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가 운다
안영실 지음 / 문이당 / 2024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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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늬 아버지는 부평초 같은 사주를 갖고 태어났어야, 그러니 가고픈 곳으로 갔을 거여. 아버질 찾으려는 생각은 말아라. 돌아오고 싶으면 언제라도 올 사람이니."

가쁜 숨을 고르며 그녀는 몸을 돌려 언덕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어깨를 이웃한 건물들과 움직이는 사람들이 먼 꿈처럼 아득하고 멀었다. (-14-)



그날 해넘이가 시작될 때 너는 주방에서 가지찜을 만들고 있었다.뒷집 숙희가 늑대의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이상하게 너는 등이 후끈 달아올랐다. 너는 끌린 듯 주방 창가로 가서 창문을 열었다. (-66-)



킬힐이 자리에서 엉거주춤 일어섰다. 180센티로 넘어 보이는 거구가 어기적거리며 다가오더니 내 앞에 섰다. J는 여전히 핸드폰에 빠져 눈을 반짝이고, 놀란 나는 킬 힐의 얼굴을 바라보지도 못했다. 붉고 큰 얼굴이 내 귀 쪽으로 쑥 다가왔다. (-111-)



2003년 9월 리우 섬 근처에서 발견한, 생텍쥐페리가 타고 있던 라이트닝의 고유 번호인 2734번이 명확히 보이는 앞부분의 스테인리스 스틸이 구부러져 주름이 잡힐 정도의 충격이 있는데, 그것은 바다에 빠지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조종사가 엔진을 풀로 가동했다는 뜻이며, 비행기는 거의 수직 낙하한 것으로 보이고, 그것은 자살의 명백한 증거라는 의견이었다. (-148-)



"나무가 좋아야 장인의 기술도 빛난다. 나무를 알아보는 일은 인연을 맺음과 비슷해.수많은 사람 중에 마음 통하는 사람하나 인연 맺어 곁에 두기가 쉽지 않듯이, 나무 또한 그러하단다.내 친구이지만 고건축에서는 알아주는 명인이라, 아마도 꽤 까다롭게 굴게야. 대모도(보조일꾼)로 시작하니 허드렛일을 맡겠지만 뚝심으로 잘 견뎌라." (-206-)



작가 안영실은 1996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중편소설 『부엌으로 난 창』 으로 당선되었으며, 여성의 서사를 여성의 입장으로 객관화하는 문학적 독특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후 , 「화요앵담」, 「설화」, 그리고 2024년 『늑대가 운다』를 출간하였으며, 여덟 편의 단편 소설 속에서, 여덟가지 여성의 이야기로 채워 나가고 있었다.



소설 한 편 편 한 편이 독립적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나갔다. 첫 번째 『봄의 왈츠』에서는 한 남성을 품어주는 여성의 고유의 모성을 자극하고 있었다. 특히 여성의 서사 속에 빠지지 않고 있는 것이 남성의 일탈이다. 정처 없이 떠돌아 다니는 동거남은 자유로운 삶을 살기도 하지만, 정체성이 없는 존재로 부각하고 있었다. 똑같은 상황에서 남성이 아닌 여성이 같은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소설은 낯설게 이야기를 풀었을 것이다.남자가 아닌 여자가 7년 만에 한 남자에게 나타났다면, 똑같은 이야기가 완성되지 않앗을 것이다..



이 소설에서 눈여겨 보았던 이야기 『여자가 짓는 집』이다. 주인공은 180 센티미터가 넘는 남자다. 이 남자는 여정을 한 남성이며, 가부장적 한국 사회에서, 가정에 대한 책임감과 희생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한국 사회에서, 한 남성의 아깨 위에 올려진 인생의 무게는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짐일 수 있다. 프리마돈나가 되고 싶었던 그 남성이 추구하는 남다른  인생에 대해서, 남자로서의 정체성과 가치관을 벗어 던지고, 여성으로 살아보고 싶은 욕구가 숨어 잇다.소설 『여자가 짓는 집』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실제 내가 사는 곳에 여장 남자가 존재하기 때문이다.그 사람의 심리적인 이유, 주변 사람들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았던, 여장남자로서,시선을 온몸으로 느끼고 수용해야 했던 그 이유가 너무 궁금햇기 때문이다. 남성으로서, 여성의 몸으로 바꾸고 싶은 남자의 심리적 동기가 나타나고 있다.



우리 사회 곳곳에,'모난 돌이 정맞는다'가 뿌리 깊게 내리고 있다. 여성 사사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 그 여성이 살아온 인생이 수많은 눈을 의식하며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그로 인해 몸과 마음에 제약이 있으며 , 자신의 삶이 위축된 상황에서, 사회가 요구하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한다.이 소설에서 눈여겨 보았던 것은 여성 서사가 앞으로 어떻게 바뀌는지, 그것이 우리 사회와 맞물려 달라지는 그 흔적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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