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의 곁
박지현 지음 / 별빛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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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파도처럼 너울거리는 풀밭을 지나, 아침의 길가를 천천히 걸었다. 이윽고 회색빛 도로 옆에서 또다시 나아가는 하루를 마주했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든 걸음들과 웅성대는 그을음 속에서 나는 고요히 움직였다. 그저 풀잎들 사이를 스쳐가는 바람 소리처럼. (-13-)



'산 책'을 낱낱이 흐트러뜨려 '책 속'이라 일컫는다. 새롭게 이름한 나만의 숲에서 오직 나만이 내딛을 수 있는 걸음은 얇은 감촉과 작은 바람 소리를 가졌다.

'낮'이 전복된 시간에 '잔'을 두고,마치 그것이 끝을 향해 퍼져 나가는 하루의 물결인 양 몽상한다. 이윽고 마음의 뜨락에 만들어진 연못. 한 사람의 몸이 가라앚아도 될 만한 가득해진 그 안에 잠겨 다음 날이 떠오를 때까지 유영하며 심호홉한다. 밤의 포말이 일수록 물풀들의 키가 자라고, 그렇게 뒤덮인 검푸른 어스름 위로 새로운 햇빛이 번져 온다. (-32-)



계속해서 내가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다니는 이유는 꼿꼿한 몸가짐을 하고,이로운 마음을 갖기 위해서다.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것도 좋지만, 대부분은 홀로 있다.아무에게도 나의 내밀한 표저을 들키고 싶지 않아서다. 달빛 아래서도 숨어 지내는 들고양이처럼 잔뜩 커져 있는 눈동자.부풀어 오른 콧등, 파도 같은 입꼬리 같은 그런. (-92-)



잎을 잃은 나목에게 다가서서 다를 것 없는 내 마음을 속삭였다. 그러자 그는 바람으로 고개를 저으며 구름과 농을과 새들의 휴식, 그리고 이따금씩 내리는 눈이 자신의 또 다른 잎이라고 일러주었다. (-100-)



내 마음의 위로와 치유를 책 『산책의 곁』에서 얻는다. 디지털 문명 속에서, 나 자신의 가치를 잃어버리고, 삶의 본질이 왜곡되어졌다. 디지털과 멀리하고, 아날로그적인 가치를 추구하면서 살아가고 있다.나에게 사색의 시간이 필요하다.단조한 나날은 사색의 시간으로 이어졌다. 



책 『산책의 곁』은 사색 에세이다. 작가 박지현의 시간의 편린이 느껴지며, 명상의 시간도 느껴진다. 자연과 벗하며 혼자 시간을 보내는 작가의 시간과 공간이 읽혀졌다. 수많은 인간관계 속에서, 번아웃 증후군에 노출되어 있는 현대인에게, 자연 속에서, 나 혼자의 시간을 가져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오직 나만의 시간, 나를 위로하는 시간이 우리에게 절실했다.



작가 박지현은 미술관과 박물관을 자주 다녀 오고 있었다. 작품을 감상하느 것 뿐만 아니라, 그림이나 예술 작품에 연관된 수많은 사람들과 벗하기 위해서, 미술관과 박물관을 다녀오고 있었다. 그 누구에게도 노출되고 싶지 않은 진지한 나, 혼자가 되어 있었을 때,나타나는 나의 표정과 감정, 느낌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있었다. 눈치 보지 않으면서, 누군가를 신경쓰지 않으며, 나를 지킬 수 있는 그 시간이 필요하다.



책을 읽으면서, 혼자가 되어지는 시간이 나에게 필요하다는 걸 느낄 수 있다. 하루하루 살아가면서,지쳐 있는 이유도, 사람과 함께 있으면서, 신경 써야 하는 일, 눈치 봐야 하는 일, 긴장해야 하는 시간은 늘어나고 있어서다. 여유로운 삶과 멀어지고 있다. 혼자서 무언가 응시하고,관찰하면서, 디테일한 것 하나하나 놓치지 않겠다는 몰입의 시간을 소홀히 여겼으며, 두려워하고 있었다. 홀로 있는 시간, 사색의 시간을 늘리며, 고독한 시간을 가진다면, 나를 스스로 지키고, 내 마음도 지키며 단단한 내면을 추구하면서 살아갈 수 있을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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