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도 새벽같이 도매상에 가야 했지만,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결국 멀찍이 떨어뜨려 두었던 핸드폰을 다시 집어 들고 말았다. 이별한 사람들이 흔히 밟는 절차, 그러니까 SNS에 올린 함께 찍은 사진들을 삭제하고, 메신저 프로필 사진을 정리하는 그런 일들을 하기 위해서였다. (-16-)
사는 건 다 비슷하구나. 나는 새로이 깨달은 사실을 마음속으로 곱씹으며 꽃들을 내려다보았다. 이 중에 내 꽃과 꼭 어울리는 건 어떤 꽃일까? 사람은 꽃과 달라 얼핏 보아선 알 수 없겠지만, 아무튼 아름답게 활짝 핀 시기가 찰나에 불과하다는 점에서는 사람이나 꽃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23-)
‘달달북다’ 시리즈 열 번째 『하트 세이버』의 주제는 연애와 결혼에 대한 이야기다.연애와 결혼엔느 항상 위험이 따른다. 결혼 한 번 잘못해서 인생 망가지는 것이 많았다.이홍하고, 불행한 삶을 살아간다. 소설 속 주인공은 혜인과 재민, 두 사람이다. 두 사람은 ‘하트세이버’라는 결혼 중개 사이트에서 6개월이 지나 서로 만났고, 서로를 사랑하며 함께하고 있었다. 그 과정 속에서 두 사람은 자신들의 취향,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관심 분야가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새로운 세상을 하트세이버를 통해 경험하게 된다.
하트세이버는 두 사람의 피 한 방울로 서로의 취향뿐만 아니라, 관심 분야와 가장 좋아하는 흥미거리들을 매칭해 주는 곳이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강조되는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 기술이 결혼과 연애라는 과정 속에서 수많은 리스크와 위험 요소를 줄여준다는 설정 아래 이야기가 전개된다. 지금 우리가 안고 있는 결혼과 연애의 문제, 그리고 저출산·고령화 문제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해답을 제시하며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었다.
실제로 대한민국에 ‘하트세이버’가 개설되어 상용화된다면 많은 사람들이 이 사이트에 가입할 것 같다. 지금의 결혼 사이트는 조건 만남을 전제로 한다. 학벌, 재산, 경제력, 미래 자녀 문제와 가능성 등을 바탕으로 서로를 평가할 뿐이다. 하지만 미래에는 어느 정도 돈을 지불하더라도 나와 취향이나 결이 비슷한 사람을 만날 수 있다면,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을 것이다.살아가며 마주하는 수많은 고통과 아픔 속에서, 내 피 한 방울로 나와 가까운 사람과 멀리해야 할 사람을 구분할 수 있다면, 나부터라도 지갑을 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