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룩덜룩해도 아름다워 - 떠돌이 개 스펙과 함께하는, 유쾌하고 시끄럽고 가슴 아린 날들
릭 브래그 지음, 황유원 옮김 / 아카넷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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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녀석은 밤이면 보통 그랬던 것처럼 나무 사이에서 현실이나 상상 속에 존재하는 생명체들을 향해 미친 듯이 짖어 대며 나를 네다섯번 깨웠다.최근에는 새벽 세시에 깨워댔다. 결국 밖으로 나간 내가 현관 계단에 앉아서 녀석에게 제발 조용히 하라고 외쳐도 녀석은 더욱 더 시끄럽게 짖어 댔다. (-28-)



"녀석 안에는 악마가 숨어 있어." 어머니가 말했다.

어머니는 한동안 녀석에게 먹을 것을 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한참 동안 중얼거렸다. 어머니는 녀석을 길에 내놓을 것이라고, 유기 동물 센터에 연락하거나 녀석을 평생 우리에 가둘 것이라고 말하고는 빗자루를 든 채 등을 돌려 쿵쿵거리며 집 안으로 들어갔다. (-87-)



형은 평생 나쁜 버릇을 갖고 살아온 개들, 물어뜯고 떠도는 개들을 데려다가 얌전히 굴게 훈련했고, 요란하게 짖어 대는 아마추어도 참을 줄 아는 나이 든 개들과 쓸모 없는 개들을 짝지어서 사냥 훈련을 시켰다. (-142-)



"저 개가 마당에 쓰레기를 잔뜩 늘어놓고 있어."형이 말했다.

한 주가 지나자 물병은 녀석이 너무 열심히 몰고 물어뜯은 탓에 구멍이 뚫린 채 납작해졌고, 녀석은 마침내 그것을 이빨로 제대로 물 수 있게 되었다. 더 이상 물병을 굴리고 쫓을 수 없게 되자 녀석은 그것을 이빨로 물고가 허공에 내던졌다. (-178-)



뭐, 쏘앗어도 어차피 놓쳤을지 모른다. 하지만 방아쇠를 당겨서 조준한 대상을 맞추었다면 이곳에 남은 마지막 야생동물 하나를 더 없애서 좋은 기억을 더럽히고 말았을 것이다.스펙은 그저 개답게 구는 것으로써 그런 가능성을 없애 버렸다. 마법의 개가 아니라 그저 평범하고 어설프고 요란하게 짖어 대는 개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런 도덕관념을 지키는 사람은 이제 많지 않다. (-232-)



나는 마치 그 모든 것에 대해 어떤 통제력을 지니기라도 한 것처럼 그렇게 말한다. 거의 매일 밤 눈을 감기 전에 나는 나무 사이에서 소란이 벌어지는 소리와 다급히 짖는 소리를 듣는데,그럴 때면 그저 문 밖으로 고개만 쏙 내밀기도 하고 비틀거리며 문밖으로 나가서 어떤 무고한 주머니쥐나 나무에 올라간 고양이를 구하기도 한다. 그리하여 녀석에 나를 보고는 내가 녀석의 근면함을 기록했다는 것을, 내가 그것을 녀석이 생각하는 나의 어떤 장부에 기록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말이다. (-291-)



생명은 생명에게 연민을 느끼고, 복수심을 느끼고, 아픔과 고통을 이어 나간다. 그건 인간이나,동물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인간 또한 어떤 동물에 대해서, 사랑을 느낄 수 있고,공감하고,아픔을 느낄 때도 있다.죄책감을 느끼는 그 순간,우리는 생명에 대해서 무한한 책임감을 느낄 수 있다.생명과 생며을 이어주는 교감 같은 것이 그런 것이었다.



릭 브래그의 자전적 에세이집얼룩덜룩해도 아름다워』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반려인, 혹은 유기동물을 거두는 유기동물을 보호하는 이들에게 따스한 위로와 치유를 얻을 수 있다. 에세이  『얼룩덜룩해도 아름다워』의 주인공은 릭 브래그에게 갑자기 찾아온 요란스럽고,소란스러운 스펙이라는 떠돌이 개다.쓰레기를 파묻으면서,얽룩덜룩하고,지저분하게 생긴 개는 인간의 기준으로 볼 때, 상당히 위협적으로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떠돌이 개에게 연민을 느끼는 이들도 존재한다.생명을 통해서, 나의 도다른 모습과 감정과 느낌을 얻을 수 있어서다. 에세이 『얼룩덜룩해도 아름다워』에서 스펙은 그런 개이다.



인간은 깨끗하고, 깔끔한 것을 너무나 좋아한다.물건이든 생명이든 크게 다르지 않다.하지만, 얼룩덜룩한 생명도 가치가 있다. 소란스럽고 요란스러운 생명도 의미가 존재한다. 예순이 넘어,기자로서,은퇴하였던 릭 브래그가 떠돌이 개 스펙을 거두고 키우는 이유는 그런 것이다. 삶의 동반자로서, 때로는 사고뭉치이지만, 살려고 하는 강한 의지, 생존에 대해 연민을 느꼈고,무기력한 삶을 유지하는 자신에게 작그이 되고 있었다. 인간과 떠돌이 개 스펙과 서로 소통하고,교감을 시도하려고 했던 이유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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