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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 되감고 플레이
정선엽 지음 / 시옷이응 / 2025년 2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습관적으로 자꾸 한쪽만 보게 돼.그러니까 내 쪽에서 쳐다보는 것을 기준으로 둔다면 너의 두 눈 중에 왼쪽. 그쪽 방향으로 시선을 맞추는 게 나는 편한가 봐. 일부러 의식하지 않아도 저절로 그렇게 돼버려. 이렇게 지금 이걸 입속에 집어놓고 우물거리면서 고개를 들어 마주보는 순간에 자동적으로 내 두 눈이 너의 왼쪽 눈동자 쪽으로만 향하는 거지. 배가 고픈데 먹음직스러운 게 손길이 닿는 지점에 놓여 있으면, 생각할 것도 없이 손가락들 사이에 젓가락을 끼우는 것처럼. (-9-)
어떤 산? 하고 내가 짐짓 모르는 체 물었을 때 도나텔로는 고개를 티 나도록 갸웃거렸다. 에이 ,정말 모르십니까?그러고 나선 그는 내가 혼자서 나와 그녀만이 간직한 비밀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것에 관해 아주 자세하고 구체적으로 선명해줬다. 어디에 있고, 얼마나 높으며 , 언제 나타난 것인지에 관해서 말이다. 전령의 말을 들으며 내가 할 수 있는 리액션이라곤 아, 그래,그렇지 정도였다. (-37-)
어떤 건지 알아. 하고 그녀가 말했다. 나도 한동안은 그랬으니까. 그러고선 한 두 마디를 덧붙였다. 넌 나랑 똑같은 면이 너무 많아.너와 나에게 각각 한개씩 있는, 평행하게 공중에 떠 있는 보이지 않는 고무줄들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점점 거리가 좁혀지더니 나중엔 아예 서로가 하나로 겹쳐져 버린 것처럼. (-116-)
전투복 하의에,위치로 보면 무릎 위 바깥 허벅지 쪽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그쪽에 별도로 달린 네모났고 도톰함 주머니에서 국방색 건빵 한 봉지를 꺼냈다. 카고팬츠에 있는 이 주머니를 뭐라고 부르는지 아니? 답은 간단해. 건빵 주머니. 봉지를 뜯어서 그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한 개를 집었다. 줄까? 하고 내가 넌지시 물어봤지만 대답은 없었다. 이런 것도 있지. 별사탕. 나는 팔을 높이 치켜 올려 별사탕을 흔들어 보였다.그제서야 소년은 반응을 보였는데, 아무래도 뭔가 수상쩍다는 뉘앙스로 이렇게 말하는 거였다. 어젯밤에 잠을 못 잔 거야? 밤새 간부들이랑 술판이라도 벌인 것이냐고. 그래서 나는 악몽을 꾸긴 했어도 잠은 아주 푹 잘 잤다고 얘기해줬다. (-151-)
정선엽 자가는 2014년부터 지금까지, 11년 동안 소설 9 권을 썼다. 그중에 내가 읽은 소설은 총 6권이었으며, 『비야 다오스타』 ,『빨간머리 소년을 찾아서』,『양 백 마리』 ,『해변의 모래알 같이』,『비행기 엔진 소리 또 침을 삼킨 후의 말들』 이며, 신간 『플레이 되감고 플레이』을 읽게 되었다.
나는 대체로 한 작가의 다른 책은 잘 언급하지 않는다. 하지만 정선엽 작가는 신비스럽고, 독특하면서,매력적인 작가다. 소위 기존의 한국 소설이 추구하고 있는 대중성에서 멀어지고 있는 실험적인 소설을 추구하고 있어서,그 매력을 더 키워 나가고 있다. 실험과 도전 정신으로 책 한 권 한 권 작품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흔하게 유투브에 출연해서, 자신의 작품을 홍보하지 않는다.
신간 소설 『플레이 되감고 플레이』에는 주인공이 두 명의 군인이다. 한사람은 여자이고,한 사람은 남자다. 남자는 현역 포병 군인으로서, 포병대에서, 포격 좌표 설정을 하고 있었다. 여자는 남자와 동기이면서,서로의 몸을 볼 수 있는 환경에 놓여졌다. 군대의 특수성, 군대 동기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이 소설에서, 남자는 현역군인으로서 처한 현실과 직업적인 일상이 존재한다. 여자는 이제 군복을 벗은 상태에서, 자신의 동기와 심리적인 교류를 하고 있었다. 이 소설에서,군대라는 특수환 환경에 대해서,갈등에 대해,남자가 바라보는 시선과 여자가 바라보는 시선이 서로 다름을 일깨워주고 있었다.남자는 플레이하고 있고, 여자는 되감기를 하고 있다.
소설 속 스토리는 낯설지만, 익숙하다. 지금은 거의 자취를 감추고 있는 비디오 테이프를 소재로 삼고 있었다. 1990년에 나온 영화 닌자거북이가 등장한다.닌자 거북이를 익히 알고 있는 독자라면, 도나텔로,라파엘로, 레오나르도,미케란젤로르 기억할 것이다. 물론 여기서 닌자거북이가 나오는 건 영화 속 네명의 주인공이 가지고 있는 캐릭터로서의 개성 때문이다. 군대에서, 도나텔로와 닮은 인간이 있었으며, 두 남녀가 도나텔로를 언급하면서,대화를 이어나가는 게 매우 독특하게 서술되어 있다.이 소설이 독자들에게 끌리게 하는 이유 중 하나이며, 여러 그림을 텍스트 사이에 끼워 놓고 있어서,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