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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당신은 이처럼 소년을 부르십니까 - 이용악이 모은 이용악의 시들
이용악 지음 / 필요한책 / 2025년 2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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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거리
아버지도 어머니도
젊어서 한창땐
우라지오로 다니는 밀수꾼
눈보라에 숨어 국경을 넘나들 때
어머니의 등골에 파묻힌 나는
모든 가난한 사람들의 젖먹이와 다름없이
얼마나 성가스런 짐짝이었을까. (-17-)
두만강 저쪽에서 온다는 사람들과
자무쓰에서 온다는 사람들과
험한 당에서 험한 변 치르고
눈보라 치기 전에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남도 사람들과
북어 쪼가리 초담배 밀가루떡이랑
나눠서 요기하며 내사 서울이 그리워
고향과는 딴 방향으로 흔들려 간다. (-19-)
재를 넘어 무곡을 다니던 당나귀
항구로 가는 콩시리에 늙은 둥글소
모두 없어진 지 오랜
외양간엔 아직 초라한 내음새 그윽하다만
털보네 간 곳은 아무도 모른다
찻길이 놓이기 전
노루 묏돼지 쪽제비 이런 것들이
앞뒤 산을 맘 놓고 뛰어다니던 시절
털보의 셋째 아들은
나의 싸리말 동무는
이 집 안방 짓두광주리 옆에서
첫울음을 울었다고 한다. (-41-)
시인 이용악은 1914년 함경북도 경성군에서 태어났으며, 일제강점기를 지나. 1971년 폐명으로 사망하였다. 가난한 시절,어린 시절에 대한 그리움, 지금은 블라디보스토크인 그 추운 곳을 우라지오라 했다. 시인 이용악은 자기 성찰을 통해서,아라사 벌판과 우라지오 바다를 보면서, 춥고 배고퐜던 과거를 시를 통해서, 위로하고 있었다.자신의 과거를 추억하면서 ,인생의 그리움과 소멸, 쓸쓸함을 긍정하곤 하였다.
1910년대에서, 1960년대까지, 50여년간의 시간을 관통하고 있는 시집 『어디서 당신은 이처럼 소년을 부르십니까』에는 먹고 사는 것이 우선이었던 야만의 삶, 춥고 배고픈 그 시절 그 삶과 나의 현실을 그대로 노출하고 있다. 살기 위해서,밀수하였고,춥고 배고픔을 견디며,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어야 했던 지난 날, 어린 핏덩어리로 살아있다는 것이, 누군가에게 짐이 되었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 느껴진다.
철길 위에서, 문이 닫긴 화물열차 위에서, 북한과 러시아 국경을 지나가는 그 기찻길, 위에 ,화물열차에 누워 별을 보는 그 장면은, 절망 속에서,낭만을 잊지 않으려는 삶에의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스스로 단단한 마음과 강인한 의지로,주어진 부정적인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인생의 편린을 읽을 수 있다. 그의 시를 읽으면서,지금 우리가 풍족한 삶, 평화로운 삶에 대해 고마움을 느낄 수 있었으며, 용서와 감사의 깊은 뜻을 담아갈 수 있었다.
해방 후 , 시집 『오랑캐꽃』을 발간하였던 시인 이용악은 한국전쟁 발발 후 북한군이 서울을 점령하는 과정에서, 북한으로 월북하게 된다. 그가 쓴 시 『리용악시선집』은 100년전 우리의 삶과 과거, 남한과 북한이 서로 분단된 한반도의 현실을 성찰할 수 있었다. 기찻길이 자연 위에 놓이면서, 자연과 인간의 삶은 단절되고, 우리에게는 새로운 것이 생겨나고, 소중한 가치들이 하나 둘 사라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