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인 줄 알았는데 유격 - 할수록 진땀, 갈수록 태산
고유동 지음 / 문학세계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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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신생아실에서 처음 본 딸의 얼굴이 떠오른다. 예상과 달리 쭈글쭈글한 피부,살짝 감긴 눈 그리고 오물거리는 입이 예쁘기보다는 낯설었다. 그건 애정의 문제라기보다는 인식의 문제였다. 미추를 떠나 익숙하지 않은 존재를 마주할 때의 감정. (-17-)



겨우 인사를 마치고 문을 나서니 딸이 하는 말.

"아빠 나 너무 슬프니까 목말 태워줘."

뭔가 논리적 모순이 느껴진다. 그러나 토 달지 않고 고개를 끄덕인다. (-25-)



출발하지 전'똑닥'앱으로 예약한다. 대기자가 80명이다. 우리는 병원 근처 식당에서 여유 있게 밥을 먹고, 진료를 보기로 한다. 그렇게 도착한 수제 김밥집.키오스크로 주문한다. 아내는 라면, 나는 참치 김밥, 딸은 꼬마 김밥, 하필 돌발 상황이 생긴다. 예상보다 빠르게 줄어드는 진료 대기자. 그 와중에 또 다른 비상사태가 터진다. (-74-)



그렇게 아름다운 결말로 끝나려는데, 벽에 걸린 액자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딸이 말한다.

"아빠, 그런데 엄마랑 결혼할 때 나는 왜 초대 안했어?" (-130-)


혼돈이 정답인 걸까.아이의 손짓, 발짓은 예측 불가다. 마음 가는 대로 흐트러뜨리고 부순다. 이런 자연스러움에 색채가 물들어 있다면, 그것은 무엇으로부터 비롯된 걸까. 나의 정리는 예측 가능하며 정연한 절차에 의해 진행된다. 계획에 따라 차곡차곡 쌓고 장난감을 분류한다.이런 행동이 무채색이라면 그 이유란 뭘까. (-165-)



몇 번을 불러도 유유자적 자기 할일만 하는 딸. 뭐 보통 놀고 있거나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 경우다. 킁킁, 뭔가 타는 냄새가 난다. 누군가 아내 의자 아래에 불을 피웠나보다. 아내는 냄비처럼 부글부글 끓어가고, 내 속은 덩달아 타들어 간다. 냄비 뚜껑이 완전히 열리면 우리 집은 초토화된다.. 여러 번 재앙을 경험한 나로서는 좌불안석, 서두러 방법을 찾아야 한다. (-231-)



오년 동안 , 딸은 나를 끊임없이 시험했다. 이유 없이 식사와 수면을 거부하는 딸, 아빠가 가만 있는 꼴을 한시도 용납하지 않는 딸, 원하는 것이 이루어질 때까지 막무가내로 떼쓰는 딸,.이런 딸의 모습을 보며 깨달았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세상에서 가장 어렵다는 것을.군대 훈련조차 그 앞에선 쉬워 보인다. (-276-)



작가 교유동은 현역 군인이자 ,계간 《문학고을》에 등단 신인문학상을 수상하였고, 수필가로서 활동하고 있으며, 2024년 하반기 <문학고을> 최우수작가상을 받았다.



육아 에세이집 『육아인 줄 알았는데 유격』은 딸바보 아빠의 리얼리티,시트콤 에세이집이었다. 아빠와 딸은 매순간 감저이나 생각에 있어서 평행선을 유지하고 있다. 자신이 필요할 땐,아빠를 찾지만 , 결정적인 순간 열매는 항상 엄마 몫이 된다. 아빠는 자신이 할 수 없는 것을 채워주는 존재였으며, 말뚝박기, 목마 태우기, 술래잡기는 아빠와 함께 보냈다.



밥을 먹지 않는 아이에게 밥을 먹이는 미션은 매우 고난도 미션이다. 아내와 자신이 서로 생각, 합이 맞아야 딸이 밥을 먹을 수 있다. 비논리적인데, 결국 듣게 되는 딸의 요구 사항, 그 요구사항에 대해서, 아빠는 매순간 진땀을 흐리고, 딸이 기침하면,아빠는 한순간에  감기에 걸리는 상황이다.



아빠는 울고 싶어도 울 수 없다.결국 5살 딸이 원하는 데로, 달이 해야 하는 것을 꼭 해줘야 한다.그것이 자신이 해야 할 유일한 피난처이며, 스스로 살길이다. 서열 3위 아빠가 해야 할일, 매우 유쾌하면서, 딸을 가진 아빠라면, 느끼고,공감하게 되는 웃픈 이야기, 딸이라서 사랑스럽고 ,딸이기에 더 챙겨 주고 싶은 아빠의 따뜻한 마음과 추억이 느껴졌다.딸을 가진 아빠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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