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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훔친 남자
양지윤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10월
평점 :
사람들은 아직도 오 대리를 의심하고 있었다. 그는 일주일에 세번 이상 야근을 했다. 사람들은 그가 몰래 나무에 물을 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참견하기 좋아하는 몇몇 직원들이 남아서 그를 훔쳐보았다. 이상한 점은 눈에 띄지 않았다. (-25-)
나는 손님들이 내 보석 쿠키를 왜 사는지 안다. 그것은 행복을 찾는 일과 비슷하다. 사람들은 세상에 행복이 있다는 걸 알지만 그게 어떻게 생겼는지는 모른다. 보석도 마찬가지다.내가 알리바바에서 일하는 대가로 받아낸 것들은 지극히 사소한 것들이다. (-47-)
나는 노숙자들이 신발로 뭘 할지 알고 있었다. 그들은 그걸 담배나 술로 맞바꿀 계획이었다. 그간에도 내가 종종 구호품을 주면 그런 짓을 했다.나는 알면서도 모르는 척 했다. 심지어 도와주기도 했다. 운동화 한 켤레로 인생을 바꾸다니. 나이키 광보엔 나올 법한 꿈 같은 소리다. (-78-)
"내 그림은 한 여자와 관련된 것이라네. 그 여자는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여자네.내 그림들은 그녀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네.나는 내 그림이 그 여성을 만나 하나의 완벽한 작품이 되길 원하네.그게 내 마지막 꿈일세." (-115-)
하루는 회사 프로젝트 때문에 각 부서 담당자즐이 한데 모인 자리에서였다. 이견은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사람들이 하나둘 지쳐갈 즈음 별안간 남자가 박수를 쳤다.
사람들은 그가 그 유명한 박수 치는 남자라는 걸 알고 있었다. 몇 번 본 사람들은 몰라지 않았지만 그 광경을 처음 본 사람들은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147-)
그녀는 혼자 살았다. 작은 주방이 딸린 화사하고 아담한 집이었다. 흰 소파 옆에 수조를 놓자 거실이 꽉 찼다. 그는 자기도 모르게 몸을 벌떡 일으켜 세웠다가 천장에 머리를 쾅 부딪쳤다. 정수리가 얼얼했다. (-183-)
이상하지 않은가? 책 한 권만 남기고 사라진 여인과 그 책의 주인을 찾기 원하는 남자.그리고 그 책을 가지고 싶어 하는 남자.그 기묘한 삼각 구도 속에서 그는 이 책이 뭔가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는 책을 다시 한 번 내려다 보았다. 남자가 왜 그토록 책에 집착하는지 이해되지도 않았지만 상황이 이런 식으로 흘러가자 남자가 책을 원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208-)
양지윤 작가는 단편 소설 『나무를 훔친 남자』에 여덟 편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익명이거나, 그, 그녀로 표현되는 주인공의 이름이 나오지 않는 독특한 소설의 형식을 취하고 있었다. 우리 사회가 말하는 이상한 사람,괴벽, 학창 시절 , 꼭 티내고 ,드러내고 싶은 아이들이 이 소설 속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있다.
나와 다르다는 건, 그 사람의 어린 시절의 가정환경,하교 생활이 다르다는 걸 의미한다. 표준화된 사회 속에서,돌출 행동을 한다는 것은 그 아이가 마녀사냥으로 낙인 찍힐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는 걸 의미한다.이런 모순은 회사생황,사회생활에서 잘 드러나고 있으며, 사회부적응자라 일컫기도 한다. 그들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주변 사람들이 그 사람의 생각과 의도와 무관하게 평가하기 때문이다.
여덟 편의 단편 소설의 주인공은 없지만, 그 주인공에 나 자신을 넣어 보았다.이름이 없는 소설에 이름이 생긴 소설로 탈바꿈하였으며,주인공의 입장을 헤아려 보면서 읽어 보았다. 특히 회사생활에 나무화분이 사라지고, 그 안에서,물을 주는 인물이 나온다. 이상한 행동을 하는데, 딱히 이상하거나 , 회사의 틀에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관심을 가지고, 염탐도 하고, 몰래 보기도 했지만, 그 사람이 나와 다르다는 점 이외에 특별한 것은 없다. 이런 상황이 연출되는 이유, 이런 소설이 등장하는 이유는 대한민국 특유의 정서 때문이다.나와 다르거나, 사회의 평균에 맞춰지지 않으면, 그 사람과 거리를 두고, 그 사람이 어떤 것을 하더라도, 높은 평가를 받기 힘들다.그런 모순을 이 소설에서 끄짚어내고 있으며,그 주인공이 추구하는 삶의 가치관,인생관을 상상하게 된다. 우리 주변에는 이러한 사람이 항상 존재했고, 예측불가능한 사람으로 인식하여, 우리를 힘들게 하거나, 때로는 의도하지 않은 상황에서 도움을 받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독특한 컨셉의 소설 이야기, 『나무를 품친 남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