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비상계엄
이용호 지음 / 삼사재 / 2025년 2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대중은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의 밤거리를 헤메고 있었다. 춥고 휑한 거리였다. 사람도 없는 그 거리에서 대중이 불 꺼진 어느 건물 앞에서 소리치고 있었다."은아야, 은아야,누가 우리 딸 좀 찾아주세요." 아무런 대답이 없다. 속이 쓰렸다. 그리고 눈이 떠졌다. 꿈이었다. 대중은 몸을 가까스로 일으켰다. 목이 탔다. 대중은 물을 꺼내려고 냉장고를 열었다. 물이 없었다. 대중은 씽크대의 수도꼭지를 틀었다. 대중은 수도꼭지에 입을 대고 ,쏟아지는 무를 벌컥벌컥 받아 마셨다. 커튼을 헤집고 들어온 빛이 어지럽혀진 대중의 거실을 비추고 있었다. (-9-)
조시장은 사내를 피해서 밖으로 나가려고 하다가 그에게 잡혀서 바닥에 내동댕이 쳐졌다. 사내가 그런 조시장을 올라탔다. 사내는 주먹으로 조시장의 얼굴을 가격했다. 밖에서 시청 직원들이 들어왔다. 그들은 겨우겨우 흥분한 사내를 시장 집무실 밖으로 끌고 나갔다. (-59-)
다음날부터 현장에 투입된 이씨는 아니,이반장은 현장의 작업 반장으로서 생각보다 훨씬 능숙했다. 그동안 잡무실의 어느 현장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곳에서 잘 경험하고 잘 배워서 온 듯했다. 공사현장은 작업반장이나 소장이 일머리를 얼마나 아느냐에 따라서 잘 돌아가기도 하고 마냥 늘어지는 특징이 있다. (-108-)
장장 세 시간 넘게 이어진 데모가 끝났다. 물론 오늘의 데모만 끝난 것이다. 싸움이 있었으면 승자와 패자가 있기 마련인데, 이 싸움은 승자와 패자가 없다. 패자만이 있는 싸움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만 주는 싸움, 영광은 없고 아픔만 존재하는 싸움,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이 막을 내리자 이 거리는 데모의 잔해들만이 까맣게 널려 있었다. (-219-)
소설 『비상계엄』은 여덟 편의 단편 소설로 구성되어 있다.책 제목 비상계엄은 여덟 편의 단편 중 하나로서, 대한민국이 2024년 12월 3일 갑자기 , 게엄 선포 이후, 우리 사회의 이슈가 계엄, 탄핵으로 쏠리고 있는 사회적 현상을 놓치지 않고 있다.광화문과 여의도,양 족에서,보수닺체와 진보 단체가 서로 집회하고 시위하는 현상 속에서,소설 『비상계엄』의 주인공은 잃어버린 딸을 찾아 헤매고 있는 상황이다.
50대, 1960년대 생, 1980년대에 태어난 그들을 386 세대라 부른다. 그들이 이제, 586 세대가 되었고,대한민국 사회의 주류가 되고 말았다. 21세기는 586 세대와 나머지 세대들 간의 세대 차이, 세대간의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작가 이용호 또한 586 세대이며, 데모와 최루탄, 계엄,주먹 다툼이라는 단어가 익숙한 세대다.그들은 돈이 없으면 노가다를 뛰었고, 생활비를 모았다. 대학생으로서 때로는 무모하고, 때로는 거침이 없었으며, 정치에 대해서, 민주화 사회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었건 시기다. 1980년대 갑자기 대학교에서 시위하다가 갑자기 죽어야 했던 상황들은 대학생들의 분노를 부추겼다. 최루탄 냄새를 맡았고, 다방에서,주먹질을 일삼았다. 사람들이 모여들었으며, 국가와 반국가 체제와 반체제에 대한 이분법적인 생각이 사라지지 않았다.이들의 사고방식은 이 책에서, 여덟 편의 이야기에서 각각 분리되어 나타나고 있으며, 현실보다 사회에 관심이 많았던 그들의 소소한 삶을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