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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 테일
김달리 지음 / 팩토리나인 / 2025년 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5/0130/pimg_7300591134587296.jpg)
어제는 두 번, 오늘은 여섯 번이나 지운을 해단이라고 잘못 불렀다. 미라의 말을 영선이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있는 것 같았다. 영선은 한 번 주의를 준 것은 두 번 다시 하지 않는 말 잘 듣는 진돗개 같았는데, 급성 치매라도 걸렸는지 똑같은 실수를 계속했다. (-17-)
"지호가 여자 볼 줄 알아, 너무 예쁘게 생겼네."
지호의 아버지는 그 말을 하면서 갑자기 악수를 청했다. 마주 잡은 손아귀에 힘이 넘쳤다. 단발머리 귀신은 보이지 않았다. (-56-)
시신도 없이 장례를 치렀다. 아빠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연구진들과 제자들이 몰려와 믿을 수 없어 했다. 교수님의 죽음으로 인류의 미래를 바꿀 수 있었던 프로젝트가 중단됐습니다. 아빠와 수시로 밤늦게까지 서재에서 술을 마시던 낯익은 연구원이 그렇게 말했다. (-97-)
나는 수성의 타깃이 박진우에게 남편으로 넘어갈 수 있는 위험성에 대해 말을 할 수 없었다. 그 존재 모를 것의 진짜 목적을 모르니 일단 조심해야 했다. (-136-)
아리 종족의 기대 수명은 서른 살이었다. 그러나 보통은 그 전에 죽을 것으로 추정했다. 산호가 여태껏 파악한 아리 종족은 큰 키에 비해 살이 붙지 않아 뼈다귀만 붙여놓은 듯 연약했다. 추위에 젬병이었고, 잡식성이긴 했지만 고기를 잘 소화하지 못했다. 동물로 치면 커다란 기린 같았다. (-164-)
좋은 자살 친구 중 하나였던 지하철역에 전부 스크린도어가 설치되어 있다 보니 우리 동네에 자주 예비자살자들이 출몰한다. 나도 가끔 노란 안전선 너머 선로를 내려다 본 적이 있다. 역무원이 득달같이 달려와 뒤로 물러나라고 했다. 전철이 지나다니는 흔한 선로였을 뿐, 무섭다거나 좋지 않은 기분이 든다거나 하는 건 없었다. (-216-)
제1회 K- 스릴러 작가 공모전에서 『이레』로 최우수상을 받으며 데뷔한 소설가 김달리다.그는 영화감독이면서, 『밀림의 연인들』, 『렉카 김재희』 등의 주요 작품이 있으며, 소설 『머큐리 테일』은 다섯 편의 단편 소설로 엮여진 책이며, 미스터리하면서도,특이한, 우리 삶 속에 일어나기 힘든 일들을 소설 스토리의 모티브로 하고 있다.
이 다섯 편의 이야기는 죽음이란 단어가 빠지지 않는다. 인간의 삶은 유한하기 때문에,소설에서 ,삶과 죽음이 항상 단골로 등장한다. 스토리 구성에는 이질적이고,불편하며, 벗어나고 싶은 스토리로 채워지고 있다. 치매에 걸리거나, 귀신, 외계인, 뱀파이어 등이 등장하고 있었으며,인간 사회에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일들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고,이해하기 힘든 일도 발생할 수 있음을 깨닫게 한다.
소설을 읽으면서, 머큐리 테일이라는 단어가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신조어이면서, 우리가 흔하게 쓰지 않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머큐리는 수성(水星 / Mercury)) 을 의미하고 있으며,책 표지의 둥근 천구가 머큐리 임을 인식할 수 있다. 해골, 주사기, 새, 작가는 사물과 생명, 자연을 보면서, 어떤 상상을 했으며, 의도한 바가 무엇인지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다. 인간의 삶에는 얼마든지 나와 무관한 일들이 발생할 수 있고,그것이 내 삶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첫번 째 이야기 『나의 테라피스트』에서, 영선과 미라 사이에 보이지 않는 아이, 죽은 해단이라는 존재가 그렇다. 삶이 죽음과 연결되고 있으며,인간이 동물과 다른 이유는 무엇이며, 살아가는 방법이나 방향성을 스스로 결정하는 이유도 재확인할 수 있다.불행과 멀어지고 싶은 인간의 속성은 근원적으로 불안한 것을 멀리하며,. 행복을 지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