기봉투가 가득 쌓인 분리수거 구역은 당번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드나들지 않았다.나느는그곳에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한 뒤에야 김다온의 팔을 놓았다. (-153-)
준호는 소희를 흘끔 보았다. 그 애가 어깨를 들썩이며 웃을 때마다 정수리 근처에 동그랗게 말아 올린 똥머리가 앞뒤로 경쾌하게 흔들렸다. 준호는 다시 책상에 왼족 볼을 대고 엎드렸다. (-197-)
노다정은 원래 유다정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언제나 친절하고, 그래서 매번 친구들 마음속에 등장하는 유다정은 분면 뭔가 구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건 어릴 적부터 익힌 공식 같은 것이었다.이유 없는 친절함은 위선이다. (-231-)
우리는 태어나고 죽을 때가지 배우며 살다가 배움으로 끝난다.여기서 배움이란 책에서 얻는 배움만 해당되지 않는다. 경험, 사람, 인간관계, 태도, 지혜, 깨달음 등이 배움의 범주에 해당하며, 한사람에게서 얻는 배움은 다른 어떤 것을 뛰어 넘을 수 있다. 그 배움이라는 사람에게서 얻는 배움이 매우 크며, 영향력을 지니곤 한다.
소설 『을씨년이 우리 반 반장입니다』은 다섯 작가가 쓴 북다 시리즈다. 이 책에서 단편소설 다섯 편이 수록되어 있으며,각각 소설 주인공과 주인공과 엮인 또다른 인물이 등장하고,.그 인물과 주인공 은 서로 인연이 될 수 있고,악연이 되는 경우도 있다.
우리는 수많은 사람을 마나지만 그 만남이 다 특별한 인연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학창 시절 떠올려 보면,내 기억 속에 남은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이름이 비슷하거나,성격이 비슷하거나,살아온 환경이 비슷한 경우, 어떤 이유로, 그 사람에게서 얻는 친절함이나, 나쁜 경험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때로는 사람을 통해서, 열등감을 느끼고, 스스로 극복하고 싶어질 때가 있다.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서,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재능이 나에게 꿈이 되고,새로운 목표를 만들어 줄 수 있다. 다서 편의 소설 속에서, 나의 과거를 떠올려 보았으며, 내 인생을 구원해줄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이며, 그 누군가가 나의 인연이 되기 위해서, 나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되돌아 보게 된다. 인생에 있어서, 팔자가 편다는 말이 있다. 매순간 일이 안 풀리다가, 행운이나 인연을 만난다면, 내 인생은 180도 바뀔 수 있다. 첫 번째 소설 『믿을 만한 어른』은 그 이야기를 담고 있다.나머지 소설 또한 우리 주변에 흔하게 일어날 법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으며,그것이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되돌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