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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비와 베끼기 - 자기만의 현재에 도달하는 글쓰기에 관하여
아일린 마일스 지음, 송섬별 옮김 / 디플롯 / 2025년 2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글쓰기를 하는 것이 내가 하는 생각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이런 문장이 그렇습니다. (-15-)
내 아파트는 애처롭다.이곳은 맹금류의 둥지,나는 그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다.여덟 평 아파트 내 침대에서 19세기에 생긴 뉴욕 마블 공동묘지를 굽어볼 수 있으니, 그건 한때 젊었던 내가 시간이 흘러 더는 젊지 않을 때까지,그 세월 내내 해골을 끌어안은 채로 그 연약하고 높은 집에서 읽고,쓰고, 모든 것을 아주아주 느리게 바라보는 일이었다 하겠다. (-31-)
쓰기와 그리기, 그리기와 쓰기,베끼고 베끼고 베끼기.
신이여 신이란 이런 반복에서 발생하는 그 무엇이다.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말이다. 나는 그것을 진실로 만들기 위해 그 언어를 사랑해야 한다.그게 내가 세계와, 또 신과 맺은 계약이다. 신이여.(-55-)
누군가에게 상자에 담긴 시를 보여주었더니 상대가 사본이 없느냐고 물었던 기억이 난다.그 말에 웃으면서 없다고 대답했다. 나는 원본이라는 괴팍한 외고집이 좋다. 내가 원본을 잃어버릴 리가 없으니까.사본은 없다. 원본은 유일하다. 몇 년에 걸쳐 시를 완벽하게 완성하고 나면 나는 초고들을 없애버린다. 그것들을 간직할 공간도, 시간도 없어서다. (-91-)
집에서 이글을 쓰는 지금, 그들은 바깥에서 오두막을 짓고 있다.완공이 가깝다. 공사는 10월에 시작했고,이 글은 다 쓰고 나면 조금의 돈이 더 생기겠지만 충분하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언어의 무더기들을 축적하고 있고, 진 그리고 지금 배관공으로 일하는 알프레도는 내 신용카드를 가지고 있고,나는 매주 그들에게 수표를 써주고 , 들어오는 돈은 거의 없고, 온통 나가는 돈 뿐이다. (-147-)
시인 아일린 마일은 1949년생이며,성소수자이면서 시인이다. 뉴요커이기도 하다. 시인 혹은 글을 쓰는 전업작가들에게 우리는 수많은 기대감을 가진다. 경외감을 느끼게 되고,그들의 생각과 가치관을 그들의 일상과 연결하고 싶은 나쁜 습관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아일린 마일스에게는 그런 것이 없다.남을 의식하지 않으며,오직 글쓰기에 최적화된 곳에서, 살아갈 뿐이다.남들에게 잘 보이려 하지 않으며,자신의 생각을 아름답게 글로 남길 수 있다면,그 장소가 어디든 상관없다는 독특한 삶을 추구하고 있다.
책 제목 '낭비와 베끼기'는 글쓰기의 본질이자.정수이기도 하다.이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응 유일한 것은 없다고 누가 말했다. 김정운 교수는 자신이 쓴 책에서, 빼기는 것이 자신이 글을 쓰는 본질이자 전부라고 말하곤 한다 그는 독일에 대해 정통하였고,바우하우스에 대해서, 독특한 생각을 추구하고 있었다.
여기서 글쓰기에 있어서, 베끼기는 글을 뻬낀다는 단순한 행위 뿐만 아닐라,생각과 일상과 삶,내가 오늘 보았던 대상을 빼기는 것도 포함하고 있다.즉 하루 하루의 시간을 뻬낄 수 있고, 누군가를 생각하며,상상한 것을 그대로 뻬낄 수 있다. 잘나가는 작가들 ,돈을 버는 작가들이 추구하는 것도 뻬기는 것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김정운 교수가 말했던 편집 ,에디톨로지가 창조의 본질이며, 글쓰기의 시작이자 최종 마무리이기도 하다.
나태주 시인조차도,세상을 뻬끼고 글을 뻬끼고, 자연을 빼끼고, 관념을 뻬끼고, 생각을 뻬꼈다.단 그의 시가 아름답게 느껴지고,그의 시를 통해서,우리는 행복, 따스한 온기를 받아들일 뿐이다. 아일린 마일스는 이 책에서, 세상에 퀴어 대통령, 동성애자가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고 말하고 있다. 그것이 자신의 삶을 더 나은 삶으로 바꿔주고,세상을 다양하게 색칠하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