낱말의 질감 - 슬픔이 증발한 자리, 건조하게 남겨진 사유의 흔적
고유동 지음 / 바른북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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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모진 말을 듣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무기의 범주는 총이나 칼 같은 사물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생각. 지금 내 앞에서 탄환처럼 날아드는 말, 사물은 아니지만 고막을 뚫고 들어와 내 마음에 상흔을 남긴다. 이런 무기는 사실상 방어할 수단이 없다. (-20-)



한번 결정하면 뒤돌아서서 후회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이 직업적인 측면에서 큰 장점으로 작용했지만, 현 상황에서도 유용한 것 같다. 직장상사와 이야기를 마친 후, 사무실을 돌아 나가면서 바로 이런 생각을 했다.'가족을 위해 가능하면 오래 살아야지. 야근하지 않고, 수입도 괜찮은 일을 찾아보자.' 새각해 보니 좀 우스우면서 슬프다. 여전히 직업적인 관성에 사로잡혀 있어서, 목표를 설정하고 방법을 찾고자 하는 '내 의지'가 안쓰럽다. 한편으로 '직(職)'이란 외투를 벗어던져도 내가 가진 고유한 '의지'는 남아 있음에 안도한다. (-103-)



내 생각은 이렇다. 진정 '자기다움'을 찾는 일은 조각과 같다. 그것은 지금 바위 속에 파묻혀 있다. 경험하는 일, 책을 읽는 일, 생각하는 일, 글 쓰는 일, 이 모든 게 무언가를 덧붙이는 행위가 아니라 , 깎아내는 일이다. 내 안에 잠자고 있던 타인의 생각을 덜어내고 부숴나가면서 , 나는 결국 발견된다. (-149-)



큰 욕심은 없다. 인류 전체에 적용 가능한 보편 이론을 끌어내려는 것이 아닌, 단지 나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기 위한 목적. 그런데도 방법을 찾지 못한다. 혼란에 빠진 나는 막다른 골목에서 나 자신을 분열시킨다. (-166-)



이로써 나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남는다. 하나는 그저 흘러가는 대로 좀비처럼 삶에 휩쓸려 살아가는 일. 다른 하나는 '생과 사'의 다리를 충실하게 걸어가며 살아내는 '일., 후자는 고난의 길이다. 나는 당연히 후자를 선택한다. 그것이 '삶의 밀도'를 높일 수 있는 유일한 길이므로, 삶을 위해서 살아냄으로써, 주어진 삶을 두 배, 네 배 혹은 그 이상 농축해서 살 수 있다. 어떤 방법이 있을까. 언젠가 <어바웃 타임>이란 영화를 본 적이 있다.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이 하루를 두번 경험하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그는 대대로 물려받은 초능력을 사용하여,삶의 밀도를 높인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에게도 그런 능력이 있다. 아니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진 능력.그것은 '글쓰기 라는 초능력이다. (-204-)



책 『낱말의 질감』에는 50개의 낱말이 있다. 그 낱말로 육군사관학교 출신 고유동 작가의 인생관,가치관을 읽을 수 있는 낱말이다. 그 인생관은 우리가 갈망하는 나다움, 자기다움으로 나아가는 것이며,자기의 고유한 철학과 긴밀하게 연결되고 있다. 삶 속에서, 선택과 갈림길에서, 어떤 것을 선택하고, 무엇을 결정하는지 보면서, 그 사람이 추구하는 삶의 의미를 확인할 수 있으며, 그 사람의 결을 느낄 수가 있다.



우리는 때로는 좀비처럼 살아간다. 때때로, 고난의 길을 자처하기도 한다. 큰 결심을 하고,실행에 옮길 때, 후회할 것인가 자유로워질 것인가 갈등한다..그 갈등이 어떻게 나의 인생에 큰 영향을 끼치느냐에 따라서, 내 안생의 항해는 달라질 수 있다. 낱말과 일상 직조한다는 것, 삶의 심연을 드러내기 위해 꾸준히 노력한다는 것, 그 행위가 나의 삶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으며,나의 강점을 돋보이고,나의 약점을 숨길 수 있다.  책 『낱말의 질감』을 통해 느낄 수 있으며 , 작가의 에세이 형식을 빌린 자기게발서이자 철학 책이다. 내 삶에 대해서,나의 인생에 대해서, 낱말을 빌려서 쓰여질 때, 독자들과 친근해지고, 설득하고, 지루함 없이 읽을 수 있다,. 이 책에서, 작가 특유의 기법에 대해서, 독자들에게 자신의 낱말을 만들어 볼 것을 은연 중에 암시하고 있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낱말이 아닌 나를 객관화하고,자기 변화를 이끌어 나갈 수 있는 그런 직조와 삶의 질감이 나의 인생을 새롭게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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