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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란텔라 - Tarantella
고동현 지음 / 바른북스 / 2025년 3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한달 전, 수감중이던 노조 간부가 숱한 의문을 남기고 죽었다. 경찰은 시신을 탈취해 유족들의 도핑없이 부검했다. 부검 결과는 발표하지 않았다. 지금, 이 병원에서 차가운 몸으로 눈을 감은 여학생도 같은 처지에 놓여 있었다. (-21-)
선아는 많은 칭찬을 받았다. 그녀는 슬프거나 기쁜 모습, 온화한 모습 모두 자유롭게 표현했다. 연기하는 동안은 다른 사람으로 보였다. 안집사는 타고났네, 하며 놀라워 했다. 그녀는 각자의 신을 개별적으로 연습시켰다. (-66-)
아버지 장례를 치르고 집에 돌아오자, 할머니가 말했다. 부산은 어떤 곳일까. 선아는 무릎 위에 놓은 사진 앨범을 펼쳤다. 아버지 고향이라는 것 말고는 부산에 대해 아는 게 없었다. (-97-)
선아의 집이었다., 어두운 단칸방 한구석에는 오후 햇살이 깔려 있었다. 그는 무릎을 꿇은 채 방바닥에 시선을 두었다. 앞에는 노파가 앉아 있었다. 아버지는 옆에서 노파와 대항했다. 노파의 입에서 선아 이름이 여러번 나왔다. 그것뿐이었다. (-147-)
태양이 지평선에 가까워질수록 점점 작아지는 거야. 내 오른손은 밧줄로 묶여 있었어. 밧줄 끝은 직사각형 나무 상자에 달려 있었지.내 몸보다 더 큰 상자더군. 관처럼 생겼는데 안에 뭐가 있는지는 몰라. (-201-)
소설 『타란텔라』는 1970년대 초에 태어난 이들이 주인공이다. 그 주인공들이 성장하여, 1989년 대학에 입학하게 된다. 지성의 요람 대학교에서,마주하는 것은 교수,칠판, 낭만과 순수와 먼, 최루탄 냄새였다. 학생 운동이 극렬하였던 그 당시에, 전두환 정권이 물러나던 시점이었고, 노태우 정권이 들어섰지만, 여전히 군사 정권이 대한민국을 장악하던 시기였다. '유전무죄무전유죄';가 통하던 시기다.
소설은 1970년대와 1990년대,.그리고 21세기 세개의 시점으로 나누어 스토리를 서술하고 있다. 엄울하고, 경찰 공권력에 의해서, 무자비하게 구치소에 잡아들였던 그 시기에는, 폭력으로 인해 죽어간다하더라도, 눈도 깜짝하지 않았던 시기다. 소설 속에서, 최루탄에 의해 실명하였던 유진이 , 미래에는 앞이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서, 치료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였다.
소설은 독특한 스토리와 컨셉을 유지하고 있다. 최루탄에 대해서, 자세하게 언급되고 있지 않지만, 매캐한 냄새를 소설 곳곳에서,문장과 분장 사이에서 의식할 수 있다. 그 시절을 온전히 경험했던 사람이라면 느낄 수 있는 그러한 경험들이 우리 안에 잔존하고 있었으며 결국엔 우리 삶에 사회내부의 갈등과 분열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1989년 당시 , 독일이 통일되었고, 구소련이 붕괴되었던 와중에, 대한민국 사회는 여전히 요지부동 상태에서, 남북한으로 나누어, 서로에게 총과 칼을 겨누고 있었다. 이런 모습이 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잇는지 살펴볼 수 있는 지금의 MZ세대의 부모들이 이해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 사회적 아픔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