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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닫히면 어딘가 창문은 열린다 - 구십의 세월이 전하는 인생 수업
김욱 지음 / 서교책방 / 2024년 11월
평점 :
나는 나 자신에게 묻는다.내가 그 어려운 시절에 대학을 나오지 않았더라도,내로라하는 보수언론에서 삼십년씩 월급쟁이로 목숨을 연명하지 않았더라도 사람들은 내가 살아온 시간과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줬을까? 나라는 인간 그 자체에 관심이나 가져웠을까? (-41-)
자유를 향한 인간의 갈망은 생각보다 강력하다. 인간이 직업을 선택하는 이유에서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는 것은 '자유;'임이 당연하다. 권력에 다가감으로써 더 많은 자유가 파생된다. 그래서 타인의 자유를 말살하는 한이 있더라도 내게 자유가 지급되면 그 달콤한 성취에 흠뻑 빠져 이성적인 판단을 놓치고 마는 것이다. (-58-)
자녀는 부모가 해준 것들을 기억해야 한다지만, 자녀가 부모를 위해 희생하고 바치는 것들 또한 만만치 않음을 인정해줘야 한다.번역 일을 받기 시작했지만 크게 돈벌이가 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나는 그 일이 너무 좋아서, 너무나 행복해서 지나치게 들뜬 나머지 심장에 이상이 생겼다. (-115-)
지금 내가 스무살이라면 나는 일흔 살 이후의 삶을 준비할 것이다. 일흔 살까지는 현실에 순응한 미꾸라지처럼 진흙밭을 요리조리 눈치껏 빠져나가는데 노력하겠지만, 그러면서도 잊지 않고 일흔 살부터 시작될 새로운 청춘을 계획할 것이다. (-146-)
자가 김욱은 소설가를 꿈꾼다.전업 번역가로서 200여 권의 책을 번역했다. 자신이 하는 일이 좋아서 시작한 일이 평생 자신의 업이 되었다. 작가 김욱은 놀랍게도, 1930년생이며, 구순이 넘은 나이에도 글을 쓰고 있다.계획적으로 살아가며, 현실에 천착하지 않는 것, 집착과 번뇌에서 자신을 자유롭게 하는 법을 책 한권에 압축해 놓았다.
삶이 있고,죽음이 있다. 작가 김욱은 살아온 날보다 남아있는 날이 적다. 오십 이후에 사랑했고,자식을 낳았다. 내 자식도 자신이 의도한데로 되지 않는다는 걸,작가 김욱은 알고 있다. 책에는 디자이오사무와 마쓰모토 세이초 작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실패하고,비난받았고,출판사에 여러번 퇴짜를 받은 작가들이다.그들이 소설가로 성공할 수 잇었던 건,실패가 있었기 때문이다.실패 속에서,자신의 다채로운 이야기,공감가는 이야기를 담았고,그것이 소설의 영감이 될 수 있었다. 마츠모토세이초가 추구하였던 사회적 소설은 그것이 시작되었던 그 당시에는 그닥 대중적이지 않았고, 인기가 없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실패를 거듭하였음에도 불구하고,포기하지 않았다. 작가 김욱도 여러차례 실패하였고, 희망과 꿈을 꺾지 않은 이유다. 자신이 쓴 책이 기존에 나온 책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책이 나오지 못했다.하지만, 그는 꼭 해내고 싶었고, 포기하지 않았다. 앞으로 자신의 포기하지 않는 삶이 자신의 삶의 의미가 될 수 있고,죽음 앞에서 당당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구순이 넘으면,경험과 경륜은 쌓이지만, 상처와 후회는 층층히 쌓여 오래 남는다.작가 김욱은 자신의 삶에서,수치를 덜어내고 싶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