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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일중학교 양푼이 클럽 - 제14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ㅣ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20
김지완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11월
평점 :
초인종을 누르자 한주가 튀어나왔다. 흰 반소매 티셔츠르 입고 앞머미를 단정하게 내린 한주. 예은이 가장 좋아하는 모습이었다.예은은 한주의 볼에 도장을 찍듯 장난스럽게 뽀뽀했다. 한주는 그런 예은의 손을 끌어당기고는 현관문을 닫았다. (-25-)
유리가 알려 준 잔혹하고 기형적인 세계.그 세계가 보민을 자꾸만 끌어당기고 있었다. 빗물은 단단한 고철을 녹슬게 하고 바람은 바위에 구멍을 뚫는 법이다. 고작 몇 마디 말에, 몇 개의 활자가 보민을 서서히 병들게 했다. (-66-)
찰싹. 엄마가 종희의 등을 아프지 않게 때렸다. 자기는 남편을 그토록 미워하면서 딸에게는 아빠를 사랑하라고 가르치는 엄마를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종희는 늘 혼란스러웠다. 뭐든 십년 하면 전문가라면서! 십 육년 차 전문 양육자가 종희의 속을 좀처럼 알아주지 못하는 탓에, 마음의 살갗이 까지고 자잘한 생채기가 났다. (-100-)
아빠:남들 다 가는 고등학교를 간다는 걸 이렇게 발표씩이나 하는 거로도 모자라서 감히 조건까지 다느냐?
엄마:세상 물정 아무리 몰라도 그렇지.매일같이 영화만 보더니 이제는 아예 영화배우를 하겠다고 나서느냐?
시경:그 바닥이 얼마나 혹독한 곳인데 돈도, 백도 없는 네가 어떻게 살아남겠느냐?
시오:배우를 하기에는 네 얼굴이 다소 밋밋하지 않느냐?:(-140-)
"중음이 별거냐.다시는 말하지 못하고, 내 기억에만 있는 사람이면 죽은 거지.나한테 그 오빠는 진짜로 죽은 사람이야.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면서 명복을 빌어줄 테다." (-184-)
소설 『순일중학교 양푼이 클럽』은 순일중하교에 다니는 예은 이야기다 . 이 소설에서 양푼이란, 비빔밥을 비벼 먹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으며, 사춘기 소녀들이 겪는 불안과 불확실한 미래, 꿈을 꾸면서 현실을 받아들인다는 것이 세상이 만든 기준과 이질적으로 나타나는지 잘 드러나고 있었다.
예은은 한주와 사귀게 된다. 한주의 섬세함과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자신이 가지지 못한 사람에 대한 따스한 온기를 한주는 채워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두 사람은 서서히 장난도 치고, 가까워지고 있었다. 서로에 대해 조금씩 알아간다는 것은 내가 가지지 못한 꿈이나 현실에 대해서, 누군가 믿어주고, 조금씩 응원하며, 만들어 준다는 걸 의미한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에은과 종희, 보민과 시래,유리가 나오고 있다. 학교를 다니면서, 주변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치이게 된다. 내가 가진 꿈에 대해서, 그 누구도 응원하지 않으려는 모습에 스스로 자괴감,죄책감에 빠지게 되었다. 순수함이 사라고,현실을 이해하기 시작하면서,내가 가진 꿈이 사치였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그 순간, 꿈이 꺽이며, 구토로 이어지고 있었다.
이 소설에서, 순일중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내면 속 불안과 불확실한 상황을 엿볼 수 있다. 그 불안과 불확실함은 혼돈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장장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았고,부모가 없을 때,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하려 한다. 그 안에서, 어른이 되고 싶은 아이들은 서로가 서로를 위로하고,치유 받으면서, 정서적 공동체,감정을 배설하는 공동체, 운명공동체가 되어갔다. 어른이 느끼지 못하는 아이들의 공감과 인정의 기준, 어른이 생각하는 꿈과 성공의 기준이 아이들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고,서로 다른 기준으로 인해,상처가 되고, 각자 자신만의 세계관,가치관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