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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깨우다
클로에 윤 지음 / 한끼 / 2024년 10월
평점 :
"너의 외로움이 느껴져. 양치식물처럼 말려 있는 너의 어깨와 굽은 등에서 비명이 들려. 슬픔에 빠져서 울부짖을 때 부여잡을 게 하나도 없으면 힘드니까 나를 잡아." (-31-)
새벽은 울고 싶어졌다. 비가 오는 날을 좋아했었다.비가 올 때면 빗소리를 듣지 않아도 냄새로 알 수 있었다. 젖은 땅 냄새, 풀맴새, 대기의 냄새.그러나 숨을 크게 들이마셔 보아도 냄새를 맡을 수가 없었다.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았다. 그녀는 아스팔트 한가운데 홀로 서 있었다. (-93-)
그에 대한 호기심은 있었지만 특별히 연애 감정을 느끼는 건 아니었다. 가게로 오기 전,별과 루나가 반드시 사랑을 쟁취해야 한다는 둥 예감이 좋다는 둥 사랑에 대한 표지를 놓치지말고 감지해야 한다는 둥 이상한 소리를 늘어놓는 바람에 온종일 주파수가 '러브 모드'에 맞춰져 있긴 했다. (-169-)
그녀가 사랑해야 할 사람은 자신이 아니라 태양과 별이었다.그들은 그녀가 사랑할 모든 조건을 빠짐없이 갖추고 있을 것이다. 그들의 뫼모는 매력적일 것이고, 목소리와 말투, 걸음걸이 하나까지 아름답고 완벽할 것이 분명했다. 새벽에게는 그들을 사랑할 의무가 있었다. 그리고 그 의무에서 평생 벗어나지 못한다. 그건 엘도 마찬가지였다. (-228-)
그들은 서로에게 사랑을 이해시키고,암울했던 과거를 용서하도록 만들었으며, 자신들이 발 딛고 있는 이 세계가 서로의 것임을 증명했다. 진정한 사랑을 깨닫기 위해 모든 장애물을 헤치고 세상 끝에 닿았다. 내내 부정했던 사실을 인정해야만 하는 순간이었다.
평생 잊지 못할 아름다운 그의 미소를 보면서 새벽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273-)
누구나 행복한 삶이 주어지는 건 아니었다.그렇다고 누구나 불행한 사람으로 태어나는 것도 아니다. 단지 우리 스스로 불행하다고, 내가 태어난 것이 내 탓인 것처럼 살아갈 뿐이다.그것이 결코 내 잘못이 아님에도 불구하고,내 잘못처럼 살아가며, 스스로 자신의 흔적을 지우고 싶어한다. 마치 이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그 누구도 나를 알지 못한다고 생각하길 바란다. 소설 『새벽을 깨우다』의 주인공 한봄새벽은 그런 아이였다.
소설 『새벽을 깨우다』은 주인공 한봄새벽에게 주어진 일주일의 사랑을 담고 있다.그 사랑이란 한번도 누구와 사랑해 보지 못한 경험 이다. 새벽이 사랑한 엘은 운명적인 만남이었고,새벽은 자신의 우울한 과거를 용사하고,치유받고, 회복하고 싶어한다.
소설은 판타지와 현실을 오가면서,세상에 이해하지 못했던 것을 하나씩 이해하는 과정이 도드라지고 있었다. 그 누구도 용서하지 못할 사람이 없으며, 그 누구도 미워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상기해 주고 있었으며, 삶과 죽음은 종이 한장 차이로 찰나의 순간에 결정된다.
소설 『새벽을 깨우다』에서 우리는 새벽에게 희망을 느낄 수 있었다. 그걸 우리는 삶의 기적이라 말한다. 새벽 앞에 놓여진 일주일 간의 사랑은 현실과 비현실을 오가고 있었으며, 어떻게 해서든지 자신의 선택과 결정이 필요하다.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들이 하나 둘 이해되기 시작한다. 그 누구도 포기하지 않는 삶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먼저였다. 환경이 우울하다 해서,나에게 주어진 운명이 우울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언제든지 나에게 희망과 기적,사랑은 찾아올 것이다. 새벽에게, 루나와 태양,별을 품어줄 수 있었던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