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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손에 닿았을 뿐
은탄 지음 / 델피노 / 2025년 2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정신이 이상한 남자였다. 초능력자라고 말하는 이 남자. 미쳐도 단단히 미쳤다. 손을 잡고 말을 하면, 말하는 대로 말이 되게 하는 말이라니. (-7-)
"과거에 저희 집에 서백 어르신의 은혜를 받은 적 있습니다. 밤나무골 최운학 어르신 딸 최명자 아들 서은우라고 합니다."
"아, 명자 아들이었군요!"
아버지는 이제야 알겠다는 듯 화색이 돋았다. (-39-)
이 얘기를 하는 건 나도 모르게 서점에서 산 < ESP,그 특별한 만남>이라는 초능력 소설 때문이다. 서은우가 초능력을 얘기한 후부터 초능력에 관심이 생겨 이것저것 검색했었다. 마침 국내 모 소설가가 쓴 소설이 다양한 초능력을 다룬다고 해서 한 번 읽어봤다. (-93-)
"전적으로 제 잘못입니다. 무의식중 초능력을 썼을지도 모르다는 거, 어제 갑자기 화낸 거, 오늘 따지려 한 거 모두 사과할게요. 그리고 제가 지영 씨에게 초능력을 밝힌 건 분명한 이유가 있어서예요.아직은 밝힐 수 없지만 이렇게 겁주려고 말씀드린 건 아니란 걸 알아줬으면 해요." (-182-)
이윤경이 동작을 마치고 목덜미와 쇄골에 맺힌 땀을 수건으로 콕콕 찍으며 내게 다가왔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는 말은 했지만, 꼭 자랑하려고 요가 동작을 끝까지 보여준 느낌은 합리적 의심이다. (-227-)
소설 『너의 손에 닿았을 뿐』에 등장하는 주인공 서은우는 특별하고,특이했다. 서은우는 자신이 초능력자라고 말하고 있다. 그가 갑자기 초능력자라고 말한 건 아니다. 어려서부터, 주변 환경이 스스로 초능력자라고 생각해게끔 환경이 만들어졌다. 은우가 먹고 싶은 게 있으면,은우 앞에 먹을 것이 놓여졌다. 사고 싶은 게 있으면, 그 사고 싶은 것이 은우 앞에 놓여진다. 말 그대로 초능력자가 된 것이다. 문제는 은우가 초능력을 발휘할 때, 주변사람들은 머리가 아픈 상황에 놓여진다는 것이다. 부잣집 도련님에게 나타나는 떼를 쓰거나 요구를 하면, 내 앞에 나타날 때,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초능력자라고 각인 된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내가 가진 초능력으로 산타 할아버지가 주는 선물을 쉽게 얻을 수 있다고 착각하는데 있었다.
최명자 아들 서은우와 서지영은 어느 날 다시 장례식에서 마주하였다. 은우의 과거에 대해서, 지영은 조금씩 알게 되었다. 10년 동안 치매에 걸린 할어버지를 돌보았던 지영은 승진에 관심이 없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할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서은우와 다시 만난 것이다.두 사람의 인연은 어릴 때부터 연결되었다. 집이 갑자기 망하게 된 서은우가 지영과 함께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런 서은우가 던진 멘트에 서서히 지영은 이끌리게 되고, 자신의 마음을 서은우에게 맡기게 되었다.이 두 사람 사이에 서은우의 옛 여친이었던 이윤경 기자가 개입되었고, 지영은 윤경의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지영이 안고 있는 아픔과 서은우가 안고 있는 아픔이 서로 마주하였다. 로맥틱한 소설이면서,우리 삶에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사랑은 누군가를 다칠 수 있음을 상상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