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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희
황민구.이도연 지음 / 부크럼 / 2024년 12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대아는 오늘 증인 출석이 영 내키지 않았다. 출석 하루 전, 원고 측에서 엉터리 증인을 신청했다는 연락을 받았기 때문이다. 잘 짜맞춘 연극판에 허수아비로 초대된 기분이랄까? (-8-)
다운로드를 받아놓고 머리를 비우고 싶을 때마다 플레이하는 오래된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 를 재생했다. 강마에가 엉망진창 단원들에게 막말을 쏟아 내는 2부 요약으로 3부는 시작한다. (-58-)
어떤 해안 마을의 포구는 사람을 집어삼킨다 하여 수사귀 포구로 불리는 곳도 있었다. 이 곳도 몇 명이 목숨을 잃고 나서야 난간을 설치한 것일지 모른다. 실족 사건들은 위험한 행동에서 비롯된다. 장난과 죽음을 가르는 시간은 단 0.1초 , 한발작이면 족하다. 한발작 더 딛고는 그제야 '아차' 하는 얼굴들을 수없이 봐 왔다. (-62-)
선희가 자주 가던 카페는 한눈에 봐도 알아볼 수 있었다. 3년간 인테리어가 하나도 바뀌지 않았느지 영상 속에서 보았던 서프보드도,어지럽게 꽂혀 있는 잡지들도 그대로였다. 3년 동안 포기하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걸 보니 , 주인은 꽤 뚝심이 강한 사람인 것 같다. (-92-)
영상분석가로 일하면서 사람의 기억은 종종 실수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대아는 기억을 전적으로 신뢰하지 않는다. 기억은 이따금 시간이 지날수록 진실과 점점 멀어져 왜곡되고 비틀어진다.그렇게 변형된 기억은 점점 강해져 몸집을 불리고 그 사람의 신념으로 자리 잡는다. 객관적 증거도, 진실도 소용없어진다. 하지만 영상이나 사진은 다르다. (-133-)
2024년 여름 지인들과 어디에 다녀왔다. 그곳은 경찰이 쳐 놓은 폴리스라인이 잇는 곳이다. 오래된 아파트 옆에 있는 나무로 된 게단,그 게단은 아파트 주민들이 자주 오가는 곳이며,그곳에서, 70대 노인이 실족사한 실제 사건이 있었던 곳이다. 실족사는 어떤 장난이나 위험한 곳에서 일어나는 경우도 있지만, 예기치 않은 곳에서도 안전시설에 문제가 있는 경우에도 실족사는 빈번하게 일어난다. 내가 갔던 그곳은 계단에 설치된 안전 난간이 나무 재질로 되어 있어서, 부식된 상황에서, 실족사한 경우였고, 단순한 과실로 처리되었다.
소설 『선희』는 제주에서 실족사한 유선희가 주인공이며,선희의 여동생 선영이 이대아 박사를 찾으면서, 언니의 사망에 대해서, 사건의 숨겨진 진실을 찾고 있었다. 이대아 박사는 법영상전문가다. 사람은 누구나 사진과 영상을 찍을 수 있는 똑똑한 기계를 가지고 다닌다.바로 스마트폰이다. 자동차 에는 블랙박스가 있고, 여기저기 CCTV가 있다. 영상과 사진은 곳곳에 기록되었고,그 영상과 사진 중에 일부분은 어떤 사건에 대해서, 재판이나 증거에 쓰여진다.법영상 전문가는 우리 곳곳에 존재하는 수많은 사진과 영사을 분석하고, 그 안에 숨어있는 진실과 억울한 사연을 해결해 나간다.
소설 『선희』에서 선영은 왜 대아에게 선희 실족사 사건을 의뢰한 것인가.그건 선희와 대아 간에 과거가 존재했기 때문이다.수많은 죽음을 기록으로 보았고,영상과 사진으로 접했던 대아는 법영상 분석가였다. 사진 속에 숨겨진 진실을 찾고,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서,사진과 영상을 조작한다. 그중에서, 어떤 사건이 일어났을 때,그 사건 전후로 일어난 여러가지 상황들을 퍼즐처럼 맞춰 나간다. 왜 선희는 죽었는가, 단순한 실족사인지, 아니면 누군가 고의로 저지른 타살인지 알고자 한다. 선희가 죽기 전 이상한 흔적들을 대아는 찾아냈으며,그 안에 숨겨진 끔찍한 진실을 파헤치고 있다. 영상과 사진 속에는 수많은 억울한 사연이 있고,진실이 숨어 있으며,때로는 과실을 숨기기 위해서, 사진이나 영상을 삭제하고, 진실을 조작하거나 은폐한다.선희는 그렇게 은폐되고,조작된 사진 과 영상 속에서,죽어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