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은 한 마리 새 - 정경심과 영미시 함께 읽기
정경심 지음 / 스토리두잉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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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중에 제일 예쁜 나무,벚나무

가지마다 만개한 꽃을 주렁주렁 매달고,

숲속으로 이어지는 승마길 주변에 서 있네.

부활절을 맞아 하양 옷으로 단정하였네.

아,. 내 인생 칠십 년 중에,

지나간 스무 해는 다시 오지 않으리.

일흔 봄에서 스물을 빼면,

기껏 쉰 번의 봅이 남는구나.

활짝 핀 꽃들을 바라보기에

쉰 번의 봄으로도 충분치 않으니,

숲으로 나는 가리라.

눈꽃처럼 만발한 벚나무 보러 가리라. (-27-)

아름다움은 번쩍거리는 화려함이나 요란스러운 현란함이 아니라 서서히 익어가는 부드러움과 차분한 고요 속에서 은은히 스며 나오는 것이라고 합니다. 한 줄기의 빛이 덜하거나 한 점의 그늘도 넘치지 않는 완벽한 조화의 단계, 동양적 표현으로는 '중용'인 이단계가 가장 우아한 미의 결정체라는 인식은 사실상 철학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47-)

"사랑은 자신의 쾌락을 구하지 않아.

결코 자신을 돌보지도 않아.

다만 타인에게 안위를 주고자 하며

지옥같은 낙담 속에서도 천국을 짓는다네."

작은 진흙덩이가 이렇게 말했지.

소 떼의 발길에 짓밟히면서도 말이야.

그런데 시냇가의 조약돌 하나가

장단을 맞추며 속삭였어.

"사람은 오로지 자신의 쾌락만 구하려 해.

타인응 자기의 쾌락에 묵어두고

그가 아뉘르 잃으면 신나 하지.

천국의 뜻을 거슬러 지옥을 짓는다네." (-82-)

그들이 내게거 달아나는구나.한때 나를 따른다고

맨발로 내 방에서 서성댔던 그들이.

상냥하고 나긋나긋하고 유순했던 그들이

이제는 거칠디거칠구나 그리고 잊었나 보구나

내 손의 빵 한조각 얻어보려고

때로는 위험도 불사했던 사실을 ,이제 보니 그들은

계속 입장을 바꾸며 세태를 좇느라 바쁘구나. (-136-)

예전에 볼티모어 구시가를 달리며

기뻐서 가슴이 벅차고 마음도 뿌듯했는데

볼티모어 토박이 한 놈을 보았어요.

나를 뚫어져라 쳗다보고 있더군요.

나는 고작 여덟 살이었고, 아주 꼬마였지만

그 자식이라고 나보다 더 큰 백인 놈도 아니어서

조용히 웃어주었지요.그랬더니 그 자식이 낼름

혀를 내밀더니 "검둥아" 하고 욕을 하더군요.

나는 그해 5월부터 12월까지

봁티모어를 구석구석 쏘다녔지만

거기서 겪은 일 중에서

유독 이것만 기억이 나는군요. (-195-)

정경심과 영미시 함께 읽기 『희망은 한마리 새』는 16세기부터 20세기까지 고전으로 남아있는 영미시를 61편으로 간추렸으며, 우리 안생에서 놓칠 수 없는 성찰, 카르페디엠의 깊은 의미를 되새김하게 해 주고 있다. 작가 정경심이 2023년 9월 가석방되고 나온 옥중 에세이집 『나 혼자 슬퍼하겠습니다』에 이어서 나온 영미시 『희망은 한마리 새』는 깊은 절망 속에서,희망을 찬양하였고,많은 사람이 위로받기를 원하다고 소회를 밝힌 바 있다.

인생은 덧없다. 삶과 죽음이 있으며, 절망 속에서,희망을 노래할 수 있다. 어떤 상황이 나타난다 하더라도 ,좌절하지 않는 법, 초연하게 현실을 견디며 살아가는 방법,주어진 삶에 대해서,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는 노하우, 어떤 유혹에도 평온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 절제와 인내로서 자신의 삶을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삶삶 대한 성찰,내 주변에 놓치고 있는 자연의 미적인 아름다움과 여유로움을 스스로 내가 만든 삶의 광주리에 담아낼 수 있는 삶의 여정까지 이해를 돕고 있다.

영국 오크셔 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에버딘 대하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경북 영주시 동양대학교에서 정교수였던 정경심은 문재인 정부 당시 남편 조국 교수가 법무부 장관이 되는 과정에서, 크나큰 인생의 진통을 느끼게 된다.동양대학교 전체가 쑥대밭이 되어버렸으며, 딸 조민은 의사로서의 길이 막혀 버렸다. 그 과정에서,정경심 교수는 스스로 인생의 돌파구를 만들지 못한 가운데, 크나큰 상처를 얻고 ,교수로서 직위를 박탈 당한 상태에서, 수감되고 말았다.돌이켜 보면, 정경심 교수처럼깊은 상처와 상흔을 느끼며 살아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 조용히 살아가며, 때로는 도덕적인 감정론에서 벗어나는 게 우리의 삶이다.하지만 정경심과 조국 교수는 그 폭탄을 온몸으로 맞았고, 21세기판 대한민국 사회의 권력의 핍박을 받게 된다.바로 그 아픔에서,작가 정경심은 아름다움과 여유로움을 영미시에서 찾았으며, 시적 상상력과 영미시 해설을 통해서, 자신을 위로하면서, 독자의 아픔도 어루만지고 있었다. 우리 인생에 용서하지 못할 것은 하나도 없으며,중용의 가치를 지키며 살아간다면, 그 어떤 곳에서도 아름다움은 피나난다고 말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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