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섯 번의 팔월
최문희 지음 / 문이당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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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아시겠지만, 강문혁 교수는 서사의 달인이라 해도 틀리지 않습니다. 영문학자이면서도 한글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습니다. 형식이나 틀이나 규격을 입히지 않은 그대로의 말, 그대로의 동작을 이미지로 형상화합니다. (-18-)



배우정의 눈앞에 횡성의 얼어붙어 있던 배추밭이 떠오른다. 출하시기를 맞추지 못한 배추들은 첫 추위에 얼어붙는다. 외지에서 온 알바생까지 곱절의 일당에도 구하지 못하면 배추는 그대로 폭삭 주저 앉는다. 부르는 것이 값으로 둔갑하는 트럭들의 횡포르 누가 막을 수 있을까? (-75-)



정직한 지적이다 그런데도 경인이 흰자위를 굴린다. 너나잘해, 우정이 모 쌤, 구제불능이야 하고 뛰어나간 건 동생하고 통화하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리라, 막내가 수능시험을 망쳤다면서 한밤중에 전선을 타고 목소리를 보낸다. (-163-)



조안이 눈을 치떠 나래를 본다. 여자들의 평균치 신장을 넘는 자신의 큰 몸매가 거추장스럽다며 수그리고 다닌 어깨선이 조금 처져 있다. 저 쳐집은 겸손을 보상하는 구부러짐인가, 나래하고 길을 걸을 때 조안이 그녀의 팔짱을 낀다. (-217-)



경인이 아나던 짓거리를 한다. 술제 절어 산다. 소주팩을 챙겨 든 숄더 백이 무거워 아래로 축 늘어진다.각막 1차 수술 후 일주일에 한 번 안과를 다니면서도 술을 놓지 않는다. (-257-)



우리가 사는 세상은 현실과 이상을 오가곤 한다. 이상을 추구하면서, 현실적 감각을 잃어 버리는게 인간의 모습이자 수준이다.도덕관념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매번 사회적인 인식과 기준을 잃어버리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 우리 사회가 만든 하나의 규칙이 되고 있다.



소설 『열여섯 번의 팔월』은 출판계의 민낯을 잘 설명하고 있다. 나대표와 경인,그리고 조안, 강문혁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까지 ,우리가 잃어버리면 안 되는 요소들, 사랑과 용서에 대해 논하고 있었다. 인간이 인간을 대할 때, 잃어버리면 안되는 사회적 양심과 죄책감에 대해서, 사라지는 그 순간 인간은 인간의 가치를 상실하고 만다.인간은 매순간 부조리와 불합리함과 싸우며 살아간다.



가난한 삶, 겨인의 그 삶에 삐뚤어진 인생이 숨겨져 있다. 가난했기에,그 가난이 면책 특권을 부여하고 있다. 무언가 탐내면,그 탐내는 것에 면책특권은 가난한 인생이다. 배고파서 저질렀다는 말이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상황이 발생해도, 그것에 대해서,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대필작가로서 살아온 경인은 남을 빛나게 해주는 존재다. 정작 자신은 그 그림자가 되어서, 사람들에게 존재감이 없었다. 강문혁을 빛나는 역할에 불과했다. 그로 인해 자기 스스로 무시당하는 인생을 살아가면서도 헛헛한 웃음을 지으며 살아간다. 소설 속에서 놓칠 수 있는 여러가지 장치들이 대한민국의 현실을 그려내고 있는 듯하다. 돈이면 다 된다는 상식이 우리 사회를 좀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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