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성석제 지음 / 창비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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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편은 누가 반편입니까. 이장이니 지도자니 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방침을 정했으면 그대로 해야지, 양복 입고 자가용 타고 간 사람은 오고, 방침대로 경운기 타고 간 사람은 오지도 않고,이게 무슨 경우냐구요." (-11-)



황만근, 황선생은 어리석게 태어났는지는 모르지만 해가 가며 차츰 신지(神智)가 돌아왔다. 하늘이 착한 사람을 따뜻이 덮어주고 땅이 은혜롭게 부리를 대어 알껍질을 까주었다. 그리하여 후년에는 그 누구보다 지혜로웠다. 그는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았듯 그 지혜로 어떤 수고로운 가르침도 함부로 남기지 않았다. 스스로 땅의 자손을 자처하여 늘 부지런하고 근면하였다. 사람들이 빚만 남는 농사에 공연히 뼈를 상한다고 하였으나 개의치 아니하였다. 사람 사이에 어려움이 있으면 늘 함께하였고 공에는 자신보다 남을 내세워 뒷사람을 놀라게 했다. 하늘이 내린 효자로서 평생 어머니 봉양을 극진히 했다. 아들에게는 따뜻하고 이해심 많은 아버지였고, 훈육을 할 때는 알아듣기 쉽게 하여 마음으로 감복시켰다. (-38-)



"우리 계원이 모두 열여덟 명인데, 오늘은 열다섯 며이 왔구만. 준수하고 학철이하고 영만이가 빠졌는데 준수하고 학철이는 이따가 온다고 했고 영만이는 개 팔러 갔어."

계의 총무인 혁기가 늘 해오던 방식대로 성원보고를 했다. (-84-)



당숙은 일곱 살이 된 해 어느날 스스로 일어나 자신의 키에 맞는 칸의 책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반의 반은 한자,. 그 나머지가 그림책과 잡지, 한글로 된 책이었다. 한글로 된 책들 중 대부분은 열한 명이나 되는 학생들의 교과서와 참고서 따위였고 그외의 한글책들은 다른 언어로 된 책들에 비해 수준이 아주 낮고 상태도 좋지 않았다. (-116-)



책의 총수량 추정치 삼만권.아파트 지하에서 책 선반으로 쓰기 위해 조립했던 여섯 단짜리 앵글 열다섯 개.책을 넣어두기로 한 작업실의 공간 가운데 가로 4.5미터, 세로 6미터, 가로 5미터, 세로 6미터 짜리 인 두 방을 쓰기로 하고 큰방에는 앵글을,작은 방에는 책상자를 쌓아놓기로 했다. 일단 이삿짐쎈터와 연락을 해서 짐을 옮겨올 날짜를 정하고 시간은 겨울의 짧은 해를 감안해서 오후 두시로 했다. (-121-)



나는 당숙을 향해 책이 온 모양이라고,나가보자고 했다. 옷을 걸쳐 입고 나왔지만 삽시간에 몸이 떠내려오기 시작했다. 이삿짐을 어떻게 잡았는지 영하 10도가 넘는 추위였다. 그러게 낮에 왔으면 덜 추웠을거 아냐.중얼거리면서 나는 전원이 없다고 아우성치는 전화기의 통화버튼을 다시 눌렀다. (-132-)



그렇게 쏘다니다가 저녁이 되면 나는 기진맥진해서 내가 아는 안개시의 유일한 술집 '이방인'으로 들어갔다. 프랑스의 실존주의적인 소설을 연상시키는 제목과는 달리 이방인은 뒷골목의 중간 쯤에 자리잡은 허름한 선술집으로 세령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방인에서 실존을 자각케 하는 유일한 장치는 '변소업씀'이라는 계산대 옆의 팻말이었다.말 그대로 변소가 없어서 주변의 아무곳이나 오줌을 갈기면서 '투입=배출'의 실존 공식을 구현하는 스스로의 육체에 대해 자각하고, 단결 빼면 시신이나 다름 없는 골목 주민들의 단합된 욕설을 들으면서,재수가 없으면 물벼락을 뒤집어쓰기도 하면서, 한계상황의 인간조건에 대해 쓰디쓰게 깨닫게 되는 것이었다. 버스가 끊어지고 난 뒤 하숙집으로 돌아가는 밤길은 또 얼마나 황량하고 추웠는지. 그럴수록 하늘의 별은 더 또렷하고 공기는 맑았다. (-210-)



소설가 성석제의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을 알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이 책 속에,단편으로 나오는 「책」 속 스토리를 누군가 이야기했었기 때문이다. 책을 나와 인연이 되려면,우연이 필연이 되고,그것이 독자들의 손에 쥐어지게 된다. 누군가 추천하기도 하지만,이 책을 읽은 이가, 책 속에 무슨 이야기가 있는지 궁금하게 유혹하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책 속에서,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와 「책」에 눈길이 가게 되었다.



단편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의 주인공은 황만근이다. 황근근은 황씨 집안으로, 반편이라 부르고 있었다. 황만근의 모습은 공교롭게도 외갓집에 사는 친척을 연상했다. 그 친척은 황만근처럼 반편,바보였다.항상 부모님에게 걱정꺼리였고,결혼했지만, 아내는 도망가 버렸다. 소설 속 황만근이 성실하고,착한 이미지,도시로 경운기를 끌고 가는 그 모습, 행복한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착한 바보가 지혜로운 삶을 사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다.



두번째 , 「책」에 눈길이 갔던 것은 내가 가진 책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던 중에 있는 와중에 , 자인이 이 책을 말했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주인공의 당숙이 등장한다. 당숙은 어린 시절부터 책을 좋아했다. 그리고, 자신의 키에 맞는 책을 고르기 시작하였고,한 권 한 권 읽기 시작했다. 작은 할아버지의 아들을 당숙이라 부르는데, 요즘과 달리 , 그 시절에는 집성촌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당숙과 함께 살아갈 수 있었다.영하 10도의 추운 날씨에 , 책 3만권을 이사하는 과정에서, 이삿잠 쎈터가 어덯게 책을 정리하고,이사동하는지 흥미롭게 말하고 있다. 그 모습이 너무 익숙하게 느쪄지고 있으며,당숙처럼, 3만권정도의 책을 가진 이들은 공통적으로 책에 대한 욕심이 있고,그 책을 처리하는데 골머리를 안고 있다. 흥미롭게 읽은 책이며, 유투브에도 책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이 요약되어 정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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