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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숙과 제이드
오윤희 지음 / 리프 / 2024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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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반지를 화장대 안에 집어넣고 서랍을 닫았다. 그 모습이 너무 슬퍼 보여서 더 이상 엄마에게 질문 공세를 할 수가 없었다. 그 뒤 오랜 세월 동안 이 반지의 존재는 내 머리에서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아주 오래 전 엄마와 나눴던 대화가 조금 씩 되살아나 봉인된 내 기억을 풀어놓기 전까지. (-15-)
"한국엔 나 같은 아이들이 아주 많았어. 그 아이들은 먹을 것,입을 것도 부족하고 학교에 가고 싶어도 돈이 없어서 학교를 다닐 수도 없었어. 그러니까 제이드는 따뜻한 집에서 밥 굶지 않고 엄마, 아빠 뿐만 아니라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살아계신 걸 감사하게 생각해야 해." (-48-)
"너도 눈깔이 있으면 똑똑히 보이겠지? 방에 있는 침대랑 가구만 해도 벌써 10,000원이 넘어. 게다가 너 데리고 오는 데만 해도 7,000원을 썼고, 네가 내 앞으로 달아놓은 돈이 벌써 17,000원이란 말이야.그 돈을 일 안하고 무승 수로 갚을래?더구나 갚을테니 그냥 내보내달라고? 그게 무슨 도둑년 심보야?내가 여기서 네년들 공자로 밥 먹여주면서 자선 사업 하는 줄 알아?" (-157-)
경아가 클럽에 나타날 때면 사람들의 시선은 모두들 자연스럽게 그녀에게 쏠렸다. 클럽에서 경아는 '나탈리'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왜 그 이름이 붙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나중에 나탈리 우드라는 할리우드 배우의 사진을 발견했을쓸 때 경아에겐 나탈리 말고 더 잘 어울릴 만한 이름은 없겠다고 생각했다. 경아는 굳이 자기가 나서서 손님을 유혹할 필요가 없었다. 오히려 그녀를 한번 품어 보려는 욕망에 들뜬 남자들이 앞다퉈 경아에게 다가갔다. (-197-)
생각하면 할수록 엄마가 수수께끼 같았다.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엄마가 내게 하지 않았던 말,나와 공유하지 않았던 경험이 궁금했고, 그 궁금증은 결국 돌고 돌아 한 가지 결론으로 귀결됐다. 내가 엄마를 잘 모른다는 결론
엄마가 대체 어떤 사람인지, 엄마가 내게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지금의 나라면 엄마가 내게 감추려 했던 모습도 모두 보듬어불 수 있을 것 같았다. (-287-)
소설 『영숙과 제이드』의 주인공은 영숙과 제이드다. 두 사람은 엄마와 아들 사이였으며, 전쟁 고아였던 영숙이 미군 기지촌에서 일하다가 , 미국으로 건너가 존과 만나게 되었고,제이드를 출산하였다.
소설 『영숙과 제이드』은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우울한 자화상을 말하고 있다. 1950년 한국 전쟁이 발발하였고, 대한민국 국민들은 가난한 삶, 생존이 우선인 비참한 삶을 살았다.몸을 팔아서, 생존을샀다. 이런 모습이 단순히 나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었고,부모 없이 혼자가 된 전쟁 고아가 그때 당시엔 즐비햇다. 영숙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삶의 선택권이 없었고, 순응하며 살아왔으며,몸을 팔아서, 달러를 샀으며, 체념하며 살아왔다.
영숙이 선택한 길은 미국과 미군인이었다.제이드는 영숙에게 희망이었다.하지만, 영숙은 영어가 서툴렀고,제이드는 한국어가 서툴렀다. 언어가 다르다는 건,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해 잘 모르는 빌미가 되고 만다. 소설 『영숙과 제이드』은 전쟁 고아 영숙의 관점과 미국에서 태어난 제이드의 관점에서, 서술하고 있다. 사로 다른 삶이 있었고, 지금은 사멸된 언어이지만, 영숙에게는 익숙한 단어, 복덕방과 미국 기지촌, 양공주가 나오고 있다.바로 영숙을 지칭하는 단어다.
영숙은 제이드에게 자신의 삶을 말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제이드는 우연한 기회에 영숙의 과거를 짐작하에 하는 물건을 찾게 된다.그 과정에서, 엄마가 살아온 삶이 궁금했고,하나하나 찾아가는 인생의 여정이 있었다.결국 제이드는 엄마의 슬픈 자화상을 마주하였고, 더이삼 말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피해자이자, 생존하기 위해 선택한 그 길에 대해서, 영숙은 무덤까지 가지고 가고 싶어했다.하지만 제이드는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자신이 경험해보지 못한 과거, 영숙의 아픈 인생, 그 안에서,자신과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온 엄마 영숙을 이해하고, 화해하고 싶어했다. 엄마를 보듬어가는 과정이 소설 『영숙과 제이드』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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