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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쓰러지셨다 - 아버지에겐 끝까지 비밀로 남겨둘 아들의 간병 이야기
설민 지음 / 바른북스 / 2025년 2월
평점 :




"아버지가 뇌경색으로 응급실에 오셨다. 지금 수술 안하면 돌아가실 수도 있다고 해서 동의서 썼고 지금 막 수술 들어가셨다.."
엄마가 아침에 일을 나갈 때 아버지는 거실에 누워 있었다. 그대로 나갔다면 큰일이 났을 텐데 다행히 엄마는 아버지께 말을 건넸고 아버지가 이상하다는 걸 발견했다. (-15-)
나는 다른 사람을 이해한다는 일이 가능하다는 것에 회의적이다,. 우리는 대부분 다른 사람들을 오해한다. 네 마음을 내가 알아, 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그보다는 네가 하는 말의 뜻도 나는 모른다,라고 해야만 한다. 내가 희망을 느끼는 건 인간의 이런 한계를 발견할 때다. 이런 세상에 사랑이라는 게 존재한다. (-57-)
이제부터는 또 다른 육아 일기를 쓰려고 한다.
아이가 되어버린 아버지 이야기를.
아이들은 부모가 아무리 말을 해줘도, 직접 만져보고 맛보고 넘어지며 자기 자신과 세상을 하나씩 알아간다. (-104-)
삶을 깊이 있고 윤택하게 만들어 주는 요소들은 우리가 마음을 쏟기만 한다면 우리의 주변 어디에나 숨어 있다. (-169-)
아버지도 나도 감정 정리가 안 된 상황.그런데 하필 내일이 아버지 생신이다. 아버지 말씀처럼 끊을 수 있는 인연이라면 끊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지만, 현실은 현실, 내일 아버지께 전화드릴 생각이다. 내가 할 도리는 다하고 선택은 아버지가 하실 수 있도록. (-203-)
우린 결정해야 했다. 수술이냐,항암치료냐,의사는 우리에게 선택권을 줬지만 어떤 선택도 쉽지 않았다.아버지는 ,뇌경색에 , 두 번의 암 수술 경력까지 있는 체력이 바닥난 고령 환자였다. 인생이 도박 같았다. 내 의지로 할 수 있는 건 배팅 뿐, 결과는 하늘의 뜻이다. 아버지는 '암을 가장 확실히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은 수술'이라는 의사의 말을 듣고 수술에 베팅했다. (-252-)
작가 설민 은 평범한 직장인이자 육아서 작가다. 아빠로서, 육아에 적극 동참하고 있으며, 내 아이에게 좋은 아빠로 기억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자신의 인생에 대해 책임감을 가지고 있었다. 이번에 출간된 책 『아버지가 쓰러지셨다』은 아이 육아서가 아닌, 아버지 간병기다.
2020년 어느날 갑자기 아빠가 쓰러지고, 뇌경색 판정을 받게 된다. 택시 운전기사로서,피곤함을 느꼈고,그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119를 곧바로 부르지 않았고, 골든타임을 놓치고 말았고,그것이 후유증으로 남아 있다.책에서 뇌질환의 특징과 전조증상, 골든타임을 꼽씹어서 읽어보았다.
긴 병에 효자 없다 했던가, 5년간의 긴 시간동안 아빠와 함께 하며 간병 생활을 가족이 책임지면서, 자신의 의지와 무관한 선택을 해야 한다는 사실, 그것이 나의 의지와 무관하지만, 책임은 내 몫이어야 한다는 잔인한 현실이 놓여지게 된다. 전문 간병인에 대한 서운함, 결국 환자의 보호자는 오롯이 내 몫이었다. 수술과 항암치료, 두번의 암 수술로 인해 체력이 바닥이 난 아버지를 눈앞에 보면서,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하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아버지의 지금 모습이 나의 미래의 모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아픈 기억을 희망과 의미로서 기록으로 남길 수 있었다.
부모가 아프다는 것은 아이로 돌아간다는 것과 다른 의미를 지닌다. 아이를 키울 때 느끼는 감정과 부모를 모시는 감정은 상반되었다. 아이가 스스로 성장하는 과정 속에서 기쁨을 느낀다. 반면 치매나 뇌질환으로 아버지를 모시는 것은 미움과 원망이 될 수 있었다. 고집을 꺾을 수 없다는 현실과 내 말을 듣지 않는다는 것, 내가 처한 한계에서, 스스로 마주해야 하는 슬픔과 고통은 지옥과 공포와 마주한다. 산다는 것에 대해서, 비겁함을 느껴야 한다는 것, 도피처를 찾아서, 숨고 싶은 그 마음이 들 때마다. 스스로 죄책감을 느끼게 되고, 이렇게 하면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보고 있다. 100년 남짓 짧은 시간을 살아가는 인간은 죽음 앞에서, 자존심을 지키고,나를 보호하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는 걸 알 수 있다.자기 확신과 자기애를 잃어버리고 싶어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