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날엔 사랑을 지어 먹어야겠다 - 엄마의 밥상에서 내가 배운 것들
류예지 지음 / 책과이음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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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식은 육수에 국간장을 두어 숟가락 풀어내어 감칠맛을 살렸다. 얼음 몇 개를 둥둥 띄운 후 참기름 몇 방울을 떨어뜨려 육수의 풍미를 더했다. 작업복을 입은 채 들마루에 앉아 훠이훠이 피리를 쫓던 아빠는 허기에 배가 곯을 대로 곯은 상태였지만, 여기가 채 빠져나가지 않는 좁다란 부엌에서 땀을 훔치며 종종거리는 엄마를 섣불리 채근하지 않았다. (-78-)



어릴 때부터 오징어를 좋아했다. 일찍이 씹고 뜯고 맛 보는 재미를 깨우친 덕분에 오징어라면 생물이든 반건조즌 건조든 가리지 않았다. 그렇던 데는 내 유년기 속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는 할머니의 입맛이 한몫했지만, 그보다는 전통시장에서 각종 해산물을 오래 취급해온 장사꾼이자 우리 집의 해산물 공급책이기도 한 삼 촌 덕이 컸다. (-130-)



엄마는 서랍장 속 깊숙이 넣어둔 양철 수세미를 꺼내 매손으로 수챗구멍을 벅벅 청소했다. 음식물찌꺼기를 오염된 수챗구멍은 순식간에 뽀얀 속살을 드러냈다. 엄마가 이렇게까지 부엌 정리에 공을 들이는 것은 자식들의 저녁거리를 청결한 부엌 환경에서 만들기 위해서였다. (-152-)



12월 들어 시금치가 제철이었다. 동네 마트 야채 코너에 작은 언덕처럼 그득그득 쌓아두고 판매 주인 시금치를 한두 번 사서 나물로 무쳐 먹었지만, 생각처럼 맛있지 않았다.,요령이 부족했는지 야채칸에 넣어놔도 이파리는 쉽게 뭉크러졌다. 숨도 맛도 죽은 시금치를 심폐소생하겠다고 소금, 간장, 통깨, 들기름을 영껏 넣어 조물조물 무쳐보아도 결과는 매번 참담했다. (-196-)



어려서부터 밥상머리 교육을 철저히 받았다. 가난한 집에 태어나, 어려서 가난을 면치 못했던 외할머니는 아끼고,절제하는 것을 우선했다. 손자 손녀에게, 밥상 위에서, 밥한톨 흘리거나, 밥이나 반찬을을 남기면 혼났다. 음식 앞에서, 장난치면 안된다는 불문율은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신지 10년이 지났지만,내 몸은 기억하고 있었다. 언제 어디서든,누구와 식사를 하던,누가 시키지 않아도, 깨끗하게 정리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음식은 삶이자 생존이면서,인간의 태도와 자세, 인격과 인성과 연결되고 있음을 어릴 적부터 배워왔다.



요리 에세이집 『그리운 날엔 사랑을 지어 먹어야겠다』은 사랑과 정성으로 채워지고 있다. 엄마가 주는 요리는 식당이나,마트에서 파는 음식, 요리와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화려하거나, 유혹하는 움식이 아닌, 소박하고 소담하지만, 내 가족을 위한 음식이며, 건강을 우선하는 음식,식단이 대부분이었다. 인간은 양악하다 하였던가, 요리는 할 줄 몰라도, 음식 맛은 미세한 것까지도 찾아낸다. 엄마의 맛이 그립다는 것은 그 맛을 쉽게 재현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즉 정성과 건강으로 채워진 요리는 쉽게 따라하기 힘들다.재료를 고르고, 손질하고, 음식의 기본 영념까지 만들어 가는 그 과정 하나하나 허투루 만들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내 가족 구성원 하나하나의 식사법, 좋아하는 음식, 그리고 가리는 음식 뿐만 아니라, 먹어서는 안되는 음식까지 기억하고 있었을 때,엄마의 요리와 정성은 만들어진다.소소한 일상 속 하나하나에 대해서,이 책을 통해서,놓칠 수 없었으며,그동안 소홀히 했던 내 모습을 반성하게 했다. 집안에서, 음식을 만들면서, 맛 뿐만 아니라,위생까지 소홀히 하지 않았기 때문에,엄마의 그리움이 항상 생각나고,그 멋을 찾아가려 하였던 건 아닌가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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