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알록달록 우울증 영수증
류정인 지음 / 라브리끄 / 2024년 11월
평점 :
이 누추한 곳에 웬 귀한 댓글이? 공개적인 SNS 에 글을 연재하고 있던 것은 맞지만, <우울증 언박싱> 은 언제까지나 나의 재활치료를 위한 것에 가까웠다. 그간 쿰쿰한 먼지를 축적해 가며 머릿속에 처박혀 있던 수많은 생각들을 혼자 간직하기에는 너무 괴로워서, 감정을 배설하기 위한 창구였다. (-8-)
어릴 때부터 통통했던 나는 겨울에 패딩을 입으면 마쉐린 타이어처럼 완전히 둥글둥글해졌다. 반의 남자아이들은 그런 패딩의 모습이 근육 같다며 나를 '근육 동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나는 '근육'의 의미에 들어 있는 통통한 실집의 의미를 읽어냈다. (-46-)
병을 키우는 환경에서 정신질환을 얻었을 뿐이다.
그동안 화가 치밀어 오르면 게으른 나, 무능력하고 무기력한 나,.매번 일을 미루는 나, 준비도 안 된 채로 일을 벌이는 나를 소환해 호통을 쳤다.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겠구나.나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95-)
현실이 너무 힘들 대, 사람들은 잠을 통해 그 현실로부터 도피한다는 것이다. 그것을 나는 '회피성 잠'이라고 부르기로 했다.내가 자는 것도 분명히 회피적인 심리가 다분했다. 내가 해야 하거나 하고 싶은 일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지만, 그것을 해낼 의지나 체력이 전혀 되지 않아 '일단 자고 시작하자' 버튼이 발동되었다. (-146-)
완벽주의는 능력주의와 엘리트주의의 먹이가 되었다. 나는 어떤 영역이든 최고가 되어야 하고, 완벽하게 해내야 하는 강박이 있었다. 대학원에서는 누가 봐도 연구를 잘 하는 똑똑한 사람으로 손꼽히지 않아서 심통이 났다. 일터에서는 누구나 믿고 일을 맡길 수 있는 에이스 사원이 되고 싶어서 자진해서 야근을 했다. (-205-)
언박싱이란 명품이나 비싼 제품을 구매하여,박스에 포장된 것을 뜯는 과저을 의미한다. 유투브 , 페이스북에 쇼츠로 언박싱 영상이 종종 뜰 때가 있다. 명품이나 좋은 제품을 다른 사람에게 자랑하거나, 보여주기 위해서,궁금증을 유발하는 것,이런 것이 언박싱 효과중 하나다.
우울증 언박싱은 다른 의미를 가진다. 내가 감추고 싶었던 내 안의 우울한 감정이나 슬픔,고통이나 괴로움, 생각,행동에 대해서, 노출하는 것이다. 작가 류정인은 스스로 재활치료를 위해서,우울증 언박싱 시리즈를 썼다. 어느날 그 시리즈이 뚱댓이 달리기 시작한다.
어떤 우연한 사건이 발생하였고,공감과 좋아요가 눌려지기 시작한다. 반응이 있었고,위로와 치유가 된다. 우울한 감정,,비참해진 그 시간들, 나만 그 비참한 일이 발생한 것은 아니었다. 누구나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며, 감정이었고,, 상황이었다.우울한 감정은 삶과 죽음,그 사이에 있는 모호한 개념이며,인간을 좀먹게 하며,자존감을 서서히 갉아 먹는다.아프지 않은데도 아프다. 누구에게 말하기 힘들다.
스스로 조용히 있어도, 사람들이 평가하고,내 안에 숨겨진 완벽주의 성햐이 엘리트주의와 능력주의로 인해 자신이 더 비참해지는 상황이 빈번하게 나타난다.그것이 바로 우리가 우울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이며,내 안의 아픔이나 상처를 쉽게 노출하기 힘든 사회적인 이유도 존재한다. 우울증으로 인해 정신병원,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며,사람들이 나를 이상하게 처다보기 때문이다.이 책을 쓴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았다. 뚱뚱해서 우울하고,능력이 부족해서 우울하고, 나으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이 나타나서 우우하다.완벽주의 성향은 실수하나에 스스로 비참한 느낌을 가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