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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사라질 날들을 위하여 - 수만 가지 죽음에서 배운 삶의 가치
오은경 지음 / 흐름출판 / 2024년 12월
평점 :
시한부 판정을 받고 절망과 괴로움으로 남은 삶을 흘려보내는 사람도 있지만 남은 시간을 받아들이고 마지막까지 자신을 잃지 않는 사람도 있다. (-9-)
아주 어렸을 적 나는 기찻길 근처에서 살았다. 초등하교에 입학하기 전이었는데, 혼자 기찻길에 갔다가 그곳에서 사람의 시신을 보았다. 그때는 웬만한 것은 가마니로 덮어 처리하던 시절이었다. (-35-)
그저 목숨만 붙은 채 생명을, 더 정확하게는 호홉을 붙들고 있느라 힘겹게 싸움한다. 심한 통증에 땀과 노폐물로 얼굴이 번들거리고 제대로 씻지 못해 머리카락은 떡이 진 채 쉰내를 풍긴다. 거기다 호홉 곤란까지 있으면 보는 사람마저 숨이 차고 가슴이 답답해진다. (-75-)
그녀의 남편은 위암이 맞았다. 남편의 수술과 항암치료를 함께하다가 종종 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어려움을 토로하며 우는 목소리에는 남편을 떠나보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선명했다. (-106-)
"아내 먼저 보내고 너무 슬프고 힘이 들어요.죄책감 때문에 더 견디기 힘듭니다. 그 사람 내 동생 신경 쓰느라 어디 한 번 놀러도 못 다였어요.웃을 일 없이 고생만 하다가 그렇게 가버렸다고요.마음이 아프고 미안해서 미치겠습니다. 자기 형수 죽은 걸 아는지 모르는지,눈만 끔뻑이는 동생이 야속하고 또 불쌍해요." (-146-)
죽음은 언제나 내 마음을 먹먹하게 했다. 죽음 앞에서 망연자실하게 만들었다 얼마 전 지인의 부고장은 내 삶에 대해서, 성찰하게 되고,스스로 내 마음 속에 불필요한 욕심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닌지 반성하게 되었다.삶과 죽음, 오늘 살다가 내일 죽어도 이상할 것 않는 것이 죽음이다.
책 『언젠가 사라질 날들을 위하여』은 38년간 간호사로 일해 온 오은경 작가의 죽음에 대한 기록이다. 저자가 어릴 적 경험한 죽음이 선명하게 뇌리에서 잊혀지지 않는다. 지금과 다르게 그 당시엔 망자의 죽음을 동네 사람들이 다 알 정도였다. 지금은 대부분의 죽음이 요양원, 요양병원에서, 이루어진다. 돌이켜 보면, 죽음에 대해서, 결과 보고를 받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섭섭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그렇다.우리는 언젠가 사라진 운명이다. 돈이 많아도 죽음앞에서 속수무책이다. 시간이 금이다라고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가 오은경은 죽음에 대해 낯설게 바라보고 있으며, 죽음이 결코 익숙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 우리는 죽음이 매일 이어지지만,죽음이 익숙하지 않은 존재다.
이 책에서 눈여겨 보앗던 것으로 연명의료결정법에 대해서다.이 제도는 나의 외숙모가 돌아가신 후에 시행된 법이다. 이 법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내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곧 작성할 에정이기 때문이다. 가족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삶에서, 내 가족에게 미안함,죄책감을 남기는 대신, 남아있는 이들이 행복하게, 더 잘 살도록 하기 위한 배려가 무엇인지 항상 생각하고 있다. 결국 우리는 죽음 앞에서 죄인이 되고 만다.이 책은 나에게 죽음 이전과 죽음 이후의 삶을 생각하게 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