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우주의 마지막 퍼즐
소창길 지음 / 숨맘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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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비움에 실패했음을 자인하지 않을 수 없도록 나는 번번히 통로를 채워왔던 셈이다. 처음 새집에서 가급적 세간에 많은 모서리가 보이지 않길 원했다. 커다란 물건들로 방을 재단하도록 두고 싶지 않은 이유에서였다. 우리가 바라는 일은 늘 뜻대로 되지 않는다. 집안은 모서리들로 채워졌고, 하나둘 보이지 않는 곳까지 쌓여만 갔다. (-35-)



그렇기에 문제는 내 안의 욕망 사슬을 하나씩 끊어내는 일에서 일상이 가다듬어져야 한다는 힌트를 얻는다. 우리가 물건보다는 불필요한 습관을 떼어 버릴 때, 더 넓어지는 자유를 경험하게 되는 것처럼, 그러므로 내게 필요한 환경이란 지금까지 나에게 불편을 끼치는 것과의 관게를 끊어버린 후 나로 있을 때다. (-36-)



무엇인가를 염원하고 새롭게 하기 위해서는 '일관된 일상'의 토대가 있어야 가능한 동력을 얻을 수 있다.여기서 애기하려는 일관된 일상이란 고유하게 고정돼 불변이라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개인에게는 항상성을 유지하면서 새롭게 전달되는 동력이야말로 가능성의 필수 조건일 것이다. (-95-)



요즘은 에전만큼 횡단보도로 길을 건너는 사람이 드문 것 같다. 바꿔 말하자면 차를 운전해 반대의 길로 들어서는 일이 많아졌다는 얘기가 될 것이다. 그만큼 가까운 거리를 멀게 돌아가는 데 익숙한 생활에 젖어 산다고 말할 수 있다는 뜻이다.운전을 좋아하지 않음에도 수시로 하는 건, 내 삶이 좀 더 부자연스러운 일이 되는 것이라 여긴다. 그러므로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길을 건너는 사람들 누구든, 편하도록 자기만의 길을 넓고 여유롭게 걸어가고 있단 신념을 갖게 할 수 있는 일은,운전자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처럼 느껴진다. (-147-)



나는 재빠르게 개미가 지나다니는 곳에 녀석과 내용물을 떨어뜨렸다. 순간 참 놀랍고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개미들이 달려들어 상추 조각과 멸치를 물고 정신없이 옮기는 게 아닌가! 우려가 컸던 지참금도 효과를 발휘하는 순간이었다. 녀석도 상추 한 조각을 덥석 물고는 개미들 무리에 섞여 어디론가 따라갔다.

망설임과 우려 속에 놓아준 개미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참 신기한 것은 개미 무리 속에 던져 놓은 녀석이 순식간에 자동화된 기계의 톱니바퀴처럼 하나로 동화됏다는 점이다. (-177-)



우주는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간다. 인간이 생각하는 우주는 인간의 오감을 넘어서며, 그 대상은 무한대이다., 과학적인 진리는 고정적이지만, 인간은 그 진리에 대해 다양한 관점으로 해석하고,관찰한다.자연은 신비롭고, 미스터리하면서도,공포감과 두려움을 자아낸다. 책 『그대, 우주의 마지막 퍼즐』에서, 작가와 우주의 연결과 관계 뿐만 아니라,인간이 우주의 일부분이라는 걸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감사와 겸손이다.



인간은 오만하고,자가당착에 빠져 있었다. 작가는 그것을 비워내려 하였다. 모서리를 채우고 또 채우려 하는 인간은 이 속성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이 책에는 시인을 동경했던 작가 소창길의 소박한 인생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우리가 생각한 삶이란 소소한 행복을 누리는 것에 있다는 걸, 알려주고 있다.



비우고,채우는 과정,그것이 인생이다 작가는 우리 삶의 변화에 대해서, 횡단보도라는 키워드 하나로 쉽게 설명하고 있었다. 이 책에는 우리 일상 속에 흔한 이야기들을 관찰하였고,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으며,그 안에 깊은 성찰이 있다. 횡단보도를 건너는 일이 줄어드는 이유는,인간의 편리함에 대한 집착이다. 횡단보도를 건너는 것은 세상이 위험하다는 것을 내포한다. 실제로 횡단보도를 건널 때, 비보호 좌회전 차량이 파란 신호를 무시하고,지나가는 일이 빈번하다. 보행자의 안전을 무시하느 행태가 우리 스스로 횡단보도를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였다.이 작은 진리와 깨달음은 작가의 시선과 관점 속에,낯설게 세상을 바라보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다.



저자는 인간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요구한다. 인간 한사람 한사람이 우주의 일부분이면서, 소중한 존재이자 우주가 만들어낸 퍼즐이기 때문이다. 현존하는 그 어떤 과학기술로, 독자적으로 인간을 만들지 못한다. 다윈의 진화론을 말하지 않더라도, 인간의 생존 욕구와 삶의 지혜는 우주와 긴밀하게 엮여 있으며,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일깨워주고 있다. 채우기 위해서,비워야 한다는 그 깊은 깨달음은 인간은 언젠가 죽을 맞이한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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